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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에 믹스커피 먹으면 췌장암? 744만명 추적해보니 진짜 주범은 따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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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판 음료 925종 분석…과일주스 200mL당 당류 평균 21.2g
가당음료 하루 355mL 늘면 췌장암 위험 1.09배, 사전공개 논문
국내 성인 744만명 추적…당뇨병 1.48배·현재 흡연 1.43배

점심에 김밥 한 줄을 먹고 믹스커피를 마시면 췌장암에 걸린다는 말이 온라인에서 돈다. 하지만 한 끼 식사가 췌장암을 일으킨다는 의학적 근거는 부족하다. 다만 설탕이 든 음료를 자주 마시는 사람일수록 췌장암 발생 위험이 높다는 연구는 있다.

 

◆김밥·떡 한 끼가 췌장암 유발? 근거 부족

 

쌀이 주재료인 떡과 김밥을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식후 혈당이 크게 오를 수 있다. 식사 뒤 혈당이 오르는 것은 정상적인 몸의 반응이다. 한 끼를 먹고 혈당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췌장암 위험이 커졌다고 볼 근거는 없다.

 

나무 테이블 위에 커피 두 잔과 각설탕이 놓여 있다. WHO는 첨가당과 과일주스 등에 든 유리당 섭취를 줄이도록 권고한다. Pexels
나무 테이블 위에 커피 두 잔과 각설탕이 놓여 있다. WHO는 첨가당과 과일주스 등에 든 유리당 섭취를 줄이도록 권고한다. Pexels

식사량과 구성이 더 중요하다. 밥이 많고 속재료가 적은 김밥은 탄수화물에 치우친다. 달걀이나 채소를 충분히 넣고 전체 섭취량을 조절하면 영양 균형을 맞출 수 있다.

 

◆과일주스 200mL 당류 21.2g…믹스커피는?

 

국립공주대 김소윤·최미경 연구진은 대한영양사협회 학술지에 시판 음료 925종의 영양표시를 분석한 연구를 발표했다. 과일주스의 당류 함량은 100mL당 평균 10.6g, 200mL로 환산하면 21.2g이다. 실제 함량은 제품마다 다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첨가당과 과일주스 등에 든 유리당 섭취를 하루 총열량의 10% 미만으로 제한하라고 권고한다.

 

하루 2000kcal를 섭취하는 성인은 50g 미만이다. 과일주스 200mL의 당류 21.2g은 이 기준의 약 42%다. WHO는 가능하면 5% 이하로 더 줄이라고도 제안한다.

 

영양표시에 적힌 당류와 WHO가 줄이도록 권고하는 유리당은 범위가 다르다. 유리당에는 식품에 첨가한 설탕뿐 아니라 꿀·시럽·과일주스에 든 당도 포함된다. 설탕을 따로 넣지 않은 100% 과일주스도 마시는 양에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믹스커피의 당류 함량은 제품마다 다르다. 맥심 모카골드 마일드 커피믹스는 12g 한 봉지에 당류 6g, 열량 50kcal가 들어 있다. 하루 두 봉지를 마시면 당류만 12g을 섭취한다.

 

◆가당음료 하루 355mL 늘면 췌장암 위험 1.09배

 

세계암연구기금(WCRF)의 국제 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한 연구진은 2026년 7월 공개한 사전논문에서 가당음료 섭취와 암 발생 위험의 관계를 분석했다. 여러 국가의 코호트 연구를 종합한 분석이다.

 

췌장암 관련 연구 18건을 분석한 결과, 가당음료 섭취량이 하루 355mL 늘 때 췌장암 발생 상대위험도는 1.09였다. 위험이 약 9% 높다는 뜻이다. 95% 신뢰구간은 1.01~1.16이다. 연구진은 가당음료와 췌장암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해석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이 논문은 동료심사를 거치지 않은 사전공개 논문이고, 관찰연구를 종합한 분석이어서 인과관계를 단정하기 어렵다. 2019년 코호트 연구 5건을 종합한 메타분석에서는 가당음료 섭취와 췌장암 발생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2026년 분석 대상은 설탕을 첨가한 음료와 가당 탄산음료 연구였다. 이 결과를 믹스커피 한 봉지나 100% 과일주스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음료 한 잔보다 평소 단 음료를 얼마나 자주, 얼마나 많이 마시는지가 중요하다.

 

◆한국인 744만명 추적…흡연·당뇨병 위험 확인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로 40세 이상 건강검진 수검자 744만5947명을 평균 11.5년 추적한 연구에서 2만2543명이 췌장암을 진단받았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영국암저널(British Journal of Cancer)’에 발표됐다.

 

연령, 성별 등을 보정하자 당뇨병이 있는 사람의 췌장암 발생 위험은 없는 사람의 1.48배였다. 현재 흡연자는 평생 담배를 피우지 않은 사람의 1.43배였다.

 

두 요인이 모두 있으면 둘 다 없는 사람의 2.13배로 올라갔다. 체질량지수(BMI) 28 이상 집단은 정상 체중 집단보다 1.16배 높았다.

 

김밥이나 믹스커피 한 잔을 먹었다고 췌장암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국내 대규모 연구에서는 당뇨병과 흡연이 췌장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확인됐다. 생성형 AI 이미지
김밥이나 믹스커피 한 잔을 먹었다고 췌장암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국내 대규모 연구에서는 당뇨병과 흡연이 췌장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주요 요인으로 확인됐다. 생성형 AI 이미지

당뇨병과 췌장암의 관계는 양방향이다. 당뇨병은 췌장암의 위험요인이지만, 췌장암 때문에 당뇨병이 새로 생기기도 한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는 뚜렷한 위험요인 없이 당뇨병이 새로 생겼다면 췌장암 초기 신호일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안내한다. 중장년층에서 갑자기 당뇨병이 생기고 이유 없이 체중까지 줄었다면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금연·체중 관리부터…단 음료 총량도 줄여야

 

췌장암 위험을 낮추려면 금연과 적정 체중 유지가 우선이다. 당뇨병이 있다면 혈당을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식생활에서는 특정 음식을 피하기보다 하루에 먹는 당류의 총량을 확인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탄산음료나 설탕이 들어간 커피를 자주 마신다면 섭취 횟수부터 줄이는 것이 좋다. 물이나 설탕을 넣지 않은 커피로 바꾸는 것도 방법이다. 과일주스 대신 생과일을 먹으면 식이섬유까지 함께 섭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