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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원대 불법 도박사이트 일당 검거…총책은 전세기 타고 월드컵 관람

충북경찰청, 87명 검거해 18명 구속
해외 총책 2명은 현지서 송환 대기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TF'와도 협력

해외에서 10년 가까이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며 2조6000억원대 판돈을 굴린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충북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말레이시아를 거점으로 스포츠토토, 바카라, 슬롯머신 등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조직의 국내 총책과 조직원, 도박 이용자 등 87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18명을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은 조직원들에게 도박사이트를 연(도박공간개설죄 및 국민체육진흥법위반) 혐의에 더해 범죄 조직을 만들고 가입해 활동한(범죄단체 가입·활동죄) 혐의도 적용했다.

충북경찰이 해외에서 2조6000억원대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던 국내 총책 등 조직원을 검거해 송환하고 있다. 충북경찰청 제공
충북경찰이 해외에서 2조6000억원대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던 국내 총책 등 조직원을 검거해 송환하고 있다. 충북경찰청 제공

수사는 지난해 7월 시작됐다. 이 조직이 쓰는 계좌를 발견한 것이 단서였다. 경찰은 범행에 쓰인 계좌 316개의 거래 내역 319만건을 3년9개월치 분석했다. 도박에 오간 돈은 약 2조6680억원, 조직이 챙긴 범죄수익은 약 1637억원으로 나타났다. 조직이 2016년부터 활동한 점을 고려하면 실제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범죄수익 중 619억원을 재판 전에 빼돌리지 못하도록 법원에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 신청했다. 법원은 이 가운데 81억원을 받아들였고 나머지는 심리 중이다. 고가 차량 1대와 명품 시계 2점, 현금 450만원도 같은 조치를 했다. 이들이 운영한 도박사이트 9개는 접속이 차단됐다.

 

이 조직은 2016년 말레이시아에 사무실을 차리며 시작됐다. 아랍에미리트(UAE)와 말레이시아에 총책이 한 명씩 있고 국내에서 일을 맡은 총책이 한 명 더 있었다. 해외 총책들이 전체를 지휘하면 국내 총책은 도박 자금을 세탁하고 남의 이름으로 만든 통장(대포통장)을 구하는 일을 맡았다.

 

조직은 회사처럼 짜여 있었다. 총책 아래 실장, 팀장, 팀원을 두고 도박 자금 충전·환전팀, 고객 상담팀, 개발팀 등으로 업무를 나눴다. 대학교수와 대기업, 해외 유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업체 출신 인재를 헤드헌터로 데려왔고 조직원끼리는 영어 가명을 쓰게 하고 매주 실적 회의도 열었다.

 

국내에 게임회사도 차려 도박사이트용 게임 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었다. 이를 자기 사이트에 쓰는 데 그치지 않고 다른 도박사이트 운영자에게 팔기도 했다. 필리핀에는 조직원을 보내 카지노 사업도 추진했다.

해외에서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던 두바이 해외 총책의 전세기. 충북경찰청 제공
해외에서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던 두바이 해외 총책의 전세기. 충북경찰청 제공

총책들은 돈을 아낌없이 썼다. UAE 총책은 핵심 조직원들을 두바이로 불러 모은 뒤 전용 전세기로 함께 카타르로 날아갔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일반석과 따로 마련된 고급 관람실에서 보며 조직원들에게 초고가 시계 같은 명품을 선물했다. 말레이시아 총책은 지난 4월 현지에서 납치돼 150억원을 요구받았고 30억원을 빼앗긴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피의자 대부분은 UAE와 말레이시아에 머물고 있었다. 경찰은 체포영장을 받고 국제 수배를 내렸으며 여권도 무효화했다. 경찰청과 국가정보원 등이 함께하는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TF’와도 협력했다.

 

그 결과 수배된 31명 중 UAE 총책 A(40대)씨, 말레이시아 총책 B(40대)씨, 국내 총책 C(40대)씨 등 10명이 현지 수사당국에 붙잡혔다. 이 중 C씨 등 8명은 국내로 송환됐다. C씨는 수사 도중인 지난해 12월 UAE로 출국한 인물이다. A씨와 B씨는 현지에 구금돼 송환을 기다리고 있다. 아직 잡히지 않은 말레이시아 체류 조직원 21명도 현지 당국과 함께 추적한다.

 

경찰은 앞으로도 계좌 추적을 이어가 전체 도박 규모와 범죄수익을 밝히겠다는 계획이다. 박종섭 충북경찰청장은 “사이버도박은 막대한 범죄수익을 기반으로 하는 국경을 넘나드는 범죄”라며 “하부 조직원 검거에 그치지 않고 총책 등 핵심 운영진 검거에 주력하고 범죄수익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