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어르신이 인공지능(AI)과 대화하며 건강과 안전을 확인받고, 몸이 아플 때는 안방에서 부른 버스를 타고 가까운 병원으로 간다. 복잡한 복지제도를 몰라도 AI 비서가 받을 수 있는 지원을 찾아 신청부터 처리 결과까지 알려준다.
충남도가 220만 도민의 돌봄과 의료, 교통, 안전, 행정서비스 전반에 AI를 연결하는 ‘사람 중심 AI 기본사회’ 구축에 나섰다. 첨단산업 중심의 AI 전략을 도민의 일상으로 확장해 나이와 장애, 거주지에 관계없이 누구나 기술의 혜택을 누리게 한다는 구상이다.
충남도는 3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사람 중심 충남 AI 기본사회’ 비전 선포식을 열고 ‘AI로 통(通)하는 충남, 모두가 누리는 기본사회’를 미래 비전으로 발표했다. 도는 대한민국 최초의 AI 기본사회 모델을 표방하며 2030년까지 7대 전략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통(通)’은 기술과 사람, 도시와 농어촌, 주민과 행정을 연결해 AI 혁신의 성과를 생활 전반에 고르게 확산한다는 의미다. 체감성·혁신성·포용성·연계성을 기본 원칙으로 복지·건강, 재난·안전, 정주·문화, 행정·교육 등 4대 분야를 혁신한다.
◇살던 집에서 AI 돌봄…동네 보건지소가 건강진료소로
AI가 가장 먼저 메우는 영역은 돌봄과 의료의 빈틈이다. 충남은 2030년까지 680억원을 들여 80대 이상 독거노인 4만명과 발달장애인 1800명에게 ‘충남형 AI 돌봄기기’를 보급한다.
AI 돌봄기기는 어르신과 장애인의 말벗이 돼 24시간 건강과 안전을 살핀다. 대화 중 이상 징후를 감지하거나 위급 상황이 발생하면 돌봄 담당자에게 알린다. 고령자와 장애인이 시설에 가지 않고 살던 집과 마을에서 보호받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마을 경로당은 혈압·혈당 측정과 건강관리, 여가·학습, 이동 지원을 결합한 생활 거점으로 바꾼다. 건강정보를 보건소와 연결해 이상이 우려되는 어르신에게 방문 건강관리 등 맞춤형 지원을 제공한다.
의료 취약지역에는 ‘충남 AI 건강진료소’를 설치한다. 충남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1.5명이고, 보건지소 150곳 가운데 공중보건의가 배치된 곳은 33곳뿐이다. 보건지소에 AI 건강 측정·분석 장비를 갖추고 의료기관과 연결해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 관리와 비대면 진료를 지원한다.
공공의료원과 지역 의료기관에는 진료기록 작성과 의료영상 판독, 환자 모니터링을 돕는 지능형 기술을 적용해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줄인다.
◇자살 위험 먼저 찾고 재난 발생 전 징후 잡는다
AI는 충남의 심각한 자살 문제에도 투입된다. 충남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35.7명으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도는 통신·활동정보와 상담 자료 등을 분석해 마음건강 위험 징후를 조기에 파악하고 전문상담과 치료·복지서비스로 연결하는 ‘AI 마음건강 보호망’을 구축한다. 기존 정신건강통합관리시스템에는 상담기록 정리와 위험도 분석, 지원사업 추천 기능을 추가한다.
올해 시범사업을 시작해 2028년까지 AI 기반 마음건강 통합관리체계를 완성하고, 2030년에는 자살률을 현재보다 50% 낮추는 것이 목표다.
재난과 생활안전 관리도 사후 대응에서 사전 예측 중심으로 전환한다. 기상정보와 하천 수위, CCTV 영상, 긴급신고 데이터를 통합해 AI가 위험도를 분석하고 관계기관에 알린다.
도내 모든 CCTV에는 2030년까지 AI 관제를 적용하고, 설치가 어려운 지역에는 자율주행 순찰로봇을 배치한다. 농어촌에는 농기계 전복·추락 사고를 감지해 보호자와 관계기관에 자동으로 알리는 장비를 보급한다.
