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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도 예언자도 모두 여성 소리꾼… 국립창극단 ‘오이디푸스’ 26일 개막

최진아·배삼식이 판소리로 다시 쓴 ‘오이디푸스 왕’

고대 그리스 소포클레스가 남긴 비극을 국립창극단이 무대에 펼친다.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 왕을 여성 소리꾼이 맡는다. 그의 처남 크레온도, 눈먼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도 여성 단원의 몸과 소리로 다시 관객앞으로 불러낸다. 

 

창극 ‘오이디푸스’는 26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에서 공연된다. 국립극장은 이번 작품 출연진 전원을 국립창극단 여성 단원으로 꾸렸다. 일인다역이 기본인 판소리에서 소리꾼이 성별과 신분을 오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최진아 연출은 “비극을 특정 성별의 경험이 아닌 인간 보편의 이야기로 풀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공연가에서 올해는 유독 오이디푸스를 자주 만날 수 있었다. 7월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는 국민배우 최수종이 오이디푸스를 연기했고 9~10월 명동예술극장에서는 국립극단이 오이디푸스를 장애인이자 이주민인 소수자로 그렸다.

 

이번 무대의 뼈대는 원작을 따른다. 역병이 덮친 테베 왕 오이디푸스는 선왕 라이오스를 죽인 범인을 찾아 나선다. 수사가 집요해질수록 단서는 수사관 자신을 가리킨다. 범인을 쫒는 사람이 곧 범인이라는 구조는 2400년이 넘도록 낡지 않은 이 비극의 힘이다. 이번 무대는 운명의 힘보다 그 앞에서도 진실을 안 접는 인간의 선택에 무게를 둔다. 알고 있으나 말하지 못하는 눈먼 예언자와 눈앞의 진실을 못 보는 왕의 대결이 그 중심이다.

창극 ‘오이디푸스’의 주역 이소연. 국립극장 제공
창극 ‘오이디푸스’의 주역 이소연. 국립극장 제공

극본은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 ‘리어’를 쓴 배삼식이 맡았다. 서양 고전을 소리의 호흡에 맞는 우리말로 옮겨 온 극작가다. 최 연출에게는 첫 창극이지만 오이디푸스로는 2017년 연극 ‘오이디푸스-알려고 하는 자’로 루마니아 바벨페스티벌 연출상을 받았다.

 

음악은 작창가 장서윤과 작곡가 장석진이 함께 짰다. 장서윤은 2001년 국립창극단 어린이창극 주역으로 데뷔해 이 단체의 인턴단원을 거친 뒤 작창으로 나아간 소리꾼이다. 피리·대금·가야금·거문고·아쟁에 바이올린·비올라·첨로·더블베이스·건반을 더한 16인조 악단이 장단을 받치고 성부를 나눈 코러스가 인물의 노래와 교차한다.

창극 ‘오이디푸스’ 연습 풍경. 국립극장 제공
창극 ‘오이디푸스’ 연습 풍경. 국립극장 제공

오이디푸스는 국립창극단 이소연이 맡는다. ‘정년이’의 윤정년, ‘변강쇠 점 찍고 옹녀’의 옹녀를 맡았던 배우다. 이소연은 “오이디푸스가 겪는 불안과 갈등, 그 안의 인간적인 모습을 섬세하게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오카스테 김미진, 크레온 이연주, 테이레시아스 민은경은 모두 판소리 명창부 대통령상을 받았다.

 

무대는 경사진 무대에 지름 7.8m 원형 발광다이오드(LED)를 설치하고 인체 혈관에서 착안한 영상을 비춘다. 의상도 현대 의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