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1·3 중간선거 결과는 연방대법원을 비롯한 사법부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법관 등 연방판사 임명 동의권을 쥔 상원의 다수당 자리가 민주당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리 보수 성향 법조인을 연방법원 법관에 기용하려 해도 상원이 동의를 안 해주면 불가능하다.
5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따르면 강경 보수 성향의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은 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당분간 은퇴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오는 2027년 6월 말 끝나는 이번 개정기까진 대법관으로서 임무를 계속 수행할 뜻을 내비쳤다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이는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상원 다수당 지위를 잃으면 얼리토는 용퇴할 것’이란 보수 진영의 일각의 관측 또는 희망을 깬 것이다. 현재 상원은 여당인 공화당이 53석으로 다수당이다. 민주당 압승으로 끝난 중간선거 결과가 반영된 새 상원은 오는 2027년 1월 초 출범한다. 그때까지 약 2개월의 시간이 있는데, 이 기간 공화당은 상원 다수당으로서 마지막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연방법관 인준권이다. 만약 얼리토가 용퇴 의사를 밝히고 트럼프가 즉각 후임 대법관 후보자를 지명한다면 새로운 보수 대법관 임명이 가능하다. 현재 76세로 고령인 얼리토를 젊은 보수 법조인으로 대체해 향후 20∼30년간 대법원 판결에 영향을 끼치토록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에서 대법관을 비롯한 연방판사는 종신직이다. 얼리토는 같은 보수 성향의 클래런스 토머스(78) 대법관과 더불어 9명의 현직 대법관들 가운데 나이가 가장 많은 편이다. 민주당이 상원을 지배하는 동안 이들이 건강 악화로 대법관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면 그 후임 대법관직은 보수 말고 진보 법조인에게 넘어갈 공산이 크다. 이렇게 되면 현재 ‘보수 6 대(對) 진보 3’의 대법원 구도가 ‘진보 5 대 보수 4’로 뒤집힌다.
그 때문에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의 패색이 짙어지자 보수 진영에선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으로 있는 동안 고령의 보수 대법관들이 용퇴하고 젊은 보수 법률가들을 대법원에 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일각에선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 자리를 민주당에 빼앗기면 토머스와 얼리토 중 적어도 한 명은 즉각 은퇴를 선언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폈다.
이 같은 압박은 ‘역대 최장수 대법관’의 기록을 세우길 꿈꾸는 토머스보다는 얼리토에게 더 집중적으로 가해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얼리토 스스로 용퇴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밝힘에 따라 지금의 ‘보수 대법원’ 시대가 계속되길 바랐던 인사들로선 허탈함을 금할 수 없게 됐다.
공화당 전략가들은 이번에 상원에서 확립된 민주당의 우위가 2032년까지 적어도 6년은 더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 상원은 총 100석을 한꺼번에 교체하지 않고 2년마다 3분의 1씩 바꾸는 만큼 인적 구조의 변화가 매우 느리다. 벌써부터 ‘향후 6년간 대법원 및 하급심 연방법원에 보수 법조인의 입성은 불가능할 것’이란 탄식이 쏟아지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