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美 상·하원 장악한 민주당, 복지 예산 복원·트럼프 심판 정조준

입력 :
수정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美 ‘블루 쓰나미’

민주 “국정 운영 극적 변화 실현”
중산층 생활비 부담 경감 강조
오바마케어 등 예산 회복 추진
트럼프 관세 행정명령 무력화
가족·측근 비위 등 조사 예고
이민 단속·이란 전쟁도 도마에
공화당·트럼프 “선거 패배 네탓”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 다수당을 장악하고, 최종적으로 하원에서 민주당이 250석 이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심판을 다짐해 온 민주당이 어떤 카드를 꺼낼지 주목된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삭감한 복지 예산을 회복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에 대한 각종 조사권을 발동하며, 대통령 행정명령을 무력화하는 입법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1월부터 하원의장이 될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4일(현지시간) 하원 지도부와 함께 한 기자회견에서 “최종적으로 민주당은 254∼255석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며 유권자들은 국정 운영 방향의 극적인 변화를 원하며, 민주당은 새 의회 출범 첫날부터 그 변화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의회 권력 쥔 민주 미국 민주당의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가운데)가 4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캐서린 클라크 의원(왼쪽), 테드 리우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에 나서 향후 의회 운영 방안을 밝히고 있다. 민주당은 전날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상·하원 과반을 확보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의회 권력 쥔 민주 미국 민주당의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가운데)가 4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캐서린 클라크 의원(왼쪽), 테드 리우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에 나서 향후 의회 운영 방안을 밝히고 있다. 민주당은 전날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상·하원 과반을 확보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제프리스 대표가 먼저 강조한 것은 노동자·중산층의 생활비 부담 경감이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삭감한 ‘오바마케어’ 등 의료보험 예산을 되돌리려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행정명령을 무력화하고 통상 정책에 대한 의회의 권한을 회복하기 위한 법안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관세가 물가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차기 하원 감독위원장이 유력한 로버트 가르시아 의원은 선거 당일 밤 성명을 발표하고 “변호사부터 선임하라(Lawyer up)”고 밝혔는데, 트럼프 행정부에게 선전포고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원 감독위는 제프리스 엡스타인 사건과 관련한 공개 청문회 개최, 트럼프 대통령 본인·가족·측근의 비위·이해충돌 조사, 이민단속 요원들의 미국 시민에 대한 강경 진압 의혹, 백악관 연회장 건설과 반사연못 등 개보수 공사에서의 비위 사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하원 법사위는 트럼프 대통령 가족의 사업부터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의 정치화,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반대자’로 간주해 온 인물들을 대상으로 추진된 기소와 수사 시도를 조사할 예정이다. 하원 군사위도 이란 전쟁의 비용과 의회 승인 없는 개전 결정을 핵심 의제로 삼을 전망이다. 다만 제프리스 대표는 이날 하원 민주당 의원 중 자신에게 트럼프 대통령 탄핵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며 일각에서 언급돼 온 탄핵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민주당이 민생 문제를 내세워 선거에서 압승한 만큼 유권자들에게 선거 다음날부터 정쟁으로 비칠 수 있는 언급은 자제한 것이다.

 

공화당은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낙선한 후보들이 책임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리고 있다. 메인주 주지사 선거에서 낙선한 공화당 바비 찰스 후보는 이날 폴리티코에 “나는 미래를 낙관한다. 트럼프가 2년 뒤 물러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주변에서 후보 자질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한 공화당 상원 고위 관계자는 폴리티코에 “(선거 패배는) 후보의 자질 문제를 넘어선 상황”이라며 “트럼프가 이렇게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JD 밴스 부통령은 “무슨 일이 일어났고 왜 그렇게 됐는지를 놓고 많은 내부 다툼과 논쟁이 벌어질 것”이라며 “주된 문제는 2024년에 트럼프·밴스에게 투표했던 많은 사람이 2026년에는 민주당에 투표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서 엑스(X)에 “우리가 패배한 이유는 (이란) 전쟁 때문”이라고 적어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 두기’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공화당 전략가들도 사석에서는 패배 원인이 전쟁만이 아니며 2008년 수준의 참패라고 인정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탄핵 표결을 추진하는 공화당 토머스 매시 하원의원(켄터키)은 “한 가지 이슈만으로 선거를 이렇게까지 망치지는 않는다”며 “트럼프에 대한 맹종에서 벗어났다면 완전히 피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이름이 투표용지에 없었기 때문에 패배했다며 후보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언급을 하고 있다. 그는 “(중간선거) 지원유세 현장에는 엄청난 열기가 있었고 정말 대단했는데 우리는 그 열기를 후보들에게까지 전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중간선거는 행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로 여겨지지만, 패배의 책임에서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