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줄줄이 터진 금융권 해킹 사태로 37개사에서 47만건이 넘는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탈취된 자금규모도 10억원에 달했다. 금융당국은 전 금융권의 보안취약점을 전수점검하기로 했다. 관리가 중대하게 부실했거나 안이하게 대응한 금융사 경영진에는 엄정한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보이스피싱 피해금의 일정 부분을 금융사가 보상하는 무과실책임 제도 도입도 지원한다.
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권 침해사고가 확인된 지난 9월30일 이후 이달 3일까지 총 37개사에서 40건의 침해사고가 신고됐다. 은행·보험·증권 등 전통 금융업권뿐 아니라 가상자산업, 전자금융업, 온투업 등 전 업권에서 침해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14일 금융권 체크리스트 점검이 완료된 이후에는 주로 중소규모 증권·보험사나 전자금융업, 온투업, 가상자산거래소 등에서 침해사고가 보고되고 있다. 업종별로는 은행 4개사, 금융투자 5개사, 보험 3개사, 저축은행 5개사, 상호금융 1개사, 여신 2개사, 온투업 4개사, 전자금융업 10개사, 가상자산 3개사 등이다.
유출 규모는 약 47만3000건으로 파악됐다. 주로 임직원 정보나 고객 성명,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등 금융사 영업과정에서 수집한 정보들이다. 다만 계좌 비밀번호 등 부정결제 우려가 있는 정보유출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일부 소규모 가상자산거래소·전자금융업자·온투업권에서 자금이 탈취되는 사고도 발생했다. 규모는 약 10억원 수준으로 신고됐다. 주로 가상자산 핫월렛, 소비성 포인트, 온투업 예치금 등 고객자금을 통합 관리하는 계정 등에서 자금이체가 발생했으며, 개별 이용자의 자금손실은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지난달 1일 신한은행은 대출모집인이 고객 대출 신청 현황을 조회하는 모바일홈페이지 서비스에서 해킹으로 고객 2만5000여명의 정보가 빼돌려졌다고 신고했다. 이튿날에는 KB국민은행(119명, 이후 재검증에서 2210명으로 확대)과 하나은행(89명), BNK부산은행(외주 개발직원 11명) 등에서 잇따라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저축은행권에서도 예가람저축은행(4만여명)에 이어 웰컴·OK·DB저축은행, 상호금융에서는 새마을금고 등이 뚫렸다. 지난 달 26일에는 미래에셋생명이 보험사 가운데 처음으로 침해사고를 공지했고, 대신증권은 지난 달 28일 고객 3만8490명의 정보가 유출됐다고 공지했다. 빗썸과 미래에셋자산운용, 한양증권 등에서도 고객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금융권 해킹 사고가 끊이지 않음에 따라 금융당국은 보안 취약점 점검과 제도 개선에 착수한다. 전통 금융업뿐만 아니라 전금업, 온투업과 전금법 적용 대상이 아닌 가상자산업권까지 포함해 약 580여개사를 전수점검 대상에 포함한다.
또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 최고투자책임자(CIO) 역할·책임, 외부접점 관리에서 의사결정 절차 등 내부통제 운영실태도 점검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보안상 위험을 알고도 방치하거나 기본적인 관리조차 소홀히 하고 형식적인 점검과 안이한 대응으로 사고를 초래하거나 피해를 키우는 행태는 용납하지 않겠다”며 “중대한 관리 부실이나 대응 소홀은 CEO를 포함한 경영진의 책임까지 관련 법령에 따라 엄정하게 묻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권 공동 해킹 관제시스템을 고도화한다. 대형 금융사가 대응할 수 있도록 통합관제시스템(FIRST)을 고도화해 다음 달 시범운영한 뒤, 내년 1분기 전 금융권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중소형 금융사에는 금융보안원의 원스톱 AI 방어 서비스, 맞춤형 보안 안내서 등을 지원하고, 단계별 경보체계와 행동 요령 등도 순차적으로 지원한다. 2차 피해 방지를 위해서는 다크웹 등 개인정보 유통을 모니터링하고 차단 조치한다.
보이스피싱 피해금의 일정 부분을 금융사가 보상하는 무과실책임 제도 도입을 위한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안 입법도 적극 지원한다. AI 기반 보안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망분리규제 전면해제 태스크포스(TF)’를 본격 가동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한다.
당국은 전 금융권에 전산보안 규율을 확립하기 위한 디지털금융안전법도 내년 1분기 중 마련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