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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 vs 장동혁 “본인을 비판하는 국민은 전부 돼지로 보이냐” [이 주의 점‘입’가경]

정치는 말로 시작해 말로 평가받는다. 점입가경(漸入佳境)은 본래 갈수록 경지에 이르고 흥취가 무르익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사태가 갈수록 복잡해지거나, 때로는 어이없고 민망한 방향으로 흘러갈 때도 곧잘 쓴다. 이 코너는 두 의미를 함께 품고, 한 주 정치를 드러낸 정치인들의 ‘입’을 들여다본다. 정국의 향배를 가른 말, 충돌의 불씨가 된 말, 정책의 결을 드러낸 말을 따라가며 그 주 정치의 흐름과 맥락을 짚어본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 국민의례를 마치고 자리에 앉고 있다. 연합뉴스 =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 국민의례를 마치고 자리에 앉고 있다. 연합뉴스 =

○ 이재명 대통령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 vs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본인을 비판하는 국민은 전부 돼지로 보이냐”

 

-10월31일 이 대통령이 엑스(X)에서 해외 순방이 잦다는 야권의 비판을 반박하고 장 대표가 곧바로 맞받으면서 나온 말이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순방은 관광이나 쇼핑이 아니라 장시간 비행과 빽빽한 일정이 이어지는 고강도 업무라며 무학대사와 이성계의 일화를 빗댔다. 장 대표는 “링거 안 맞고 코피 안 터져도 되니 이제 그만 자중하시라”며 “국민은 돼지가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이 대통령도 이후 “껍데기만 좇는 눈에는 껍데기만 보일 뿐”이라는 취지로 재반박했다. 순방 횟수를 둘러싼 논쟁이 대통령의 SNS 화법과 표현 수위를 둘러싼 공방으로 번졌다.

 

○ 이재명 대통령 “주요 지역의 실제 거래 가격이 놀라울 정도로 떨어지고 있다” vs 오세훈 서울시장 “대통령 혼자만 딴 세상에 살고 계신 겁니까”

 

-3일 이 대통령이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수도권 부동산 시장 상황을 언급하고 오 시장이 같은 날 SNS에서 반박하면서 나온 발언이다. 이 대통령은 서울 아파트 매물은 늘고 거래량은 줄고 있다며 주요 지역의 실거래가 하락을 국민에게 정확히 알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집값이 크게 떨어질 경우 정부가 공공임대용으로 주택을 대량 매입하는 방안도 준비돼 있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서울 집값과 전·월세 부담이 여전히 상승하고 있다며 “도대체 어디에서 집값 폭락의 징후를 보셨느냐”고 맞섰다. 이 대통령은 이후 자신이 서울 전체가 아닌 주요 지역을 언급한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같은 시장을 놓고 대통령과 서울시장이 정반대 진단을 내놓으면서 부동산 정책보다 먼저 ‘집값이 지금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느냐’가 정치 쟁점이 됐다.

 

○ 이재명 대통령 “저한테는 직접 소통이 목숨줄 같은 것”

 

-5일 공개된 대국민 소통 유튜브 프로그램 ‘대통령의 Y’ 첫 방송에서 SNS와 국민 직접소통을 계속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한 말이다. 이 대통령은 정치인으로 활동하며 언론과 정치권의 공격을 받을 때 국민과 직접 소통하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 이 자리에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 집단지성을 믿는다고 했다. 최근 잇따른 X 게시물을 둘러싼 논란에도 “SNS에도 사람이 살고 그 사람들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직접소통을 줄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논란은 두려워할 게 아니라 합리적인 논쟁과 토론은 많이 할수록 좋다”고도 했다. ‘돼지 눈’ 발언을 비롯해 대통령의 SNS 화법이 정치 쟁점이 된 직후 나온 말이라는 점에서 대통령이 직접소통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보여주는 발언이다.

