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훈 기자]타격 능력은 이제 부상당하기 전처럼 다 돌아온 것 같은데...아직 발은 그렇지 못하다. ‘사자군단’ 삼성의 캡틴 구자욱의 평소 같지 않은 주루가 박진만 감독에겐 앞으로 이어질 한국시리즈에서도 딜레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6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2차전에서 연장 12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3-2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삼성은 수원에서 목표로 했던 1승1패를 거두며 안방인 대구로 향할 수 있게 됐다.
KIA와의 플레이오프 5경기에서 타율 0.150(20타수 3안타) 2타점에 그쳤던 구자욱의 타격 컨디션은 한국시리즈에서 완벽하게 회복된 모습이다. 전날 1차전에서 6회까지 2피안타 무실점의 완벽투를 보인 대니엘을 무너뜨린 것도 구자욱의 대포 한 방이었다. 구자욱은 1차전 7회 무사 1루에서 대니엘의 바깥쪽 체인지업을 밀어쳐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잡아당긴 것도 아니고 밀어쳐서 홈런을 때린다는 건 구자욱의 타격이 정상궤도로 돌아왔음을 의미한다. 구자욱은 8회에도 안타를 때려내며 멀티 히트 게임을 완성했다.
2차전에서도 매서운 타격감은 여전했다. 1,3회엔 KT 선발 고영표에게 땅볼로 물러난 구자욱은 6회 1사에서 좌중간 안타를 때려내며 이날 경기 첫 안타를 신고했다. 이어 최형우의 좌전 안타 때 2루까지 출루했다. 1사 1,2루에서 디아즈의 우전 안타가 나왔다. 디아즈의 타구는 정타는 아니었지만, 디아즈의 장타력을 의식해 뒤로 물러나있던 최원준이 도저히 잡을 수 없는 타구였다.
평소의 구자욱의 발이었다면 충분히 홈까지 내달릴 수 있었지만, 정규시즌 막판 햄스트링 힘줄 부상을 당한 구자욱은 이번 가을야구에서 무리한 주루는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 상황. 결국 1-1에서 2-1이 될 수 있는 상황이 1사 만루가 됐고, 후속타자 류지혁이 1루수-포수-1루수로 이어지는 ‘리버스 병살타’를 치면서 결국 삼성은 점수를 뽑지 못했다.
이를 기억한 박진만 감독은 연장 10회 자동 고의4구로 출루한 구자욱이 디아즈의 적시타 때 2루로 출루해 2-1을 만들자 대주자 박계범으로 교체했다. 6회처럼 짧은 적시타가 나왔을 때 한 점을 더 올리겠다는 의도였지만, 후속타 불발로 추가득점엔 실패했다.
구자욱을 대수비, 대주자 요원인 박계범으로 바꾼 건 11회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2-2로 맞선 11회 2사 후 김지찬과 김성윤의 연속 안타로 1,3루 기회를 만들었고, 김성윤이 2루를 훔치면서 2사 2,3루가 됐다. 그러나 타석엔 구자욱이 아닌 박계범이 있었고, 박계범은 사이드암 김정운에게 루킹 삼진을 당하고 말았다. 구자욱이었다면 상대 배터리와 벤치에게 더욱 큰 부담을 가중시킴과 동시에 적시타를 때려낼 확률은 훨씬 더 올라갈 수 있었지만, 평소 같지 않은 주루 능력으로 인해 결정적인 순간 타격을 활용할 수 없었다.
플레이오프를 5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치르고 올라온 삼성은 시리즈 전적을 1승1패로 만들긴 했지만, 여전히 불리하다. 구자욱의 발뿐만 아니라 왼쪽 옆구리 부상을 앓으면서도 안방을 지키는 포수 강민호는 정상적인 타격이 불가능하다. 팔로만 스윙하다보니 2차전에선 거의 자동아웃 수준이었다. 여기에 1차전 선발 최원태는 남은 시리즈에서 활용할 방법이 거의 없고, 최원태의 빈 자리를 대신해 들어가야 할 원태인은 2차전에 불펜으로 등판해 1.2이닝 동안 32구를 던졌기에 4차전 선발 등판도 불투명하다. 과연 이런저런 약점을 딛고 삼성이 2014년 이후 12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