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남자의 기원/ 데이비드 버스/ 우상권 옮김/ 사이언스북스/ 30000원
인류는 동물과 마찬가지로 번식하지만, 동물과는 다르게 사랑하도록 진화했다. 짧고 간결한 동물의 짝짓기와 달리 인간의 사랑은 복잡다단하고, 때론 긴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사랑의 탈을 쓰고 동물세계에도 없는 폭력과 범죄가 벌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인간의 사랑은 정말로 진화의 산물로 해석해도 좋은 것일까.
미국의 진화심리학자 데이비드 버스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 교수가 쓴 ‘나쁜 남자의 기원’은 성적 갈등의 뿌리를 생물 진화적 관점에서 찾아낸다. 버스는 인간의 성 심리와 짝짓기 전략은 임신과 양육에 따른 생물학적 부담의 차이 속에서 엇갈리게 진화하면서 생긴 성차가 성별 간 갈등의 핵심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또 인류 사회 문화가 급변하면서 생긴 현대 사회 문화적 진화가 수렵채집 시대에 맞춰진 심리 기제와 충돌하면서 갈등이 커지고, 성희롱, 스토킹, 리벤지 포르노(보복성 음란물), 성폭행과 같은 문제가 일어난다고 봤다.
사랑과 번식에 대한 남녀 간 성차의 원인은 꽤 원초적이다. 여성은 임신과 출산, 양육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야 하지만, 남성은 상대적으로 작은 생물학적 비용으로 번식할 수 있다. 정자를 대량 생산하는 남성과 달리 여성이 일생 보유한 난자 수는 제한적이다. 수정된 난자를 체내에 품고 키우는 것도 여성이다. 임신 기간 부담과 출산의 고통을 짊어져야 하고, 자녀를 낳은 뒤에도 수유로 영양분을 책임져야 한다.
성적 비대칭은 포유동물의 공통적 특징이지만, 인간의 경우 그 차가 더 극명하다. 번식 과정에서 여성의 투자가 더 많이, 더 장기간에 걸쳐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레 이성과 번식에 대한 인식차를 낳는다. 저자는 “인간의 번식 생물학에서 필수적인 중요한 투자를 수행하는 여성의 몸은 남성에게 특별한 가치를 가진 번식 자원”이라며 “번식과 관련해서 냉정하게 계산해 보자면, 남성의 몸은 여성의 몸에 비해 무가치하다”고 평가했다.
배우자를 바라보는 남녀 간 성차는 많은 부분에서 갈등을 해석하는 실마리가 된다. 바람직한 배우자에 대한 기준도 다르다. 버스는 남성이 많은 여성을 ‘기준점 이상’의 매력을 지녔다고 보지만 여성은 상위 20% 남성에게 끌리는 경향이 있다고 비교했다. 남성은 다수 여성에게, 여성은 상위 소수 남성만을 짝으로 인정하는 불일치는 8점 여성이 10점 남성에게 외면당하고, 6점 남성에게 구애라는 ‘괴롭힘’을 겪게 한다.
생물학적 차이는 짝을 선택하는 기준에도 영향을 미친다. 여성은 배우자를 고를 때 보다 신중해진다. 건강, 외모 외에도 자원을 제공하는 능력, 장기적인 헌신 가능성 등을 중시한다. 반면 남성은 여성에 비해 여러 상대와 짝짓기를 추구하는 성적 다양성에 관한 욕망이 더 크다. 저자는 ‘나쁜 남자가 인기 있다’는 ‘나쁜 남자 역설’도 진화심리학으로 풀어낸다. 그는 연쇄 성희롱 가해자들에게서 높게 나타나는 나르시시즘, 마키아벨리즘, 사이코패스 특질을 가진 남성이 여성에겐 대담함, 자신감, 유능함 등 매력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한다.
서로에게 바라는 욕망이 다르고, 기대가 다르면 이는 갈등으로 이어진다. 성차가 커진 상황에서 한쪽의 짝짓기 전략이 다른 쪽의 선택이나 이해관계를 침해할 경우 갈등은 심화한다. 외도에 대한 우려, 상대를 통제하려는 욕구도 이해관계의 충돌에서 시작한다. 성관계를 위해 상대를 속이기도 하고, 거절이나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행동도 이런 갈등의 양상이다. 성적 기만, 질투, 통제, 폭력 모두 충돌의 결과다.
갈등은 종국에 폭력이 되고, 범죄가 되기도 한다. 버스는 관계성 범죄와 같은 ‘파트너 폭력’도 성적 갈등 이론으로 설명한다. 저자는 파트너로서 기대를 채우지 못한 이가 더 나은 배우자를 찾아 떠나려는 상대방을 폭력과 협박으로 머물게 한다고 분석했다. 스토킹과 리벤지 포르노도 진화적 관점에서 해석될 수 있다. 스토킹 가해자는 자신의 낮은 배우자 가치를 해결하기 위해 공포를 일으켜 피해자에게 심리적 강탈을 행사한다. 리벤지 포르노는 여성의 성적 평판을 훼손하고, 삶을 황폐화하며 공포를 안긴다.
버스는 남성의 나쁜 행동이 진화적 적응의 산물이라고 설명하면서도, 결코 그 행동을 정당화하는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 반대로 모든 남성을 ‘잠재적 성적 약탈자’로 낙인찍는 것도 과학적인 접근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그는 남녀의 심리적 차이와 갈등이 수백만 년에 걸친 진화적 적응의 결과지만,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떤 조건에서 성관계를 할지에 대한 여성의 동의와 선택은 여성 성 심리의 가장 깊고 근본적인 요소”라며 “남성은 그것을 약화하는 전략을 공진화시켜 왔지만, 선택의 자유는 결코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성적 갈등의 공진화를 깊이 이해하는 것이 마술처럼 모든 문제를 해결하진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빛이고 길임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