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신천지 신도 집단 입당’ 의혹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6일부터 당내 인사들에게 개별 열람시키기로 하면서 계파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김민석 대표는 전면 공개에 따른 혼란을 막고 당내 자정과 제도 개선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친청(친정청래)계는 의혹 제기의 근거와 정치적 책임을 따져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제한적 열람이 갈등 봉합의 열쇠가 될지, 조사 결과를 둘러싼 해석 차이로 책임 공방을 키우는 ‘판도라의 상자’가 될지 당내 우려도 커지고 있다.
◆6일 열람… ‘판도라의 상자’ 될까
김 대표는 5일 당 유튜브 방송 ‘민티07’에서 조사 결과를 전면 공개하지 않은 데 대해 “전면 공개 방식으로 갔다 하더라도 내부에서는 지금과 같은, 또는 더 큰 다양한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며 “반발이라는 것은 어떤 측면이든 다 존재할 것이고 더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의원총회에서 조사 결과를 일괄 보고하려던 방침을 바꾼 데 대한 해명이다.
민주당에 따르면 열람을 원하는 현역 국회의원과 지역위원장은 6일부터 13일까지 국회 내 당 사무총장실에서 당원정비 태스크포스(TF)의 조사 결과를 개별 확인할 수 있다. 자료는 별도로 제공하지 않는다.
민주당은 애초 3일 비공개 의총에서 조사 결과를 보고하려 했으나 이를 취소하고 희망자 열람으로 전환했다. 당시 김 대표는 8월 전당대회 때 경쟁자인 정청래 전 대표를 겨냥해 제기한 ‘반명·분열주의·신천지 3자 비밀연합’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었다며 사과했다.
김 대표는 이날도 “당원 여러분께 죄송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다”며 “솔직히 말씀드리면 불편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종교의 정치 개입 문제는 쉽게 풀기 어렵고 수사로 해결하는 방식에도 한계가 있다며 내부 열람을 통해 우려점을 확인하고 제도적으로 개선하는 등 당의 자체 역량으로 문제를 풀겠다는 뜻을 밝혔다. 친청계의 책임 요구에는 “결론으로 자연스럽게 정리해 갈 수 있다고 본다”며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의원총회에서 자신의 제안이 일단 받아들여진 만큼 남은 절차를 거쳐 문제를 해결하고 민생 과제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한정애 사무총장은 전날 당 유튜브에서 “상당한 숫자의 신천지 신도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전체 숫자와 개별 이름은 확인되지 않았고 지역위원회별 규모는 어느 정도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한 사무총장은 지역 당원 관리 차원에서라도 의원과 지역위원장들이 열람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친청계 공개사과 압박… 공방 확산
문제는 조사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새로운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신천지 신도로 추정되는 인사들의 입당 정황이 확인되더라도 이들이 특정 계파와 연대했다는 ‘3자 비밀연합’ 의혹까지 입증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친청계는 조사 결과 열람과 의혹 제기에 대한 책임 규명을 별개의 문제로 보고 있다.
정 전 대표는 의혹으로 피해를 본 이들의 심정을 헤아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성윤 최고위원은 의혹을 공표한 목적과 근거를 따져야 한다고 했고, 한민수 최고위원도 공개 사과와 상응하는 책임을 촉구했다.
제한된 장소에서 자료만 확인하는 방식이 논란을 잠재우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있다. 조사 결과를 받아들이는 기준이 다르거나 열람 이후 일부 내용이 전해질 경우 새로운 의혹과 반박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초선 의원은 “열람 이후에도 조사 내용과 의혹 제기의 타당성을 둘러싼 해석이 엇갈릴 경우, 갈등은 더 심각해질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다른 의원은 “확인된 문제를 어떻게 바로잡을지 지도부가 후속 대책까지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김 대표의 사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갈등 수습 방식에는 엇갈린 주문이 나왔다. 박지원 의원은 4일 CBS 라디오에서 김 대표의 사과를 “잘했다”고 평가하면서도 “김민석 대표가 잘못하고 있는 게 소통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조사 결과 보고를 준비한 박선원 최고위원과 정 전 대표에게 사전에 양해를 구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정 전 대표에게도 “벼룩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불태워서는 안 된다”며 갈등 자제를 당부했다. 김영진 의원은 5일 MBC 라디오에서 “120명이 있는 국회의원 앞에서 공개적으로 사과를 했고 유감 표명을 했던 사안”이라며 추가 공개 사과는 김 대표가 판단할 문제라고 했다.
정 전 대표가 ‘취임 100일이 지나면 어떤 깃발을 들지 생각 중’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서도 과거 당이 어려웠을 때 탈당하지 않았던 행보를 거론하며 당의 통합과 단결에 힘을 보탤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