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발생 시 대피할 수 있는 대전지역 대피소 10곳 중 4곳은 이동약자 편의시설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대피소 대부분이 재난 취약계층에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대피소 기능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조례 제정 등 제도적 장치 마련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4일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에 따르면 대전 민방위대피소 626곳 가운데 243곳(39%)은 장애인 화장실과 승강기, 경사로, 점자·음성 안내 등 이동약자 편의시설이 부재했다. 장애인 화장실은 표준 항목조차 없었다.
시민에 알리거나 공개하는 대피소 정보도 빈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참여연대가 모니터링한 결과 정부와 지자체가 관련 정보를 일부 가지고 있었으나 재난 정보와 연동돼지 않았다. 편의시설 데이터와 이어지는 대피소 172곳 중 91곳은 건물에 장애인 화장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피소 정보에선 해당 내용을 알 수 없었다. 대전시 재난안전 누리집엔 대피소 목록 대신 과거 자치구별 대피소 개수만 표기돼있다.
현장에서 대피소 관리·운영 허점은 더 컸다.
대전참여연대가 장애인 이동권단체와 함께 지역 일부 대피소를 찾아가보니 차단기가 내려진 아파트 단지가 대피소로 지정돼 있거나 건물 관리자조차 대피소 여부를 알지 못했다.
재난 발생 시 발송되는 재난문자도 한국어로만 안내돼 외국인의 경우 제때 재난 상황을 인지하지 못할 우려도 제기됐다.
대전시와 5개 자치구에서 올해 2월부터 10월까지 시민 휴대전화로 발송한 재난문자 115건은 모두 한국어로만 쓰였다. 번역문은 행정안전부 외국인용 애플리케이션을 따로 설치해야 볼 수 있는 실정이다.
대전시와 5개 자치구 조례엔 대피장소 접근성 정보를 조사·공개를 담고 있지 않다.
경남 16개 시·군이 올해 ‘재난 대피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 매년 대피관리계획, 안전취약계층 수용 여부를 따진 대피장소 지정 등 대피를 돕는 안내 인력을 정한 것과 대조적이다.
대전참여연대는 “2023년 대전 산불 때 대전시 관계자가 장애 유형에 맞는 편의시설을 갖춘 대피시설 지정이 없다고 언론에 밝힌 뒤로도 달라진 것은 확인되지 않는다”며 “내년 1월8일부터 적용되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에는 안전취약계층 대피계획을 세워야하지만 대전시는 관련한 조례와 기준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대전참여연대는 대전시·5개 자치구와 대전시의회에 접근성 정보를 더한 재난 대피 조례 제정과 대피소 편의시설 정보 공개, 대피소 관리 매뉴얼 보완, 당사자가 참여하는 대피계획 수립 등을 촉구했다.
대전참여연대는 이와 함께 경보시설 조례에는 수어·쉬운 말·외국어 안내, 중증장애인 재난안전 조례에는 대피장소 접근성 현황, 외국인주민 조례에는 다국어 재난정보, 정보공개 조례에는 대피장소 접근성 조사 결과의 사전공표, 폭염 피해 예방 조례에는 무더위쉼터 접근성 정보 안내도 요청했다.
대전참여연대는 대전지역 주민과 방문자를 위한 재난대피소 안내 앱인 ‘모두의 안전’을 만들어 배포했다. 이 앱은 재난 상황에서 가까운 대피소를 빠르게 찾고 이동약자도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 정보를 함께 제공한다. 구글과 애플이 개발한 모바일 운영체인 안드로이드와 iOS에서 모두 내려받을 수 있다.
대전참여연대는 “재난은 모두에게 오지만 대피는 모두에게 같지 않다”며 “대전시와 대전시의회가 대피소 지정에서 멈추지 말고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대피소를 만드는 데까지 나아가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