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세계와우리] 위기의 한반도, 어떻게 지킬 건가

입력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두 국가론’ 北, 연일 무력시위
美엔 대화여지… 中 지렛대 삼아
한·미 동맹에도 이상신호 감지
냉정함 갖고 고차방정식 풀어야

한반도 안보의 경고음이 증폭되고 있다. 첫 번째 위협은 역시 북한이다. 북한은 이미 헌법까지 수정해 한국을 ‘동족의 범주에서 영원히 배제’하고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규정했고, ‘두 국가론’에 따라 군사분계선(MDL)을 따라 철책과 지뢰지대, 전술도로를 건설하고, 올해만 해도 50여차례 침범했다. 매설 지뢰로 우리 장병이 다쳤음에도 책임을 한국에 전가하더니, 최근에는 집속탄 탄도미사일, 자폭 드론, 600㎜ 방사포 등을 공개하며 핵·재래식 통합(CNI) 위력 시위까지 벌이고 있다.

이러한 북한의 행태는 남북관계의 성격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다. 우리 정부의 ‘체제 존중, 흡수통일 불추구, 적대행위 불추진’이라는 선의가 무색하게 북한은 9·19 군사합의의 단계적 복원과 군사 회담 제안에도 묵묵부답이다. 오히려 무력 위협에 심리전까지 활용하는 회색지대(Grey Zone) 전술까지 병행한다. 이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이 물리적 현실이 됐다는 뜻이다. 게다가 10월24일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압록강대교 개통을 계기로 단둥을 당일치기로 방문해 중국도 챙겼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국제전략학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국제전략학

또 하나는 한·미동맹에 이상 신호가 잇달아 감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4월 통일부 장관의 ‘구성 핵시설’ 발언 뒤 미국은 일부 대북 위성정보 공유를 제한했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외교장관 회담에서 이를 문제 삼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합훈련’의 ‘대폭 축소’를 지시했고,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전시작전권 조기 전환에 ‘시간도 조건’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진의야 어찌 됐든 우리 국방장관의 ‘미군을 믿을 수 있나’라는 말도 나왔고, 한·미 안보협의회의(SCM)는 일정이 내년으로 밀렸다.

한국의 유일 동맹인 미국과의 갈등은 한국의 안보 현실에서 우려스러운 일이다. 일단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동맹을 가치 공동체보다 거래의 대상으로 다루기도 하지만,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 이행 및 방위비 증액,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하나의 협상 판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군사적으로 중국 견제를 최우선으로 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주한미군의 역할을 한반도 방어에 국한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대만해협 유사시 일정한 역할 수행 얘기가 반복되면서 우리의 어려움이 커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한반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북핵이나 한반도 문제 논의가 실종 상태다. 7년 만에 평양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비핵화’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북한은 이 틈을 노려 미국과는 대화 여지를 남기면서 중국을 동원해 한국을 배제하는 ‘통미중봉남’(通美中封南)까지 획책하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8월 방한해 남북을 ‘두 개의 국가’로 공식 표기하고, 한국에 ‘진정한’ 자주 외교를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동맹이 흔들리면 북한과 중국의 지렛대는 커지게 마련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회담 가능성에 최근 유보적이지만, 중국 선전(深?)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계기에 접촉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것도 현실이다. 남북 긴장에 한·미동맹 역할 조정, 미·중 전략경쟁까지 맞물리면서 안보 문제는 고차원 복합 방정식이 되었다. 핵을 쥔 북한이 미국과 직거래하고 중국의 묵인 구도가 더해지면, 대화의 문만 바라보는 한국은 한반도 문제의 국외자가 된다. 동맹이 축복이나 저주의 대상은 아니지만 한·미동맹을 폄훼하면서 북한에 대해 우리만 문을 열어두는 것을 ‘평화정책’이라고 하기 어려운 이유다.

평화는 선의가 아니라 힘과 원칙 위에서 지켜진다. 북한은 우리 대북정책이 정권마다 바뀌며 국론이 분열하는 사이 이를 협상력으로 바꿔왔다. 그러나 국가의 명운이 걸린 안보의 출발점은 검증 가능한 현실이어야 한다. 남북관계 악화를 이유로 대화를 부정해서도 안 되지만, 대화 의지만으로 상대 행동이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는 금물이다. 이럴수록 북한의 전략 공간은 넓어지게 마련이다.

국민의 안전과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에 기반한 일관된 원칙을 세우지 못하면 난파선이 되기 십상이다. 실제 위협과 조절 가능한 마찰을 구분하는 냉정함이 절대 필요하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국제전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