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일 청해부대 작전구역을 아덴만에서 오만 남방 해역까지 확대하기로 결정한 것은 미국의 호르무즈해협 파병 요구와 상선 보호, 이란과의 충돌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절충안으로 해석된다. 단기적으론 소말리아 해적 대응과 상선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중장기적으로는 이란 전쟁 국면에 따라 호르무즈해협에서 벌어질 수 있는 국제사회 주도의 기뢰 제거에 기여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점을 알리려는 것이다.
◆美·이란 사이에서 ‘균형 잡기’
정부의 청해부대 파견 연장 수정 동의안에는 미국·이란·아덴만 정세를 모두 고려한 흔적이 엿보인다.
홍해-바브엘만데브해협-아덴만으로 이어지는 항로는 이란 전쟁 개전 직후 호르무즈해협을 우회할 수 있는 경로로 주목받아왔다. 이에 따라 아덴만을 오가는 선박이 증가했고, 이를 노리는 해적의 활동도 늘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아덴만 해역의 해적 활동이 지난해의 3배 이상으로 급증했다”며 “전력이 홍해와 호르무즈 지역으로 집중되는 것을 틈타 해적 활동이 증가하고 오만 남방 지역까지 확대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구축함보다 훨씬 넓은 면적을 빠르게 정찰할 수 있는 P-8A 해상초계기는 아덴만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단이 된다.
수정 동의안에 포함된 청해부대의 작전 구역은 이란 변수를 세심하게 고려했다는 평가다. P-8A가 활동할 청해부대의 임무 확대 구역은 호르무즈해협과 파키스탄 인접 해안에 배치되어 있을 이란 지대공미사일 사정권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또한 P-8A가 이란 해안을 정찰할 가능성도 배제하는 효과가 있다. 청해부대 작전 구역을 넓히면서도 이란에 위협을 주지 않는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이란의 반발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 전쟁 초기부터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요구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기조를 고려한 모습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산 에너지에 의존하는 국가들이 호르무즈해협 안전을 지키는 데 참여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특히 기뢰 제거 능력을 보유한 국가들의 역할을 언급하는 등 해상교통로 안전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군사적 기여를 요구했다.
이번에 정부가 추가 파견할 폭발물처리반(EOD), 무인소해장비는 기뢰 등 폭발물 위협 대응과 관련된다. 그런데 아덴만 일대를 오가는 상선을 위협하는 기뢰의 존재는 현재까지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EOD와 무인소해장비가 추가된 것은 향후 아랍에미리트(UAE) 동부 해안을 거점으로 무인소해장비를 운용·통제하는 방식으로 호르무즈해협에서 임무를 수행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사전 대비 성격을 띠고 있다는 해석이다.
◆미국·이란에 끼칠 영향은
정부의 이번 결정이 최근 중간선거에서 참패로 정치적 수세에 몰린 트럼프 행정부에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 교수는 “이란 전쟁으로 국내 정치에서 궁지에 몰려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결정을 활용해 ‘국제사회가 함께하고 있다’는 명분을 확보할 수 있다. 일본 등 다른 동맹국의 참여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한국의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정치적 목표를 상당 부분 뒷받침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이란과의 관계에서는 일정 부분 부담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인근 해역에서 타국의 군사력이 확대되는 데 거부감을 느껴 강경한 태도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이 호르무즈해협에 직접 진입하지 않고 청해부대의 활동 범위를 제한했다는 점에서 이란 역시 강하게 반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혁 한국외대 페르시아어·이란학과 교수는 “이란 정부가 입장을 내놓을 가능성은 높지만, 강하게 항의하기에는 애매한 측면이 있다. 지난 2월28일 개전 이후 외교장관 특사를 파견했던 것처럼 고위급 소통을 통해 한·이란 관계를 꾸준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외교부는 미국과 이란 양측과 소통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박두순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우리 국민 보호와 경제적 이익 수호를 위해 필요한 방안과 기여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며 “이란과도 여러 외교 채널을 통해 소통 중”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