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올해 누적 영업손실이 1조8000억원을 넘어섰다. 과거 물류망 확충을 위해 투자를 늘리던 시기와 달리 개인정보 관련 과징금과 고객 보상, 이탈 고객을 되찾기 위한 마케팅 비용이 수익성을 압박하고 있다.
투자에 따른 ‘계획된 적자’에 제재 비용까지 더해지면서 이른바 ‘규제형 적자’ 성격도 나타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배달앱 관련 심의 결과도 남아 있다. 추가 과징금이 부과되면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4일(한국시간) 쿠팡Inc가 발표한 3분기 연결실적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1조8318억원이다. 2023~2025년 영업이익 합계 1조8987억원의 96.5%에 해당한다. 분기별 평균 환율로 환산한 누적 손실 규모는 종전 최대 연간 영업손실인 2021년 1조7088억원도 넘어섰다.
분기별 영업손실은 1분기 3545억원, 2분기 8350억원, 3분기 6423억원이다. 3개 분기 연속 적자다.
3분기 실적에는 지난 7월 발생한 인천 물류센터 화재 관련 손실 2억4800만달러(약 3540억원)가 반영됐다. 이를 제외한 연결 영업손실도 2억200만달러(약 2883억원)에 달했다. 국내 로켓배송뿐 아니라 대만·파페치 등 성장사업까지 포함한 수치다.
앞서 2분기에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부과한 약 6247억원의 과징금이 반영됐다. 여기에는 개인정보 유출뿐 아니라 이용자의 온라인 활동 기록을 동의 없이 수집한 행위 등에 대한 제재도 포함됐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지급한 구매이용권과 고객 재유치를 위한 판촉·마케팅 지출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구매이용권 지급 규모 1조6850억원은 액면액 기준으로, 전액이 실제 비용으로 반영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추가 변수는 공정위의 배달앱 사건 심의 결과다. 쿠팡이츠 입점업체에 대한 ‘최혜대우 요구’와 와우 멤버십을 활용한 ‘끼워팔기’ 혐의가 대상이다.
최혜대우 사건은 입점업체에 음식 가격과 각종 혜택을 경쟁 배달앱과 같거나 유리하게 맞추도록 요구하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와우매장에서 제외했다는 혐의다.
쿠팡은 600억원 규모의 상생 지원 방안 등을 제시하며 동의의결 절차 개시를 신청했지만 지난 6월 기각됐다. 공정위는 위법 여부를 본안 심의에서 판단하기로 했다.
끼워팔기 사건에서는 온라인 쇼핑과 쿠팡이츠·쿠팡플레이 등을 결합한 서비스 구조가 경쟁을 제한했는지가 쟁점이다. 공정위는 지난달 28~29일 전원회의를 열어 관련 혐의를 심의했다.
심사보고서상 끼워팔기 혐의의 관련 매출액은 약 5조2600억원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과징금 상한율 4%를 단순 적용하면 2104억원이 산출된다. 이는 최대 부과 가능액을 가정한 계산으로, 실제 과징금은 위법 여부와 관련 매출액 인정 범위, 감경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진다.
현재 누적 영업손실과 2조원의 차이는 1682억원이다. 4분기에 이보다 큰 영업손실이 추가되면 연간 영업손실은 2조원을 넘는다.
추가 과징금이 확정되더라도 올해 실적에 반영될지는 별개의 문제다. 부과 여부와 시점, 회계상 비용 인식 기준에 따라 반영 분기가 달라질 수 있다.
외형 성장은 이어졌다. 3분기 매출은 99억6200만달러(약 14조2209억원)로 달러 기준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했다. 환율 변동 영향을 제외한 고정환율 기준 증가율은 11%다.
로켓배송 등을 포함한 프로덕트 커머스 활성 고객은 2520만명으로 2% 늘었다. 해당 분기에 상품을 구매한 고객 수로, 와우 멤버십 회원 수나 이용 가구 수와는 다른 지표다.
수익성은 악화했다. 연결 매출원가율은 74.3%로 전년 동기 70.6%보다 3.7%포인트 높아졌다. 다만 이번 원가율에는 화재로 인한 재고 손실 등의 영향도 포함돼 있어 상승분 전체를 통상적인 배송·매입 비용 증가로 볼 수는 없다.
프로덕트 커머스 부문의 조정 EBITDA(이자·세금·감가상각비 차감 전 이익)는 3억8500만달러(약 5496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45% 감소했다. 매출과 고객은 늘었지만 비용 부담을 충분히 상쇄하지 못한 셈이다.
쿠팡은 수익성이 점차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실적 발표에서 4분기 고정환율 기준 연결 매출 증가율을 13~14%로 예상했다. 연결 조정 EBITDA 마진은 전 분기보다 0.5~1.5%포인트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프로덕트 커머스 부문의 조정 EBITDA 마진은 내년 중반까지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연간 손실 규모를 가를 요인은 추가 제재와 영업 회복 속도다. 과징금 등 일회성 비용이 줄어드는 동시에 고객 재유치를 위한 마케팅 지출과 물류 운영 부담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느냐가 수익성 개선의 관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