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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1600만원 이자 냈다…65억 건물주 강민경이 용산 ‘좁은 집’ 택한 속사정

8년 만에 하이엔드 비운 30대 CEO의 냉철한 계산법

연예인들이 자산을 불릴 때 선택하는 정석은 명확하다. 서울 한남동이나 청담동의 더 넓은 평수, 더 비싼 하이엔드 아파트로 몸집을 키우며 성공의 크기를 과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다비치의 멤버이자 패션 브랜드 대표인 강민경의 행보는 그 공식을 정면으로 비껴간다. 8년 동안 머물며 유튜브 채널을 키우고 브랜드의 뼈대를 다졌던 한남동 집을 정리하고, 오히려 지금보다 평수가 더 좁고 구조가 독특한 용산구의 새 거처로 이사를 확정했다. 화려한 확장 대신 실속을 택한 이 파격적인 이동은 단순한 거주지 변경을 넘어, 그가 수년간 피땀 흘려 쌓아 올린 자산 운용 방식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가수와 브랜드 디렉터를 오가며 자신만의 독보적인 커리어를 다져온 다비치 강민경. 세정 제공
가수와 브랜드 디렉터를 오가며 자신만의 독보적인 커리어를 다져온 다비치 강민경. 세정 제공

대중은 종종 강민경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 연예인으로만 소비하지만, 지난 몇 년간 그가 보여준 실물 경제에서의 행보는 웬만한 전문 사업가 못지않게 매섭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22년 매입한 서울 마포구 합정동 빌딩이다.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에 달하는 이 근린생활시설의 매매가는 무려 65억원. 당시 전체 매매가의 80%에 달하는 55억원을 대출로 조달하는 거친 베팅이었다. 채권최고액이 설정되면서 매달 고정적으로 빠져나가는 이자만 약 1600만원 안팎으로 추정됐다. 부동산 시장 일각에서는 ‘고점 매수’라거나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쓴소리가 터져 나왔고, 월 1600만원이라는 거액의 이자는 30대 여성 뮤지션이자 초보 최고경영자(CEO)에게 매달 어깨를 짓누르는 현실의 무게였다.

임대 수익 대신 브랜드의 뿌리를 심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단행한 합정동 사옥 전경. 네이버부동산
임대 수익 대신 브랜드의 뿌리를 심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단행한 합정동 사옥 전경. 네이버부동산

그러나 강민경의 계산법은 투기성 시세 차익에 머물지 않았다. 그는 건물을 사들인 뒤 어두운 외관을 깔끔한 흰색으로 전면 개조하고, 건물의 전 층을 자신이 론칭한 패션 브랜드 아비에무아의 플래그십 스토어와 본사 사옥으로 곧바로 활용했다. 외부 임차인에게 월세를 받는 대신, 매달 나가는 대출 이자를 사실상 브랜드의 고정 사업비 개념으로 흡수한 것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수십억대 대출을 짊어진 위태로운 건물주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임차 불안에 떨지 않고 자사 브랜드의 뿌리를 단단하게 박아 넣은 영리한 수직 계열화였다. 눈앞의 화려한 이익보다 탄탄한 실물 자산을 바탕으로 회사를 굴리는 진짜 사업가의 경영 방식이었다.

 

이 같은 실리주의는 8년 전 그가 처음 둥지를 틀었던 한남동 집에서부터 다져진 내공이다. 시작부터 탄탄대로는 아니었다. 대중에게 그는 오랫동안 다비치의 보컬로 기억되어 왔지만, 그 집에 입주한 무렵부터 그의 삶은 완전히 다른 트랙으로 진입했다. 방송국 스튜디오의 편집된 화면에만 머물지 않고 직접 카메라를 켜고 유튜브 채널 ‘걍밍경’을 시작했다. 편집을 배우고 소소한 자취 일상을 공유하며 자신만의 강력한 팬덤과 콘텐츠 지형도를 구축했다. 100만 구독자를 넘긴 대형 채널로 성장하며 그는 방송국 외주 시스템에 기대지 않는 독자적인 미디어 파워를 거머쥐었다.

방송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고, 카메라 뒤에서 치열하게 브랜드를 빌드업해 온 일상. 강민경 SNS
방송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고, 카메라 뒤에서 치열하게 브랜드를 빌드업해 온 일상. 강민경 SNS

그 도약의 발판 위에서 세상에 내놓은 결정체가 바로 패션 브랜드 아비에무아였다. 20평 남짓한 작은 사무실에서 출발해 원단 선정부터 브랜딩, 디자인 전 공정에 직접 뛰어들었다. 연예인 이름만 빌려주는 허울뿐인 장사가 아니었다. 브랜드가 본궤도에 오르자마자 65억원짜리 사옥 매입이라는 과감한 결단으로 이어졌고, 그 모든 과정의 격동기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묵묵히 지켜본 목격자가 바로 한남동의 옛 보금자리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최근 “용산의 모든 매물을 다 훑었다”며 1년 넘게 발품을 판 끝에 새로운 이사를 단행한 행보는 단순한 집 넓히기가 아니다.

 

몸집을 불리는 대신 택한 이 아담한 공간은, 화려한 외형을 좇기보다 자신의 현재 동선과 실속에 맞게 공간을 재단한 결과다. 실제로 그는 좁아진 공간에 맞춰 그동안 수집해 온 고가의 디자이너 조명과 가구, 식기류를 다 들여놓을 수 없게 되자, 대규모 기부 플리마켓을 열어 수익금 전액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과거 연말 유튜브 수익금에 사비를 더해 소아병동에 1억5000만원을 쾌척했던 전례처럼, 삶의 공간을 재단하고 비우는 과정마저 철저하게 사회적 가치와 연결하는 방식이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의 동선과 삶의 철학에 맞춰 공간을 재단하는 감각. 강민경 SNS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의 동선과 삶의 철학에 맞춰 공간을 재단하는 감각. 강민경 SNS

18세의 나이에 가요계에 데뷔해 18년의 세월을 통과한 강민경은 이제 단순한 스타를 넘어선다. 65억원 규모의 사옥 대출 이자를 매달 정면으로 감당해 내고, 남의 시선에 갇히지 않은 채 자기가 딛고 설 주거 공간과 사업의 크기를 냉철하게 조율한다. 한남동을 떠나 용산의 좁은 보금자리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은, 허울 좋은 타이틀 대신 주체적인 자신만의 기준으로 삶의 크기를 다져가는 성숙한 행보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