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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준위 방폐물 포화… 부지선정 이번엔 끝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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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30여년간 표류해 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 처분장 건설에 사실상 돌입했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리위원회가 어제 발표한 방폐물 기본관리계획 초안은 2038년 이전 국내 원전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를 묻을 부지를 확정하는 게 핵심이다. 내년 상반기 지자체 공모 등으로 후보지를 뽑고 2050년 이전 중간저장시설을, 2060년 이전 영구처분시설을 가동한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지난해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이 제정·시행된 지 1년8개월 만에 로드맵 일정이 나온 것이다. 만시지탄을 금할 길이 없다.

 

원전마다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은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 현재 포화율이 대부분 85∼95%(습식저장시설기준)에 이른다. 이 추세라면 2030년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2031년 한울원전, 2032년 고리원전 등이 줄줄이 폐기물 처리를 못 해 가동중단 위기에 처하게 된다. 신규 대형 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까지 더해지면 누적 핵폐기물은 76만2000다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감당하려면 별도의 임시저장시설이 필요한데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만 1조5000억원에 달한다.

 

시간도 촉박하다. 세계 최초로 방폐장을 가동한 핀란드는 부지 선정에만 17년, 공사에 10년이나 걸렸다. 프랑스도 1991년 관련법 제정 후 20년 넘게 연구·실증과정을 거쳤다. 그런데 우리는 불과 10년 남짓한 기간에 후보자 공모와 부지 적합성 조사, 주민투표까지 마쳐야 하는데 가능한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날 초안에는 최소 3000억원의 특별지원금과 반입수수료, 전기요금 감면 등이 담겼지만 이런 정도로 ‘님비(NIMBY) 현상’과 지역주민의 불신을 넘어설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국은 세계 10대 원전운영국가 중 사실상 유일하게 방폐장 부지조차 없는 나라다. 정부는 1986년부터 무려 9차례나 안면도·굴업도 등 방폐장 부지 선정에 나섰지만, 늑장·부실행정과 주민반발 등으로 번번이 실패했다. 방폐장 건설은 더 미룰 수 없는 화급한 국가과제가 된 지 오래다. 정부는 설명회와 공청회 과정에서 지역주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진정성 있는 소통으로 무너진 신뢰부터 복원해야 할 것이다. 후보지 선정과정에서도 적합성 조사와 환경영향평가 등을 모두 공개할 필요가 있다. 정교한 실행계획 없이는 실패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여야도 소모적인 정쟁을 접고 초당적 자세로 힘을 보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