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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에도 쓰린 속 달래준 ‘콩나물국밥’…장터 노동자도 애주가도 즐겼다 [FOOD+]

1929년 잡지에 ‘탁백이국’으로 소개
전주 남부시장서 꽃피운 콩나물국밥…지역별 조리법도 다양

술 마신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음식이 바로 콩나물국밥이다. 뚝배기에서 보글보글 끓는 뜨끈한 국물에 아삭한 콩나물이 듬뿍 올라간 한 그릇은 대표적인 해장 음식으로 꼽힌다. 가격 부담이 비교적 적고 전국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데다 조리법도 다양해 오랫동안 서민들의 든든한 한 끼로 사랑받고 있다.

 

콩나물국밥.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콩나물국밥.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 장터 노동자들의 아침밥에서 해장국으로

 

전주 콩나물국밥의 역사는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29년 12월 1일 발간된 잡지 ‘별건곤’ 제24호의 ‘천하팔도명식물예찬’에는 전주 콩나물국밥의 옛이름 ‘탁백이국’이 소개돼 있다. 당시 기록에는 술을 많이 마셔 속이 쓰릴 때 전주 콩나물국밥만 한 음식이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1920년대부터 이미 해장 음식으로 알려져 있었던 셈이다.

 

콩나물국밥이 지금처럼 대중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은 것은 1960년대 후반부터다.

 

전주 남부시장에서는 새벽부터 장사를 준비하던 상인과 짐꾼들이 콩나물국밥으로 허기를 달랬다.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즐겨 먹던 아침 식사가 입소문을 타면서 전주 콩나물국밥의 명성도 높아졌다.

 

전주 짱골목 일대에서도 콩나물국밥집이 성업했는데, 새벽 통행금지가 풀린 뒤 술에 취한 사람들이 찾아오면서 해장 음식으로 인기를 얻었다. 1970년대에는 동문거리 일대에도 콩나물국밥집이 늘어나면서 전주를 대표하는 향토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 전주 콩나물국밥이 유명한 이유

 

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콩나물국밥은 전국적으로 즐겨 먹는 음식이지만, 그중에서도 콩나물이 많이 났던 전주 지역의 콩나물국밥이 특히 유명하다. 

 

전주 콩나물의 명성은 옛 전주의 중심지였던 완산구 교동 일대와 관련이 깊다. 교동은 남천과 서천을 끼고 있어 과거 물이 맑고 풍부했던 지역으로 전해진다. 콩나물을 기르기 좋은 환경에 인근 남부시장이라는 소비처까지 갖추면서 콩나물 재배와 유통이 활발했다. 

 

전주 콩나물의 또 다른 특징은 임실 지역에서 생산된 서목태(鼠目太)를 재료로 사용했다는 점이다. 서목태는 일반 검은콩보다 크기가 작아 쥐눈이콩이라고도 불린다. 서목태로 기른 콩나물은 오래 삶아도 쉽게 물러지지 않고 아삭한 식감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최근에는 일반 콩을 사용하는 곳이 늘면서 서목태 콩나물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콩 껍질에 검은색이 남아 있어 소비자들이 세척이 덜 된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전주 콩나물국밥집에서도 서목태를 사용하는 곳은 드물다는 지역 보도도 있다.

 

전주 콩나물국밥은 조리법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뚝배기에 밥과 콩나물, 육수를 넣고 펄펄 끓여 내는 방식과 뜨거운 육수에 밥을 말아 내는 토렴 방식이다. 뚝배기에 끓여 내는 방식은 달걀을 국밥에 넣어 익히고 진하고 뜨거운 국물 맛을 강조한다. 반면 남부시장식은 밥과 콩나물을 뜨거운 육수에 말아 내며, 수란을 따로 곁들여 국물을 부어 먹는 것이 특징이다. 오징어를 추가해 쫄깃한 식감을 더하기도 한다.

 

◆ 콩나물국이 해장 음식으로 사랑받는 이유 

 

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콩나물국밥이 대표적인 해장 음식으로 꼽히는 이유는 아스파라긴이라는 아미노산 성분 때문이다. 

 

숙취를 없애기 위해서는 우리 몸에서 아세트알데하이드를 빨리 내보내야 하는데, 콩나물에 들어있는 아스파라긴산은 아세트알데히드를 제거하고, 비타민 C는 알코올을 빠르게 분해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술을 마시면 알코올의 이뇨 작용으로 체내 수분이 줄어든다. 콩나물국밥은 뜨끈한 국물로 수분을 보충하고 밥을 통해 탄수화물을 섭취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국물과 밥이 어우러져 음주 후 떨어진 입맛을 돋우고 허기를 채우기에도 좋다.

 

또 콩나물에는 식물성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함유되어 있다. 단백질은 신체 조직을 구성하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영양소이며, 식이섬유는 장운동을 돕고 배변 활동을 원활하게 하는 데 기여한다. 

 

콩나물에 풍부한 이소플라본 성분은 갱년기 증상 완화, 혈관질환 예방, 골밀도를 높여 골다공증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유방암에 대한 잠재적인 항암 특성을 가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 콩나물에 달걀 풀어 집에서도 뚝딱

 

콩나물국밥은 집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 전주식 콩나물국밥은 뚝배기에 밥과 콩나물, 육수를 넣고 끓인 뒤 달걀을 넣어 완성한다. 

 

먼저 멸치와 다시마로 육수를 낸 뒤 손질한 콩나물과 다진 마늘을 넣고 끓인다. 국간장과 새우젓으로 간을 맞춘 다음 뚝배기에 밥을 담고 콩나물과 국물을 부어 한소끔 더 끓인다. 마지막으로 달걀과 대파, 고춧가루를 넣으면 완성이다. 청양고추를 더하면 칼칼한 맛을 낼 수 있다. 

 

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새콤하면서도 칼칼한 김치콩나물국밥도 별미다. 기본 콩나물국밥에 신김치를 더하면 김치 특유의 새콤한 맛과 감칠맛이 국물에 배어든다. 멸치 육수에 손질한 콩나물과 잘게 썬 신김치를 넣고 끓인 뒤 다진 마늘과 대파를 더한다. 콩나물과 김치가 익으면 국간장이나 새우젓으로 간을 맞춘다. 그릇에 밥을 담고 끓인 국물을 부은 뒤 달걀을 올리면 완성이다.

 

오징어를 더하면 쫄깃한 식감과 감칠맛을 살린 오징어 콩나물국밥을 만들 수 있다. 먼저 멸치와 다시마로 육수를 낸 뒤 손질한 콩나물과 다진 마늘을 넣고 끓인다. 오징어는 내장과 껍질을 제거해 깨끗이 씻은 다음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콩나물이 익으면 오징어를 넣고 국간장과 새우젓으로 간을 맞춘다. 오징어는 오래 끓이면 질겨질 수 있으므로 살이 익을 정도로만 조리하고, 마지막에 대파와 청양고추를 넣으면 완성된다.

 

◆ 염분 섭취 주의…국간장·새우젓·김치 양 조절해야

 

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콩나물국밥은 국간장과 새우젓으로 간을 맞추고 김치를 곁들이는 경우가 많아 나트륨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국물까지 모두 마시면 나트륨 섭취량이 늘어날 수 있다. 조리할 때는 간을 약하게 하고 새우젓이나 소금은 조금씩 넣어 맛을 조절하는 것이 좋다.

 

고혈압 등으로 나트륨 섭취를 줄여야 한다면 국물을 적게 먹고 김치도 적당량만 곁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