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北 지령 받은 혐의’ 민노총 전·현직 간부 2명, 항소심도 무죄

수원고법 “지령 따른 역할 수행 및 석모씨와의 공모 입증 부족”
4000쪽 이적표현물 소지 혐의도 “이적 목적 단정 불가” 무죄
주범 석모 前 국장 징역 9년6월 확정과 대비…검찰 항소 기각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을 접선해 지령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 2명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공범인 전직 민노총 간부의 유죄가 확정된 가운데 이들이 지령에 따른 역할을 실제 수행했는지를 판단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수원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김건우)는 4일 국가보안법 위반(특수잠입·탈출) 등 혐의로 기소된 민노총 경기중부지부 간부 A씨와 전국민주연합노조 전 간부 B씨의 항소심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민주노총. 연합뉴스
민주노총. 연합뉴스

앞서 검찰(현 공소청)은 1·2심 결심 공판에서 A씨와 B씨에게 각각 징역 7년과 8년의 중형을 구형한 바 있다.

 

A씨 등은 2018년 9월 석모 전 민노총 조직쟁의국장과 함께 중국 광저우로 출국해 북한 문화교류국 소속 공작원과 접선한 뒤 국내 정치 개입 및 기밀 수집 관련 지령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들과 함께 북한 지령을 받아 지하 조직을 설립·운영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석 전 국장은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징역 9년6개월 및 자격정지 9년6개월이 확정됐다.

 

그러나 수원고법 재판부는 석 전 국장의 유죄 확정에도 불구하고 A씨와 B씨의 공모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제시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이 북한 공작원의 지령에 따른 역할을 실제 수행했다고 보기 어렵고, 석씨와 공모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수원법원종합청사. 뉴스1
수원법원종합청사. 뉴스1

아울러 제출된 북한 지령문에 대해서도 “작성자가 북한 공작원이라는 점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아 엄격한 증거능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B씨가 김일성 찬양 내용 등이 담긴 이적표현물 4000여 쪽을 소지한 혐의(찬양·고무)와 관련해서도 이적행위 목적을 인정하지 않았다. “피고인의 평소 활동과 표현물 관리 상태 등을 종합해 볼 때 국가의 존립·안전을 위협하는 이적행위를 할 목적으로 소지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1심 판단을 그대로 인용했다.

 

이번 판결로 법조계에선 국가보안법 사건에서 지령 수수 여부와 별개로 실제 행위 이행과 객관적 증거의 증명 책임이 엄격히 적용돼야 한다는 원칙이 재확인됐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