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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예방하려면 채소·과일 충분히…‘로우코어 뉴트리션’ 개념 눈길

대한암예방학회 국제학술대회서 제시…생채소·신선한 과일 섭취 강조

암 예방을 위해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먹는 것은 물론 가급적 가공과 가열을 줄이고 신선한 상태로 섭취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대한암예방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신다연 교수는 채소·과일 섭취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로우코어 뉴트리션(Raw Core Nutrition)’이라는 식생활 개념을 소개했다.

 

3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대한암예방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신다연 교수가 ‘로우코어 뉴트리션’을 제안하고 있다.
3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대한암예방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신다연 교수가 ‘로우코어 뉴트리션’을 제안하고 있다.

로우코어 뉴트리션은 자연식품과 채소·과일을 중심으로 가공과 가열을 최소화해 식품 본래의 영양성분과 생리활성물질을 최대한 보존하는 식생활을 뜻한다.

 

신 교수는 이날 ‘채소·과일 섭취가 염증과 암 위험에 미치는 영향: 역학적 근거와 유전자-식이 상호작용’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한국인의 채소·과일 섭취가 권장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세계암연구기금과 미국암연구소(WCRF/AICR)는 비전분성 채소와 과일을 하루 400g 이상 섭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국내 권고량은 하루 500g 이상이다. 그러나 2024년 기준 하루 500g 이상을 섭취한 한국 성인은 24.4%에 그쳤다. 2016년 36.5%에서 크게 감소한 수치다. 2015년부터 2024년까지 과일 섭취량은 남녀 모두 42%, 채소 섭취량은 약 17~18% 줄었다.

 

채소·과일 섭취와 암 위험 감소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도 소개됐다. 95개 연구를 종합한 메타분석에 따르면 하루 채소·과일 섭취량이 200g 늘어날 때 전체 암 위험은 약 3%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감소 경향은 하루 약 600g까지 이어졌다. 암종별로는 채소·과일 섭취량이 가장 많은 집단이 가장 적은 집단보다 대장암 위험이 8% 낮았다. 과일을 많이 섭취한 집단은 폐암 위험이 22%, 채소를 많이 섭취한 집단은 13% 낮은 연관성을 보였다. 유방암 역시 채소·과일 섭취량이 많은 집단에서 위험이 9% 낮았으며, 폐경 후 여성에서는 12% 낮게 나타났다.

 

신 교수는 채소·과일이 암 위험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경로로 만성 염증을 꼽았다. 만성 염증은 사이토카인과 활성산소를 증가시켜 DNA 손상과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종양 발생을 촉진할 수 있다. 반면 채소·과일에 풍부한 플라보노이드와 카로티노이드, 비타민 C, 식이섬유 등은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 반응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번 강연에서 눈길을 끈 것은 채소·과일을 먹는 방식이다. 단순히 섭취량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가능한 한 자연 그대로의 상태로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열 과정에서 비타민 C가 파괴되고 십자화과 채소에 들어 있는 글루코시놀레이트를 활성화하는 효소인 미로시나아제가 열에 의해 비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생브로콜리와 조리한 브로콜리를 비교한 무작위 교차시험에서는 설포라판 생체이용률이 생브로콜리 37%, 조리 브로콜리 3.4%로 큰 차이를 보였다. 설포라판은 브로콜리 등 십자화과 채소에 함유된 대표적인 생리활성물질이다.

 

신 교수는 암 예방을 위한 일상 속 실천법으로 ▲생채소 매일 섭취하기 ▲브로콜리·양배추·무 등 십자화과 채소는 생으로 씹거나 잘라 먹기 ▲저속 착즙 주스는 만든 뒤 바로 마시기 ▲채소·과일은 짧게 냉장 보관하고 당일 먹지 않을 경우 냉동하기 등 네 가지를 제안했다.

 

로우코어 뉴트리션의 핵심 원칙은 가공하지 않은 상태(Unprocessed), 가열을 최소화한 상태(Unheated), 신선하게 섭취하는 것(Fresh)이다. 통채소와 통과일을 기본으로 비타민 C와 설포라판, 폴리페놀 등 다양한 생리활성물질을 최대한 보존해 섭취하자는 취지다. 이번 강연은 암 예방을 위한 채소·과일 섭취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섭취량뿐 아니라 조리와 보관 방식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