산업단지와 고위험 사업장에는 화재·폭발·유해물질 누출 징후를 포착하는 지능형 안전관제를 우선 도입한다. 고령자와 장애인 등 재난 취약계층에는 개인별 상황을 고려한 경보와 대피 지원을 제공한다.
◇안방에서 부르면 달려오는 버스…세계인에 AI 관광비서
교통이 불편한 농어촌에서는 집에서 호출하면 시간에 맞춰 찾아오는 AI 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충남 4394개 마을 가운데 829곳은 의료·생활서비스 접근성이 낮고, 농촌 마을의 75%에는 식료품점이 없다.
도는 이용자의 위치와 목적지, 실시간 운행 정보를 AI가 분석해 차량과 최적 경로를 배정하는 통합 수요응답교통 시스템을 도입한다. 시·군별로 나뉜 예약과 배차 기능을 하나로 묶고, 실시간 도착 시간과 환승 경로도 음성·다국어로 안내한다.
관광객에게는 ‘AI 관광비서’를 제공한다. 연령과 관심사, 이동 여건, 언어에 맞춰 관광 코스와 숙박·음식점·교통 정보를 안내한다.
장애인에게는 무장애 이동경로와 편의시설 정보를, 고령자에게는 이동 부담이 적은 일정을, 외국인에게는 다국어 해설과 지역정보를 제공한다. 서해안과 백제역사유적지구, 산림휴양 등 충남의 관광자원을 개인별 맞춤형 여행으로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복지사업 837개 AI가 찾아준다…15개 시·군에 생활학교
도민이 일일이 찾아야 했던 복지·보건 사업도 AI가 먼저 안내한다. 충남도와 15개 시·군에서 시행하는 837개 사업 정보를 ‘AI 도민비서’에 통합해 개인별로 받을 수 있는 지원을 찾아주고 신청·예약·기관 연결·처리 결과 확인까지 돕는다.
디지털기기 사용이 어려운 어르신은 AI 돌봄기기와 음성으로 대화하며 행정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공직사회에는 지능형 문서작성과 업무지원 기술을 도입해 반복 업무를 줄이고 정책 기획과 주민 상담에 집중하도록 한다.
도민의 AI 활용 능력을 높이기 위한 ‘통하는 AI 생활학교’도 확대한다. 현재 5개 시·군에 있는 AI 디지털 배움터를 2028년까지 15개 시·군 모두에 설치한다. 경로당과 복지관, 문화시설, 일터를 찾아가는 교육을 병행해 연간 교육 인원을 올해 6만명에서 2030년 20만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성과는 삶의 변화로 평가…개인정보 보호·AI 윤리도 과제
도는 15개 시·군과 공공기관, 민간기업, 전문가, 도민이 참여하는 협력체계를 구축해 7대 전략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서비스 접근성과 이용 편의성, 만족도 등 도민의 실질적인 삶의 변화를 평가할 ‘AI 기본사회 지수’도 개발한다. 기술 도입 건수나 예산 집행률보다 도민이 실제로 어떤 변화를 체감했는지를 정책 성과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AI가 건강과 상담, 통신·활동정보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만큼 당사자 동의와 정보보호, 알고리즘의 오류·편향을 막을 장치도 필요하다. 도는 개인정보 침해와 차별을 예방하기 위한 사람 중심의 AI 윤리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번 구상은 지난 8월부터 전문가 자문과 충남연구원 협력, 실무추진단 운영, 주민 의견 수렴을 거쳐 마련됐다. 지난 9월 10일부터 10월 2일까지 도민 197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는 94.6%가 새로운 AI 서비스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박수현 충남지사는 “기술은 사람에게 닿아야 비로소 가치가 생긴다”며 “AI 산업의 성과가 충남의 골목과 농어촌 곳곳까지 미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도민이 살던 곳에서 돌봄을 받고 재난과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으며, 지역에 관계없이 배움과 기회를 누리는 사람 중심 AI 기본사회를 2030년까지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