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국적을 가진 기초연금 수급자가 4년 만에 2.3배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4월 21일부터는 19세 이후 국내에 5년 이상 살지 않은 사람은 기초연금을 새로 받을 수 없다.
입국 뒤 얼마나 살았는지는 묻지 않던 기초연금에 거주 기간 문턱이 생기는 것이다.
5일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달 펴낸 ‘2027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집계 복수국적 기초연금 수급자는 2021년 3621명에서 지난해 8176명으로 125.8% 늘었다. 2022년 4644명, 2023년 5716명, 2024년 7034명으로 해마다 1000명 넘게 불었다.
같은 기간 이들의 월평균 수급액은 27만2000원에서 32만원으로, 연간 총지급액은 118억2000만원에서 314억원으로 늘었다.
◆ 왜 이렇게 늘었나
배경에는 2011년 도입된 국적법의 복수국적 특례가 있다. 외국에서 살다가 영주할 목적으로 만 65세 이후 입국해 국적회복허가를 받은 사람은 외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고 한국 국적을 함께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기초연금법에는 입국한 뒤 최소한 얼마나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요건이 없었다. 65세 이상이고 소득인정액이 선정기준액 이하이면 받을 수 있었다. 국외 체류가 60일 이상 이어지면 그다음 달부터 지급을 멈추는 사후 조항만 있다.
소득·재산 심사에도 빈틈이 있었다. 복수국적자가 해외에서 받는 공적·사적 연금이나 해외 금융자산은 국내 행정망으로 파악하기 어려워 수급 자격 심사의 사각지대로 남았다.
예산정책처는 국내에서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내 온 사람은 소득이 촘촘하게 파악돼 급여가 깎이는 것과 달리 “해외에서 생애주기를 보낸 복수국적자는 자산 검증의 사각지대 속에서 최고액의 급여를 수령하는 심각한 역진적 형평성 훼손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내년 4월부터 누가 못 받나
이 빈틈을 메우는 기초연금법 개정안은 지난달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같은 달 20일 공포됐다. 시행일은 공포 6개월 뒤인 내년 4월 21일이다.
개정법은 “19세 이후 국내에 5년 이상 거주하지 아니한 사람에게는 기초연금을 지급하지 아니한다”는 조항을 새로 넣었다. 복수국적자에 한정하지 않고 기초연금을 신청하는 사람 모두에게 걸리는 요건이다.
예외도 뒀다. ‘역사적 이주 배경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사람은 거주 기간을 채우지 못해도 받을 수 있다. 예외 대상과 거주 기간을 따지는 기준·방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신고 의무도 생긴다. 기초연금을 신청하는 사람과 그 배우자는 국외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상의 소득이나 재산이 있으면 신청할 때 이를 신고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 등이 수급 자격을 확인하려고 자료를 요구하고 조사하는 소득·재산에도 ‘국외에서 얻거나 보유하고 있는’ 것이 들어갔다.
복지부는 “국외 자산까지 종합적으로 파악함으로써 노인 가구의 실질적인 경제능력에 부합하는 공정한 기초연금 체계가 확립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다만 예산정책처는 복수국적자 기초연금 예산이 전체의 0.1% 안팎에 그친다면서도 “조세 및 금융 정보 교환 체계를 활용한 해외 자산 검증 인프라 구축 등 제도운영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 등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이미 받고 있다면?
새 거주 요건과 국외 소득·재산 신고 의무는 법 시행 이후 기초연금을 신청하는 사람부터 적용된다고 개정법 부칙은 정했다. 지금 기초연금을 받고 있는 사람이 거주 기간 요건 때문에 곧바로 지급 대상에서 빠지는 것은 아니다.
나이와 소득 기준은 그대로다. 기초연금은 대한민국 국적을 갖고 국내에 주민등록을 둔 65세 이상 가운데 가구 소득인정액이 선정기준액 이하인 사람이 받는다. 재외국민으로 주민등록을 한 사람은 신청할 수 없다.
올해 선정기준액은 단독가구 월 247만원, 부부가구 월 395만2000원이다. 기준연금액은 월 34만9700원이다.
한편 기초연금 수급 자격 문의는 보건복지상담센터(129)와 국민연금공단(1355)에서 받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