 

○ 이재명 대통령 “법치주의 국가에서 무력으로 버티면 되는 게 어딨느냐”

 

-4일 서울 성북구 장위동 공공재개발 사업장을 찾아 사랑제일교회가 재개발 구역에서 제외된 경위를 보고받으면서 한 말이다. 이 대통령은 조합이 명도소송에서 승소했는데도 강제집행이 무산돼 결국 교회를 제외하고 사업계획을 변경했다는 설명을 듣고 “법을 어겨도 버티면 된다는 건 세상에 없다”며 성북구청장에게 앞으로 철저하게 집행하라고 주문했다. 사랑제일교회 측은 곧바로 “그렇다면 본인부터 재판받으시면 된다”고 반발했다. 이번 주 핵심 여야 현안과는 별개지만 대통령이 현장에서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교회의 장기간 강제집행 저항을 직접 겨냥했다는 점에서 강한 돌출 발언으로 꼽혔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공소취소? 명백한 왜곡·날조·선동” vs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이재명 총통 국가’가 됐다”

 

-5일 ‘조작기소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고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에 돌입하면서 나온 말이다. 민주당은 논란이 됐던 특검의 공소취소 권한과 재판 중 사건의 이첩 요구권을 삭제한 만큼 윤석열정부 당시 국가기관의 조작수사·기소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법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선 박 의원은 대장동·백현동·대북송금 등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이 수사 대상에 포함된 점을 들어 대통령에게 특혜를 주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법안은 6일 범여권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장외투쟁에 돌입했다. 국회 안 필리버스터로 시작된 충돌이 주말 거리정치로까지 이어진 이번 주 최대 여야 대치 사안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와 최민희 최고위원이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와 최민희 최고위원이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사 결과 3자 비밀연합은 증거는 없었다…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으신 분께 대단히 죄송하다”

 

-김 대표가 3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지난 전당대회 당시 자신이 제기했던 ‘반명·분열주의·신천지 3자 비밀연합’ 의혹에 대해 사과하면서 한 말이다. 이후에도 사과를 거듭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정청래 전 대표는 책임을 요구했고 친청계에서는 공개 사과와 조사 결과 공개 요구가 이어졌다. 특히 6일부터 당원정비TF 조사자료의 개별 열람이 시작되면서 논란은 김 대표가 근거 없는 주장을 했느냐는 문제와 실제 신천지 교인의 민주당 가입이 어느 정도였고 전당대회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느냐는 문제로 갈라졌다.

 

○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3자 비밀연합의 근거는 없었다” vs 조계원 민주당 대변인 “정말로 심각하다”

 

-6일 민주당 당원정비TF의 신천지 관련 조사 결과를 직접 열람한 뒤 같은 자료를 놓고 나온 정반대 평가다. 조사자료에는 신천지 교인 명부와 민주당 당원 명부를 대조한 수치와 관계자 증언 등이 담겼고, 권리당원 8000여명을 포함해 약 1만명의 당원이 신천지 교인으로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최고위원은 자료를 공개해도 문제가 없다며 김 대표가 제기한 ‘3자 비밀연합’을 뒷받침할 근거가 없다고 했고 한민수 최고위원도 조직적 전당대회 개입 근거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반면 조 대변인은 “꽤 의미 있는 숫자들”이 있었다며 특히 광주·전남·전북 상황을 거론했다. 결국 ‘신천지 당원이 존재했느냐’보다 이들이 특정 후보를 위해 조직적으로 전당대회에 개입했느냐가 당내 갈등의 새 중심이 됐다.

 

○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397억 원을 당장 국민에게 반환해야 합니다” vs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 “2심 선고는 말 그대로 2심입니다”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의 당선무효형이 선고된 뒤 나온 말이다. 민주당은 거짓말로 국민의 선택을 왜곡한 후보를 내세운 책임을 국민의힘도 져야 한다며 대국민 사과와 선거비용 반환을 요구했다. 정 원내대표는 “아직 대법원이 남았다”며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이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됐던 점을 거론해 맞섰다. 항소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국민의힘은 2022년 대선 당시 보전받은 선거비용 약 397억원을 반환해야 한다. 판결의 파장이 정치적 책임을 넘어 당 재정 문제로까지 번진 셈이다.

 

○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 “한동훈 전 대표의 전격 복당을 대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vs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과연 대여투쟁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시기적으로 적절한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김 의원이 5일 한동훈 무소속 의원의 복당을 공개 촉구하고 장 대표가 이튿날 제동을 걸면서 나온 말이다. 김 의원은 “분열은 무능이고 통합은 책무”라며 중진들이 앞장서고 지도부가 결단해야 한다고 했다. 윤상현 의원도 오세훈·한동훈·이준석·장동혁을 묶는 보수 연대론을 제기했다. 반면 장 대표는 조작기소 특검 등 정부·여당과 맞설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중진들이 당내 문제를 먼저 꺼낸 데 불만을 표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복당에는 당내 대다수 구성원의 공감대가 전제돼야 한다며 신중론을 폈다. 한동훈 복당 문제가 단순한 복당 여부를 넘어 보수진영 내부 주도권 문제로 번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