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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진 몸 고쳐 쓰면 더 나은 삶 펼쳐질까

코 재건부터 돼지 심장 이식까지
인체 복원·대체 기술의 역사 추적
의학 발전에도 완벽 재현은 난제
자연이 빚은 몸의 정교함 재조명

인체 수리 매뉴얼/ 메리 로치/ 김명남 옮김/ 어크로스/ 2만3000원

 

인간은 망가진 몸을 고치고 새로운 부품으로 대체하는 데 성공했지만, 자연이 만든 인체의 정교함을 아직도 온전히 재현하지는 못하고 있다. 코를 새로 만들고, 빠진 머리카락을 되살리고, 다른 동물의 심장을 이식하는 시대가 됐지만, 인간의 몸을 완벽하게 복제하는 일은 여전히 난제다.

생성형 AI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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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과학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신체 일부를 복원하고 대체하려는 인류의 오랜 도전과 그 과정에서 드러난 의학의 가능성과 한계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저자는 2003년 데뷔작 ‘스티프’에서 죽은 몸이 과학에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파헤친 이후 사후세계와 소화, 전쟁의 과학 등 남들이 선뜻 다루지 않는 주제를 독특한 시선으로 탐구해왔다. 이번 책에서도 해박한 과학 지식에 유머와 생생한 사례를 곁들여 딱딱해지기 쉬운 의학의 역사를 흥미진진하게 들려준다.

 

인체에는 세상에서 가장 정교한 기계다. 하지만 자동차처럼 제조사가 부품을 공급하거나 사후서비스를 해주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인류는 수천 년 동안 잃어버리거나 망가진 신체 일부를 복원하기 위해 도전해왔다. 저자는 고대의 코 수술부터 피부 이식과 모발 이식, 인공관절, 동물 장기 이식, 현대의 줄기세포와 3D 바이오프린팅에 이르기까지 인체 수리의 역사를 추적한다.

책의 출발점은 코 재건술이다. 얼굴 한가운데 자리한 코는 외모뿐 아니라 호흡과 후각, 사회생활과 자존감에도 영향을 미친다. 전쟁이나 사고, 질병으로 코를 잃은 사람에게 원래의 모습을 되찾아주는 일은 오랜 기간 의학의 난제였다.

18∼19세기에는 인공 코를 용수철로 얼굴에 고정하기도 했다. 당시 한 환자는 낮에 사용하는 코와 저녁에 사용하는 코를 따로 갖고 있었다. 지금 보면 우스꽝스럽지만 신체 일부를 잃은 사람이 원래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 얼마나 절박하게 기술에 의지했는지를 보여주는 일화다.

모발 이식의 역사도 흥미롭다. 1950년대 미국 피부과 의사 노먼 오런트라이크는 탈모 환자의 뒤통수에서 두피 조직을 떼어 정수리에 옮겨 심었다. 당시에는 이식한 머리카락도 결국 빠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뒤통수 모낭은 남성형 탈모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고, 다른 부위로 옮겨진 뒤에도 그 특성을 유지했다. 이른바 ‘공여부 우세(donor dominance)’ 원리다. 뒤통수에서 옮겨온 머리카락이 새로운 자리에서도 본래의 생물학적 특성을 유지한 것이다. 이 발견은 현대 모발 이식의 토대가 됐다.

인체 교체 기술은 이제 다른 동물의 장기로까지 확장됐다. 장기 부족으로 이식을 기다리다 생명을 잃는 환자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돼지는 중요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장기의 크기와 생리적 특성이 인간과 비교적 비슷하고 번식도 빠르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해 인간의 면역체계가 돼지 장기를 외부 침입자로 인식해 공격하는 문제를 줄이려 한다.

메리 로치/ 김명남 옮김/ 어크로스/ 2만3000원
메리 로치/ 김명남 옮김/ 어크로스/ 2만3000원

저자는 실제 돼지 심장 이식 사례도 소개한다. 2022년 세계 최초로 유전자 변형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환자 데이비드 베넷은 수술을 앞두고 의료진에게 농담 섞인 질문을 던졌다.

“돼지 심장을 이식받으면 자신도 꿀꿀거리는 소리를 내게 되느냐”는 것이었다. 웃긴 일화지만 동물의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하는 일이 더 이상 공상과학 영화 속 상상이 아니라 실제 의료 현장의 도전임을 보여준다.

몸의 일부를 없애는 것이 오히려 삶을 개선하는 경우도 있다. 선천성 척추갈림증을 갖고 태어난 여성 주디는 척수 수술 이후 발이 뒤틀려 오랜 세월 감염과 수술을 반복해야 했다.

걷는 것조차 어려웠던 그는 발을 절단하고 의족을 착용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의료진은 겉보기에 멀쩡한 신체 부위를 제거해달라는 요청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오랜 논의 끝에 절단 수술이 이뤄졌고, 그는 의족을 착용하고 다시 걸을 수 있게 됐다.

이 사례는 무엇이 정상적인 몸이고 무엇이 더 나은 삶인지 묻는다. 신체를 온전히 보존하는 것이 반드시 최선은 아니라는 것. 몸의 일부를 잃더라도 고통에서 벗어나 움직이고 일상을 되찾을 수 있다면 그것이 당사자에게는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인체를 수리한다는 것은 단순히 원래의 형태를 복원하는 일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을 회복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상상을 뛰어넘는 재건 수술도 소개된다. 암으로 음경을 잃은 환자에게 가운뎃손가락을 이용해 새로운 신체 부위를 만들어준 수술이 대표적이다. 손가락의 뼈와 조직을 활용해 필요한 구조를 만들고 피부를 재구성했다. 신체의 한 부위로 다른 부위의 기능을 대신하도록 활용한 것이다.

인공관절은 인체 수리 기술의 대표적인 성과다. 나이가 들면서 닳아버린 무릎이나 고관절을 인공 부품으로 바꾸는 수술은 이제 보편적인 의료 행위가 됐다.

하지만 뼈를 자르고 깎아 인공관절을 끼워 넣는 과정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저자는 정형외과 의사들을 뼈를 다루는 목수에 비유한다. 정확한 각도와 크기로 뼈를 가공하고 인공 부품을 고정해야 환자가 다시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의학과 공학이 만나는 현장에서 인체는 더는 손댈 수 없는 자연의 영역만은 아니다.

저자가 무엇보다 주목하는 것은 기술의 성취보다 그 한계다.

눈물막처럼 단순해 보이는 신체 구조조차 실험실에서 똑같이 만들기 어렵고, 치아의 단단한 법랑질과 연골의 구조, 눈의 자동 초점 기능, 심장의 끊임없는 박동도 자연의 정교함을 그대로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의학의 발달로 인공관절과 인공수정체를 몸에 넣고 살아가는 시대다. 우리 몸은 이미 조금씩 교체되고 있다. 하지만 인공 부품이 아무리 발전해도 자연이 만든 인체의 복잡성과 정교함을 완전히 재현하기는 쉽지 않다. 이 책은 망가진 몸을 고치려는 인간의 집요한 도전을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지닌 몸 자체가 얼마나 경이로운 작품인지를 새삼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