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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상자산 과세 유예’ 제안… 포퓰리즘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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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가상자산 소득과세 유예를 정부에 공식 제안했다. “과세 원칙과 산업 여건, 이용자 간 형평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제정해 제도적 틀을 마련하고, 기업과 투자자에게 적응 기간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청와대가 과세 유예 쪽으로 방향을 잡은 데 이어 여당 대표까지 가세한 것이다. ‘과세 인프라 미비’를 내세웠지만, 청년층 반발과 여론 악화를 의식한 정치적 결정이라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가상자산 과세는 2020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당초 2022년 시행하려다 세 차례 연기돼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번에도 미루면 네 번째다. 현행 과세안은 가상자산 양도·대여로 발생한 연간 순소득에서 250만원을 공제한 뒤 20%의 소득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지방소득세를 포함하면 세율은 22%다. 국내 상장주식 소액주주의 양도차익이 비과세임을 고려하면 자산 간 과세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는 있다. 그렇다고 과세 자체를 미룰 명분으로 삼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정책 일관성과 조세 행정의 신뢰도 훼손한다.

물론 유예론에도 일리는 있다. 국내 거래소의 과세 시스템이 완비되지 않았고, 해외 거래소나 개인 지갑을 통한 거래는 소득 파악이 쉽지 않다. 하지만 현행 소득세법은 이미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의 정의를 원용해 과세 대상과 기본적인 과세 구조를 마련해 놓았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이 과세의 법률적 선행조건은 아니라는 얘기다. 미국은 물론 영국·일본 등 대부분 선진국도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를 넘어 건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제도화 노력을 가속하고 있다.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더구나 정부는 불과 한 달 전까지 과세 입장을 고수하지 않았나. 이제 와서 유예를 검토하는 것은 청년층의 투자 심리와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과세 원칙을 흔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포퓰리즘 얘기가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가상자산 시장의 높은 변동성과 투기적 거래 행태를 고려하면 투명한 과세와 투자자 보호가 더 중요하다. 과세 인프라 미비는 보완할 문제이지, 과세를 반복적으로 유예할 이유가 못 된다. 제도 정비를 명분으로 과세를 반복해서 미루는 것은 책임 회피다. 가상자산이라고 조세 정의의 예외일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