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남정훈 기자] 지금으로부터 19년 전, SK의 우승으로 끝난 2007 한국시리즈는 4차전이 분수령이었다. 2패 뒤 1승을 챙긴 SK는 4차전 선발로 그해 신인이었던 좌완 김광현을 냈다. 많은 기대 속에 프로 무대에 데뷔했지만, 정규시즌에선 20경기 3승7패 평균자책점 3.62에 그쳤다. 이에 맞서는 두산의 선발은 리오스. 정규시즌에서 22승5패 평균자책점 2.07로 KBO리그 ‘1황’ 선발이었다. 누구나 두산의 우세를 점쳤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김광현은 7.1이닝 1피안타 9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투를 펼친 반면 리오는 5이닝 3실점에 그쳤다. 결국 SK는 4차전을 4-0으로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을 2승2패로 맞췄고, 5,6차전을 내리 잡으며 ‘패패승승승승’으로 시리즈를 끝냈다.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을 지배한 ‘SK왕조’의 시작이었다.
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리는 삼성과 KT의 2026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4차전도 19년 전과 양상이 비슷하다. 3차전까지 2승1패로 리드를 잡은 삼성이 아직 만 20세도 되지 않은 신인 우완 투수를 선발로 낸다. 주인공은 장찬희. 경남고를 졸업하고 2026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 29순위로 삼성의 지명을 받은 장찬희는 올 시즌 선발 9경기, 불펜 32경기 등 총 41경기에 등판해 4승5패 3홀드 평균자책점 4.50으로 될 성 부른 떡잎임을 증명한 장찬희는 팀의 한 해 농사 ‘풍흉’이 걸린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선발 마운드에 서게 됐다.
2007 한국시리즈와 양상이 아예 비슷한 건 아니다. 장찬희의 잠재력은 김광현만 못하다. 대신 KT 선발인 로건 앨런의 위상도 19년 전 리오스에 비해 엄청나게 높은 건 아니다. 올 시즌 대체 외인으로 KBO리그에 재입성한 로건은 17경기에서 7승5패 평규자책점 3.59를 기록했다.
두 투수 모두 한국시리즈 1차전에 등판했다. 장찬희는 1차전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해 2이닝을 던져 2피안타(1피홈런) 1볼넷 1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한승택에게 솔로포를 맞긴 했지만, 신인인임 감안하면 과감한 투구로 큰 인상을 남겼다. 1차전에서 투구 내용이 더 좋지 않았던 건 로건이다. 좌타 라인이 강점인 삼성을 상대로 한 이강철 감독의 ‘히든 카드’가 로건 불펜 등판이었지만, 8-2로 앞선 7회 무사 1루에 올라와 아웃카운트 1개를 잡는 동안 피안타 2개를 맞아 불난 집에 기름을 더 퍼부었다. 8-7로 간신히 승리한 1차전의 주범 중 하나가 로건이었다.
박진만 감독은 생애 첫 한국시리즈 등판에서 전혀 떨지 않고 씩씩하게 공을 뿌린 장찬희의 패기를 높게 샀다. 4차전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박진만 감독은 “1차전에 던지는 모습을 보니 불펜 중에 선발로 나설 수 있는 자원 중에 가장 컨디션이 좋다고 판단했다. 찬희는 원래 마운드에서 언제나 씩씩한 모습을 보이는 투수다. 정규시즌 때처럼 과감하게 정면 승부를 해줬으면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창섭과 장찬희 중 고민을 했다. 창섭이가 KT에게 강한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1차전 투구 내용을 보니 찬희가 더 낫겠다는 판단이었다”라고 덧붙였다.
박 감독은 4차전 시작도 전에 5차전 선발을 예고했다. ‘푸른 피의 에이스’ 원태인이 나선다. 박 감독은 “오늘은 3차전 선발이었던 후라도, 5,6차전 선발로 나서야 할 원태인, 페덱 빼고는 모든 불펜이 대기한다. 선발진에서 탈락한 최원태도 롱맨으로 대기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장찬희는 삼성의 붙박이 안방마님 강민호가 아닌 김도환과 배터리를 이룬다. 강민호는 왼쪽 옆구리 부상 중임에도 포스트시즌 8경기에서 모두 선발 출장했다. 박진만 감독은 “어제 야간 경기를 하기도 했고, 민호가 정말 쓰러질 것 같더라. 그래서 타이밍 상으로 한 번 쉬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찬희와 도환이가 젊은 선수들끼리 배터리 맞춰서 씩씩하게, 패기있게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