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필리핀에 “일부 정치인들의 반중 발언을 자제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4일 중국 외교부와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왕 부장은 전날 테레사 라자로 필리핀 외교장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현재 중·필 관계가 악의적 간섭에 직면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왕 부장은 “필리핀의 일부 정치인들이 정치적 편견과 사익에서 출발해 중국을 반복적으로 공격하고 비방하며 중국의 레드라인을 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정상적인 경제·무역 교류와 인적 교류를 정치화하고, 필리핀 내 중국 인사와 기관의 정당한 권익을 침해하고 있다”며 “이 같은 행위는 매우 악질적이고 이성을 잃은 것으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들의 언행이 “필리핀의 국제적 이미지도 훼손했다”고 주장하며, 필리핀 정부가 관련 인사들을 단속하고 대중국 정책에서 “이성적이고 일관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왕 부장은 남중국해 문제와 대만 문제도 함께 거론했다. 그는 중국이 주권과 영토 보전을 수호하고 국가 통일을 실현하려는 의지는 흔들림이 없다며, 필리핀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실제 행동으로 이행하고 해양 문제에서도 신중하게 처신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중국 측은 왕 부장이 문제 삼은 필리핀 정치인들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최근 중국과 공개적으로 충돌해온 길베르토 테오도로 필리핀 국방장관 등이 주요 표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테오도로 장관은 남중국해 문제에서 중국을 강하게 비판해온 대표적 강경파로, 중국은 지난 6월 그를 제재 대상에 올린 바 있다. 그는 최근 2028년 대선 출마 가능성도 열어뒀다.
라자로 장관은 통화 뒤 엑스 계정을 통해 왕 부장과 “솔직하고 건설적인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양측이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외교적 대화를 지속하고 이견을 적절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양측은 필리핀에서 열릴 동아시아 협력 관련 정상회의와 중국 선전에서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