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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민원인 1명이 2000여건 청구”… 경기 지자체 ‘정보공개 폭탄’ 몸살

화성 공무원들, 제도 개선 촉구
괴롭힘 수단 악용·행정마비 초래
용인·수원 등 곳곳 피해 잇따라
“관련법 개정해 권리남용 막아야”

경기도 일선 시·군에서 악성민원에 가까운 반복적 행정정보 청구 사례가 잇따르면서 공무원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도입된 제도가 공무원을 괴롭히고 행정력을 마비시키는 ‘행정 폭력’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비판과 함께 지방자치단체와 공무원노동조합은 경찰 고발과 비판 집회 등 대응에 나섰다.

5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전날 전국공무원노조 경기지역본부 화성시지부는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정 청구인의 무분별한 정보공개 청구 행위를 규탄하며 정보공개법 개정을 촉구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기지역본부 화성시지부 소속 공무원이 4일 화성시청 로비에서 과도한 정보공개 청구 실태를 알리기 위해 갑티슈 2000개를 쌓아 올리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전공노 제공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기지역본부 화성시지부 소속 공무원이 4일 화성시청 로비에서 과도한 정보공개 청구 실태를 알리기 위해 갑티슈 2000개를 쌓아 올리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전공노 제공

노조 측은 민원인 A씨가 올해 1월부터 지난달 26일까지 10개월간 시에 무려 2166건의 정보공개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청구 1건당 평균 10개의 세부 항목이 포함돼 있어 담당 공무원들이 실제 검토·처리해야 하는 항목만 2만여 개를 웃도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는 “자료 수집과 공개 가능 여부 검토, 반복되는 이의신청 등으로 담당 직원들이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무기력감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특정 민원 대응에 행정력이 집중되면서 정작 시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행정서비스가 지연되는 등 2차 피해도 가중되고 있다. 화성시는 이번 사태를 명백한 업무방해 행위로 보고 지난달 22일 해당 청구인을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 조치했다.

화성시 노조는 이번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점심시간 릴레이 1인 시위, 대시민 홍보전, 국회의원 면담 및 법 개정 의견서 제출 등 4단계 투쟁을 이어갈 방침이다. 또한 정보 가공이 필요한 요구는 부존재 처리할 수 있도록 명확한 대응 기준을 정립하고, 피해 공무원에 대한 법률·심리 지원 등 실효성 있는 보호 체계 구축을 시에 요청했다.

정보공개 청구로 인한 행정 마비는 화성시뿐만의 문제가 아니다. 용인시에선 지난 8월 지자체 행정에 불만을 품은 지역 관계자가 열흘간 시청 다수 부서를 대상으로 21개 분야 2200여 건에 달하는 대규모 정보공개를 신청했다. 당시 청구 항목에는 20년 이상 지난 민간 개발사업 자료와 인적 사항, 징계 관련 개인정보 등 비공개 대상 자료도 대거 포함돼 공무원노조가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청구인을 경찰에 고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수원시에서도 지난 7월 민원인 1명이 박물관 대관과 관련한 위원회 운영과 심의 내역 등 예술 분야 정보공개청구 50건을 무더기로 신청한 사례가 있었다.

현장에선 현행 제도가 무작위적이고 악의적 청구를 제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부족해 사태를 키웠다고 지적한다. 공무원의 노동권을 침해하고, 대민 서비스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노조 관계자는 “이미 담당 고유 업무가 있는 상황에서 정보공개청구 답변을 위해 관련 자료를 찾거나 가공해야 하는 부담이 크다”며 “권리 남용을 제한할 수 있는 정보공개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이날 정보공개의 이의신청 대상을 확대하는 대신 담당 공무원을 보호하는 내용을 담은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6일부터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다만, 개정안에선 공무원 보호의 대상이 폭언·욕설·협박 등으로 제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