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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매운동은 효과가 있을까…“日맥주 불매로 소비자 선택 8분의 1로 줄어”

기업의 부적절한 행위나 국가 간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특정 기업이나 국가의 제품을 사지 말자는 불매운동이 벌어진다. 이러한 불매운동이 실제 소비자의 구매 행동까지 바꿀 수 있을까.

 

2019년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일본 맥주 소비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당시 일본 맥주를 선택할 확률은 불매운동 이전 10.6%에서 이후 1.4%로 약 8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본 맥주 가격이 실제로 오르지 않았더라도 소비자에게는 가격이 두 배 이상 오른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됐다. 불매운동에 따른 소비자 인식이 구매 결정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 셈이다.

 

일본의 한 편의점에 진열된 캔맥주. 현지에서 마실 맥주는 면세 구매 물품과 따로 계산해야 다른 물품의 환급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사진은 기사 속 특정 사례와 무관. 위키미디어 제공
일본의 한 편의점에 진열된 캔맥주. 현지에서 마실 맥주는 면세 구매 물품과 따로 계산해야 다른 물품의 환급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사진은 기사 속 특정 사례와 무관. 위키미디어 제공

6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불매운동의 암묵적 관세율 추정: 일본 맥주 불매운동 사례’ 논문에 따르면, 2019년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소비자들의 일본 맥주 선택 확률을 9.2%포인트(p) 낮춘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 불매운동은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의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한일 갈등이 본격화하자 시작됐다. 국내에서는 일본 제품을 구매하지 말자는 불매운동이 확산했고, 일본 여행을 취소하거나 일본산 제품 대신 다른 나라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었다. ‘혼술’ 트렌드를 타면서 소비가 늘던 일본 맥주도 대표적인 불매 대상에 올랐다.

 

실제 일본 맥주는 국내 수입 맥주 시장에서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 자료를 보면 전체 수입 맥주 물량(kg)에서 일본 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하반기 24.0%에 달했다. 그러나 불매운동이 확산한 2019년 하반기에는 이 비중이 3.4%로 급감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감소가 소비자 구매 선택에서 얼마나 뚜렷하게 나타났는지 분석했다. 분석 결과 일본 맥주를 선택할 확률은 불매운동 이전 10.6%에서 이후 1.4%로 떨어졌다. 맥주를 구매할 때 일본 맥주를 선택하는 경우가 100번 중 10~11번에서 1~2번 수준으로 줄었다는 의미다. 소비자들이 일본 맥주를 다른 제품으로 대체하면서 국내 맥주를 선택할 확률은 5.7%포인트, 일본을 제외한 다른 나라 수입 맥주는 5.2%포인트 상승했다.

 

소비자 선호가 낮아진 수준을 가격 인상으로 환산한 결과 104%로 추정됐다. 일본 맥주를 구매하지 않는 정도가 가격이 두배 이상 인상됐을 때와 비슷하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불매운동을 통해 발생한 수요 충격을 일종의 관세 부과에 따른 가격 변화와 비교 가능한 형태로 환산했다는 점에서 이를 ‘암묵적 관세율’이라고 표현했다.

 

소비자가 불매운동에 얼마나 ‘진심’으로 참여하는지에 따라 이 암묵적 관세율은 차이를 보였다. 일본 맥주에 대한 구매 기피 효과가 약한 하위 25%(25분위)에서는 가격이 64% 오른 것과 비슷한 효과가 나타났지만, 상위 25%(75분위)에서는 가격이 234% 오른 것과 비슷한 효과가 나타났다.

 

불매운동에 따른 소비자 선택 기피 현상은 불매운동이 ‘절정기’를 지나도 일정 기간 유지되는 모습을 보였다. 포털 검색량과 언론 보도는 불매운동 절정기를 지나 점차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으나, 암묵적 관세율의 중앙값은 불매운동 초기 84%에서 절정기를 지난 후기 126%로 높아졌다.

 

연구진은 소비자들이 기존 구매 습관을 바꾸고 대체 상품을 찾는 데 시간이 필요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처음에는 불매운동에 동참하려는 의사가 있더라도 익숙한 제품을 바로 바꾸지 못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 다른 제품에 적응하면 구매 습관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불매운동은 공식적인 가격인상이나 관세조치가 아님에도 소비자 선택에서 특정 국가 제품을 체계적으로 기피하도록 만들 수 있다”며 “이는 해당 국가 제품에 대해 무역장벽 또는 가격쐐기와 유사하게 작동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