증상이 비슷해 구분하기 어려운 간질성 방광염과 과민성 방광을 소변 분석으로 구별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반 진단 기술이 개발됐다.
소량의 소변에 포함된 분자 신호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향후 방광질환의 비침습적 진단을 돕는 기술로 활용될지 주목된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김준기 교수와 이대목동병원 비뇨의학과 신정현 교수 공동 연구팀은 고감도 바이오마커 검출 기술인 표면 증강 라만 분광법(SERS)과 머신러닝을 결합해 방광질환을 분류하는 분석 기술을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간질성 방광염과 과민성 방광은 빈뇨와 절박뇨 등 일부 증상이 겹쳐 감별이 쉽지 않다. 과민성 방광은 갑자기 소변이 마려운 절박뇨와 잦은 배뇨가 주요 증상이다. 간질성 방광염은 방광 통증이나 압박감을 동반하는 만성 질환으로, 통증을 줄이기 위해 배뇨 횟수가 늘어나기도 한다.
두 질환은 증상이 비슷해도 원인과 치료법이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감별이 중요하다. 현재 진단은 환자의 증상과 병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다른 질환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연구팀은 이러한 임상 평가를 보완할 객관적인 분석 기술 개발에 주목했다.
연구팀이 활용한 SERS는 분자의 고유한 진동 정보를 라만 스펙트럼으로 측정하는 기술이다. 일반적인 라만 분광법보다 미세한 분자 신호를 높은 감도로 검출할 수 있어 소변처럼 다양한 물질이 섞인 시료의 분자 변화를 분석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산화아연 나노구조에 금을 결합한 SERS 칩을 제작했다. 소변에 극소량 포함된 분자 신호를 증폭해 질환에 따른 차이를 분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연구에는 정상 대조군 117명과 간질성 방광염 환자 19명, 과민성 방광 환자 45명 등 총 181명이 참여했다. 연구팀은 이들로부터 약 5마이크로리터(㎕)의 소변을 채취해 SERS 칩에 적용하고, 여기서 얻은 라만 스펙트럼을 비교했다.
분석 결과 정상 대조군과 간질성 방광염 환자, 과민성 방광 환자 사이에서 서로 다른 스펙트럼 패턴이 나타났다. 특히 질환군에 따라 특정 영역의 신호 강도에 차이가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 같은 분자 신호의 차이를 AI로 분석했다. 주성분 분석과 선형 판별 분석, XG부스트(XGBoost), 라이트GBM(LightGBM) 등 네 가지 머신러닝 기법을 활용해 각 집단의 스펙트럼 특성을 분류했다.
그 결과 세 집단을 구분하는 분류 정확도는 최대 92%에 달했다. 임상 증상만으로는 구별하기 어려운 간질성 방광염과 과민성 방광이 소변의 분자적 특성에서는 서로 다른 패턴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김준기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는 “소변에는 다양한 단백질과 대사산물 등 환자의 생리적·병리적 상태를 반영하는 많은 분자 정보가 포함돼 있지만, 이를 개별 물질 단위로 분석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며 “이번 연구는 SERS를 이용해 소변의 복합적인 분자 정보를 하나의 스펙트럼 형태로 확보하고, 여러 머신러닝 알고리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질환 관련 특징을 분석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임상 검증을 확대한다면 비침습적인 방광질환 진단 및 모니터링 기술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신정현 이대목동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간질성 방광염과 과민성 방광은 빈뇨와 절박뇨 등 증상이 서로 겹치는 경우가 많아 임상적으로 감별이 쉽지 않은 환자들이 있다”며 “향후 기존 임상 평가를 보완하는 진단 보조 수단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연구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임상 환자군을 확대해 진단 성능을 추가로 검증할 계획이다. 질환의 중증도와 임상적 아형, 치료 전후에 따른 소변 분자 특성의 변화도 분석해 질환 진단뿐 아니라 상태와 치료 반응을 모니터링하는 기술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ACS 센서스(ACS Sensors)’에 게재됐으며, 표지 논문으로도 선정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