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유학생이 3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3명 중 1명은 베트남에서 온 학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결혼이민이 다수를 차지한 가운데 변화의 바람이 나타나는 것이다. 실제 베트남 현지의 한국 유학 열기도 뜨겁다.
지난 주말 하노이에서 열린 한국유학박람회는 한국 유학을 꿈꾸는 베트남 학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4일 교육부에 따르면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 8월 발표한 ‘2026년 교육기본통계’에서 올해 4월1일 기준 국내 고등교육기관의 외국 학생은 30만7464명으로 1년 전보다 21.3% 늘었다.
이 가운데 베트남 학생은 9만6834명으로 전체의 31.5%를 차지해 중국 학생(7만8890명·25.7%)을 처음으로 앞지르며 국적별 1위에 올랐다. 지난해 통계에서는 중국(7만6541명)이 베트남(7만5144명)보다 많았다.
◆ “한국어가 정말 듣기 좋아요”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1일까지 이틀간 하노이 그랜드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26 베트남 한국유학박람회’에는 한류 확산 속에 한국 유학을 원하는 학생들이 부스마다 길게 줄을 섰다.
박람회를 찾은 베트남 학생은 “한국 문화와 생활 방식, 사람들이 좋기 때문이에요. 특히 한국어가 정말 듣기 좋아요. 그리고 축구도 아주 잘하고요”라고 말했다.
이날 학생들은 대학별 특성과 장학제도, 비자 발급 등 유학에 필요한 정보를 얻고 유학 이후 취업 계획까지 꼼꼼히 따졌다.
교육부 산하 하노이한국교육원이 주관한 이번 박람회에는 국내 대학과 유관 기관 76곳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국내 대학이 72곳이다.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도 함께했다.
교육부는 행사에 앞서 이번 박람회를 올해 해외에서 열린 한국교육원 주관 유학박람회 15회 가운데 최대 규모로 내다봤다. 행사장은 유학관·취업관·네트워킹관으로 나뉘어 유학부터 취업·정주까지 정보를 안내했다.
◆ 고교 졸업시험에도 한국어
베트남에서 정규·방과후 수업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학교도 올해 200곳을 넘었다. 잠정 집계로 213곳이다. 한국어를 제1외국어로 채택한 학교가 21곳, 제2외국어로 채택한 학교가 61곳이고 나머지 131곳은 방과후 수업이다.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은 4만4139명으로 1년 새 약 30% 늘었다.
베트남 정부는 2018년 중·고교 제2외국어, 2021년 제1외국어로 한국어를 채택했다. 2021년에는 우리 수능에 해당하는 고교 졸업시험 과목에 한국어를 넣었고, 올해부터는 한국어능력시험(토픽) 점수를 고교 졸업시험과 대학 입시 성적으로 인정한다.
지난해 토픽 지원자도 베트남이 8만5480명으로 해외 시행 국가 가운데 가장 많았다.
◆ 늘어난 만큼 관리도 과제
이른바 ‘K에듀’로 한국 유학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유학생 규모만 늘릴 게 아니라 체계적인 관리 역량을 강화하는 것도 국내 대학들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김현동 하노이한국교육원장은 “한국과 베트남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그런 인재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양적인 성장을 넘어서서 질적인 수준으로 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교육기본통계를 보면 학위과정 외국 학생은 중국 비율(31.7%)이 가장 높았지만, 어학연수 등 비학위과정에서는 베트남 학생이 46.1%를 차지했다.
전체 비중(31.5%)보다 비학위과정에 상대적으로 많이 몰려 있는 만큼 이들이 학위과정과 취업으로 이어지도록 이끄는 관리가 관건이다.
정부도 관리 강화에 나섰다. 법무부는 지난달 7일 외국인 유학생을 이민정책의 ‘최우선 전략적 유치·관리 그룹’으로 정하고 비자제도 개선 과제를 내놨다.
불법체류·취업 가능성이 높은 국가 등 중점관리가 필요한 경우 유학 중 쓸 경비를 일정 기간 맡기게 하는 ‘유학경비 보증금제’를 확대하고, 대학이 학업보다 아르바이트를 지원하려고 편법으로 운영하는 주말·야간·온라인 과정에는 비자 우대 혜택을 중지하는 내용이다.
졸업 뒤 경로도 숙제다. 법무부가 지난 9월 2019∼2025년 국내 대학을 졸업한 유학생 15만여 명을 분석한 결과 졸업 뒤 출국한 사람을 뺀 취업률은 34.3%였다. 국적별 취업자는 베트남이 6495명으로 가장 많았다.
◆ 유학 이전엔 결혼이민
한편 한국과 베트남 사이의 인적 교류는 유학 바람이 불기 전부터 결혼이민으로 이어져 왔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4월 베트남 국빈방문 공동언론발표에서 베트남을 ‘우리 국민의 국제결혼 1위 국가’이자 ‘사돈의 나라’로 소개했다.
국가데이터처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 남성과 외국인 여성의 혼인 1만5610건 가운데 아내 국적이 베트남인 경우가 4762건(30.5%)으로 가장 많았다. 중국(2510건)과 태국(1951건)이 뒤를 이었다. 2024년(5017건·32.1%)보다는 5.1% 줄었다.
베트남 여성과의 혼인은 2000년만 해도 77건에 그쳤다. 이후 빠르게 늘어 2006년 1만128건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해 한국인 남성의 국제결혼 2만9665건 가운데 34.1%가 베트남 여성과의 결혼이었다. 당시에는 중국 여성과의 혼인(1만4566건)이 더 많았다.
베트남은 2016년 이후 외국인 아내 국적 1위를 지켜 왔고, 코로나19로 국제결혼이 크게 줄었던 2021년에만 중국·태국에 뒤졌다.
지난해 베트남 아내와의 이혼은 1350건으로 1년 전(1215건)보다 11.1% 늘었다. 한국인 남성과 외국인 아내의 이혼 4461건 가운데 30.3%를 차지했다.
결혼이민 체류자격으로 국내에 사는 베트남인도 늘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베트남 국적 결혼이민자는 4만3847명으로 1년 전(4만1779명)보다 2068명 증가했다. 전체 결혼이민자 18만8105명의 23.3%이고, 이 가운데 87.2%(3만8221명)가 여성이다.
결혼이민에도 한국어는 관문이다. 정부는 2014년 4월부터 결혼동거 목적의 비자를 신청하는 외국인 배우자에게 한국어능력시험(토픽) 초급 1급 이상을 따거나 재외공관이 지정한 기관에서 초급 한국어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등 기초 수준 이상의 한국어 구사 요건을 두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