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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를 기다리며’를 분단 한반도로 옮긴 연극 ‘보부상을 기다리며’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사람. 그가 나타나면 무언가 달라질 것이라는 희망 때문에 기다림을 멈출 수도 없다. 사뮈엘 베케트의 부조리극 ‘고도를 기다리며’가 던진 질문을 한국의 분단 현실로 옮긴 무대가 열린다.

 

3일 문화창작집단 날에 따르면 연극 ‘보부상을 기다리며’는 끝나지 않는 기다림을 남북 분단의 역사와 결합한 작품이다. 돌아오지 않는 사람과 열리지 않는 길을 기다리는 인물들을 통해 평화와 단절의 문제를 풀어낸다.

 

연극 ‘보부상을 기다리며’ 포스터.
연극 ‘보부상을 기다리며’ 포스터.

등장인물은 고 씨, 구 씨, 려 씨다. 고 씨는 한때 번창했던 공터의 기억을 간직한 광대다. 구 씨는 고립된 남과 북의 현실을 바라보는 청년이다. 려 씨는 북으로 떠난 사람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다. 이들이 기다리는 보부상은 단순한 방문객을 넘어 분단으로 끊어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길을 떠올리게 한다.

 

원작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고도의 정체가 끝내 밝혀지지 않듯 이번 작품에서도 중요한 것은 기다림 그 자체다. 다만 베케트의 작품이 인간 존재의 불확실성과 부조리를 탐구했다면 ‘보부상을 기다리며’는 기다림에 분단이라는 구체적인 역사적 조건을 부여한다.

 

공연에는 판소리 연주도 함께한다. 국가무형유산 판소리 이수자 임상래가 무대에서 우리 가락을 연주한다. 부조리극의 대사와 판소리의 음악적 표현을 결합한 구성이다. 극본·연출을 맡은 최철은 이번 작품을 통해 분단의 역사적 기억을 특정 진영의 소유가 아니라 함께 이어받아야 할 유산으로 바라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2022년 도봉문화원 협업 공연으로 출발했다. 제작사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정전 70주년 기념 공연과 2024년 웬연극페스티벌 공연을 거쳐 이번에 대학로 무대에 오른다. 배우 김윤태가 고 씨, 김초원이 구 씨, 노윤정이 려 씨를 연기한다. 서울 대학로 공간아울에서 11월 18일부터 22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