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두고 국회 심사가 본격 시작된 가운데 ‘미래대응기금’(미래기금)을 둘러싼 논의가 격화하고 있다. 미래기금은 최근 10년 내국세 추세치를 상회하는 내년도 추가세수(158조4720억원)와 올해 초과세수(56조2000억원) 등을 재원으로, 200조원을 훌쩍 넘는 규모로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내년도 총지출 규모(820조9000억원)의 약 4분의 1에 달하는 ‘매머드급 기금’이 출범하는 셈이다. 재정당국 안팎에서 ‘가보지 않은 길’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설립 취지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관건은 운영 방식이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이례적인 세수 증가분을 재원으로 삼는 만큼 기금이 선심성 사업의 통로로 변질되지 않도록 국회 통제 장치를 두껍게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100조원에 육박하는 여유자금의 운용 과정에서도 중복 투자 등 비효율이 발생하지 않도록 범정부 컨트롤타워를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도 제기된다.
3일 기획예산처 등에 따르면 미래기금 설립 배경에는 이례적으로 폭증할 것으로 전망되는 세수 증가세가 자리한다. 정부 예산안을 보면 내년 국세수입 전망치는 584조4000억원으로 올해 세수 전망(478조6000억원) 대비 105조8000억원(22.1%) 폭증한다. 2025년 세수 실적이 373조9000억원 정도였던 점을 감안하면 2년 새 세수가 200조원 넘게 급증하는 셈이다.
일시적으로 늘어난 세수는 두 가지 경로로 사용할 수 있다. 우선 통상적인 절차대로 ‘단년도 예산주의’에 맞춰 세수 증가분을 내년도 경상 및 소비지출에 쓰는 것이다. 이 경우 내년 총지출 증가액이 올해 대비 최대 27%까지 늘어나는 등 재정의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커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아울러 지출 규모를 키운 만큼 세수가 줄어드는 시점에는 지출 구조조정도 더욱 힘들어진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재정당국이 꺼낸 카드가 미래기금이다. 그간 반도체 사이클에 따라 법인세를 중심으로 세수가 출렁였던 만큼 미래기금을 재정안정화 장치로 사용하는 한편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한 마중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미래기금은 크게 추가세수와 초과세수 두 축을 중심으로 조성된다. 추가세수란 최근 10년 내국세 추세선(6.2%)을 상회하는 이듬해 세수로 내년에만 158조4720억원이 예상된다. 초과세수는 당초 정부가 전망한 해당연도 내국세 전망을 초과하는 금액을 말한다. 당장 올해 국세수입의 경우 3월 추가경정예산 당시 전망보다 63조원 늘 것으로 예측되는데, 이 중 소득세 등 내국세 초과분은 56조2000억원 정도에 달한다. 미래기금 재원이 20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상당한 셈이다.
미래기금 설립과 함께 재정개혁도 동시에 단행됐다. 초중고 교육에 사용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경우 내국세의 20.79% 자동 배정했던 방식을 개편했다. 전년도 교부금에 최근 3년 평균 경상성장률을 추가하고, 학령인구 감소분을 덜어내는 방식이다. 지방교부세 역시 내국세의 19.24%라는 연동제는 유지하되, 모수인 ‘내국세’를 ‘내국세-미래대응기금 적립액’으로 줄였다.
문제는 미래기금 편성과 함께 나랏돈에 대한 중앙정부 영향력이 구조적으로 커진다는 점이다. 헌법은 제54조를 통해 정부 예산안에 대한 국회의 심의·확정 권한을 명확히 하는 한편 56조에서도 예산 변경 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필요성을 명시해 국회 견제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미래기금특별법과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보면, ‘예산 총계주의’를 예외로 하는 규정들이 반영돼 있다. 예산 총계주의란 쉽게 말해 정부가 걷어 들이는 돈과 쓰는 돈을 모두 예산에 담아 국회의 심의를 받도록 하는 원칙을 말한다. 예산 총계주의는 국가재정법상 기본 원칙이기 때문에 예외 요건은 현물출자, 수입대체경비 등 특별한 경우에 국한된다.
그런데 정부는 미래기금을 만들면서 △초과세수를 미래기금으로 전입하거나 △세수 결손을 보전하기 위해 미래기금의 여유자금을 일반회계로 전출하는 경우, 예산 총계주의의 예외로 삼겠다고 밝혔다. 초과세수가 발생하면 현행 국가재정법에 따라 국채 상환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거나 대규모 세수 결손 시엔 추경을 통해 국회 심의를 받아 지출을 조정하는 게 ‘정공법’으로 평가되지만, 미래기금 도입 이후 정부 재량이 커지는 것이다.
김현동 배재대 교수(경영학)는 “(가족에 빗댄다면) 배우자끼리 서로 의논해서 지출 계획을 세우자는 것이 예산 총계주의인데, 정부 개정안은 공돈이 생겼는데도 배우자 한 쪽에 해당하는 정부가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최근 보고서에서 “초과세수의 활용이나 세수결손의 보전이 국회 사전 심의를 거칠 시간적 여유가 없을 정도로 긴급한 사안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이를 예산 총계주의의 예외로 인정하면 추경 편성을 우회하는 수단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미래기금 기금운용계획 변경범위가 과도하게 설정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금은 신축적인 사업추진이 필요할 때 활용되는 만큼 정부가 국회에 보고하지 않고 사전에 변경할 수 있는 주요항목(장·관·항)의 범위를 사업성기금은 20%, 금융성기금은 30%로 정하고 있다. 정부는 미래기금이 재정안정화 기능을 가지고 있는 점을 고려, 금융성기금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국회예산정책처와 입법조사처는 청년 등 4대 계정에 40조원이 넘는 미래기금 재원이 투입되는 점을 감안하면 사업성기금이라는 입장이다. 예정처는 “4대 계정 사업규모가 45조4000억원에 달해 산술적으로 국회 의결 없이 최대 13조6000억원 규모의 지출 변경이 가능해져 국회 예산심의권이 실질적으로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내국세의 19.24%를 연동해 내려 보냈던 지방교부세 역시 내국세가 추세치를 상회하면 초과분 전액을 미래기금에 적립하는 반면 추세치를 밑돌 경우 중앙정부 재량으로 보전 여부와 규모가 정해져 중앙정부 입김이 커지는 구조로 바뀐다. 손종필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세수 호황인데도) 지자체로 가야 할 재원들이 가지 않게 된다”면서 “교부금은 갑론을박이라도 있었지만 교부세 개편은 공론화 과정도 없었고, 입법예고 기간도 4일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미래기금의 여유자금 운용 과정에서 정부 내 중복 투자 문제 등 교통 정리도 과제다. 미래기금 기금운용계획안을 보면 여유자금 운용에 따른 수반 비용인 자금위탁 수수료(225억원)는 기금운영비로 편성돼 있지만, 자산운용수익 및 투자 방식은 구체화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교수(경제학)는 “국민성장펀드, 한국투자공사 전략투자계정 등과 함께 미래기금의 여유자금이 각각 운용되면 인공지능, 반도체에 올인하는 방식으로 중복 투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를 조율할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역할 분담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