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의 후폭풍이 한국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상·하원과 더불어 주지사 선거에서도 압승을 거둔 민주당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규제를 강화할 것이란 우려에 6일 코스피는 장중 5000선이 붕괴됐다. 주요 증권사들은 AI 투자 수익성 및 반도체 수요 위축 우려가 주가에 과도하게 반영됐다는 진단을 내렸다. 그렇더라도 반도체 호황 홀로 우리 경제와 증시를 떠받드는 구조에선 이번처럼 외풍이 시장을 뒤흔드는 사태를 막을 뾰족한 대책이 없다. 답답하기 짝이 없다.
이날 국내 증시는 반도체 과의존에 따른 취약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간밤 중간선거 여파로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 종합지수는 5.52% 폭락, 구성 종목의 시가총액이 하루 기준 역대 최대인 약 2조5000억달러(약 3400조원) 증발됐다. 이미 코스피는 전날에도 5.28% 급락해 이날 추가 하락이 제한적일 것으로 기대됐으나 하락 폭은 더 커졌다. 개장 직후 8% 넘게 폭락해 3분 만에 5000선이 무너졌다. 서킷브레이커 발동으로 20분간 매매 정지 후 거래가 재개됐으나 30분여만에 전날에 이어 매도 사이드카까지 터져 나왔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6.02% 내린 5059.69로 거래를 마쳐 5000선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코스닥 역시 개장 직후인 오전 9시 6분쯤 전날에 이어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AI 투자를 둘러싼 시장의 우려는 자금 조달 문제를 넘어 투자금 회수 가능성에 대한 의심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이번 미국 중간선거는 물과 전기 부족을 이유로 AI 데이터센터 건설 중단과 계획 보류를 주장해온 민주당의 선전 여부에 이목이 쏠렸었다. 민주당은 이번에 연방의회와 더불어 텍사스·조지아·오하이오·네바다·아이오와 등 5곳 주지사까지 탈환했는데, 이들 지역에서 건설 중이거나 계획된 데이터센터는 미국 전체 전력 공급 프로젝트의 40%를 웃돈다. AI 투자심리가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금융시장에선 데이터센터 건설 지연이 반도체 주문 감소와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도 당분간 가라앉긴 힘들어 보인다. 외환시장도 심상치 않다. 이날 원·달러 환율도 14.5원이나 뛴 달러당 1356.6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이 우리 증시에서 2조8706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한 탓이 크다. 외국인 자금 이탈이 외환시장의 안전성을 해치지 않도록 경계를 늦춰서도 안 된다.
정부는 금융시장 충격이 실물경제로 번지지 않도록 선제 조치를 강구하고 적기에 시행해야 할 것이다. 이날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열린 관계기관 합동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선 오는 9일부터 증권사의 신용융자 담보 비율 유지 의무(140%)를 3개월간 면제하기로 결정했다. 이 조치는 주가가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반대매매가 과도하게 늘어나 변동성을 키우는 상황을 방지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하지만 이런 임기응변으로는 반도체 편중이란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
이제 반도체 호황 이후를 대비해야 할 때다. 정부와 기업은 미국의 AI 규제와 반도체 업황 등에 맞춰 호남반도체 클러스터와 미 현지투자의 사업성과 수익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국가산업전략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우선 과감한 규제 완화로 자동차와 배터리, 조선 등 주력산업에 활기를 불어넣고 로봇·바이오· 소형모듈원전(SMR)·핵융합 등 미래산업을 제2, 제3의 반도체로 키우는 데 주력해야 한다. 철강과 석유화학 등 위기·한계업종은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일자리 보고’인 서비스업을 고부가가치 수출산업으로 고도화하는 일 역시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