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 단풍 산행을 미뤄 온 이들에게 남은 날이 많지 않다. 기상청이 소백산 단풍을 관측하는 경북 영주 비로사 입구는 지난달 22일 이미 절정을 찍었고, 오는 15일부터는 소백산 탐방로 일곱 구간이 한 달 동안 닫힌다.
3일 기상청 날씨누리 ‘유명산 단풍현황’에 따르면 기상청은 소백산 단풍을 비로사 입구에서 가까이, 삼가저수지에서 산 전체로 찍어 관측한다. 올해 첫 단풍은 지난달 15일, 절정은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22일 사진으로 기록됐다.
◆ 효자 승려의 어머니를 위한 90일
단풍을 재는 이 절은 소백산 최고봉 비로봉의 남쪽 기슭에 있다. 신라 고승 의상이 효자 제자의 어머니를 위해 경전을 강의했다는 이야기가 전하고, 임진왜란의 불길을 견딘 통일신라 불상 두 구가 지금도 법당 안에 있다.
비로사의 시작은 한 효자 승려의 이야기와 닿아 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통일신라 승려 진정은 가난해 장가도 들지 못한 채 홀어머니를 모시다 의상의 문하로 출가했다.
3년 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은 진정은 7일 동안 선정에 든 뒤 이를 스승에게 알렸다. 그의 효성에 감동한 의상은 제자들을 이끌고 소백산 추동으로 가 초가를 짓고, 3000명을 모아 90일 동안 ‘화엄경’을 강의했다고 전해진다.
강의가 끝나자 어머니가 꿈에 나타나 이미 하늘에 다시 태어났다고 알렸다는 이야기다. 학계는 이 추동을 지금의 비로사로 추정한다. 절의 내력을 적은 ‘비로사사적기’에는 의상이 683년 이 절을 열고 비로사라 이름 붙였다고 적혀 있다.
◆ 두 번의 불길, 남은 것은 불상 두 구
절은 여러 차례 불길을 겪었다. 임진왜란 때 병화로 석불상 2구만 남기고 모두 불탔고, 1684년 법당과 산신각 등 40여 칸을 다시 지었지만 1907년 화재로 법당을 뺀 건물과 절의 기록이 또 사라졌다.
그 불길 속에서 남은 것이 석조 아미타여래좌상과 석조 비로자나불좌상이다. 두 불상은 같은 작가가 함께 만든 것으로 보이며, 900년 전후 통일신라 때 조성된 것으로 평가된다. 1989년 보물로 지정됐다.
고려 태조가 찾아와 법문을 들었다는 진공대사를 기려 939년 세운 탑비도 절에 남아 있다.
◆ 아홉 굽이인데 이름은 다섯만 남았다
비로사에서 달밭재를 넘으면 영주시 순흥면 배점리 죽계구곡에 닿는다. 소백산 국망봉에서 흘러내린 죽계천이 초암사 앞 금당반석을 1곡으로 아홉 굽이를 이루며 약 2㎞를 내려간다.
‘순흥지’에는 1728년 순흥부사로 부임한 신필하가 굽이마다 처음 이름을 붙였다고 적혀 있다고 전해진다. 퇴계 이황이 이름을 지었다는 이야기도 함께 전한다.
하지만 지금은 1·2·4·5·9곡 다섯 굽이의 이름만 전해진다. 이 물길은 고려 후기 문신 안축이 지은 ‘죽계별곡’의 배경이기도 하다.
◆ 죽계구곡에서 비로사까지 한 길로 걷는다
두 곳은 소백산자락길 1자락으로 이어진다. 소백산자락길 안내에 따르면 1자락은 소수서원에서 출발해 금성단, 죽계구곡, 초암사, 달밭골, 비로사를 거쳐 삼가동까지 12.6㎞로, 4시간30분이 걸린다.
이 가운데 배점분교(삼괴정)에서 죽계구곡을 따라 초암사까지 오르는 구곡길은 3.3㎞로 50분, 초암사에서 달밭골과 달밭재를 넘어 비로사와 삼가주차장으로 내려오는 달밭길은 5.5㎞로 150분 거리다.
대중교통은 영주시내버스터미널에서 배점마을로 가는 53번 버스가 하루 5회, 삼가동으로 가는 26번 버스가 하루 8회 다닌다.
◆ 15일부터 국망봉 가는 길은 닫힌다
한편 국립공원공단 소백산국립공원사무소는 가을철 건조기를 맞아 15일부터 12월 15일까지 7개 구간 탐방로의 출입을 통제한다. 통제 구간은 초암사~국망봉, 국망봉~늦은목이, 묘적령~죽령, 을전~늦은맥이재, 남대분교~늦은목이, 연화동~연화삼거리, 어의곡삼거리~국망봉이다.
죽계구곡을 지나 초암사에서 국망봉으로 오르는 길은 이 기간 막힌다. 반면 달밭골~초암사와 삼가~비로봉 구간은 그대로 열려 있어 1자락길을 걷거나 비로사를 거쳐 비로봉에 오르는 데는 지장이 없다. 죽령옛길과 희방주차장~연화봉 구간도 개방된다.
국립공원공단은 같은 기간 전국 국립공원 탐방로 148개 구간(668㎞)을 통제한다. 통제 구간에 무단으로 들어가면 자연공원법에 따라 과태료를 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