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업체들이 K뷰티와 K패션을 앞세워 해외 판매망을 넓히고 있다. 해외 소비자가 한국 상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몰을 운영하는 데서 나아가 현지 매장을 열고 콘텐츠를 구매와 연결하는 방식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CJ온스타일은 배우와 크리에이터의 콘텐츠를 활용한 글로벌몰을 선보였다. CJ올리브영은 미국에 직영매장과 현지 전용 온라인몰을 구축했고, 무신사와 에이블리는 국내 패션 브랜드의 해외 판매를 지원하며 거래액을 늘리고 있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자체 온라인 플랫폼과 현지 유통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해외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사업 방식은 다르지만 국내 브랜드가 해외 소비자에게 직접 상품을 소개하고 판매할 수 있는 유통망을 확보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다.
CJ온스타일은 지난달 15일 K-라이프스타일 상품을 판매하는 글로벌몰을 공식 개설했다. 미국·홍콩·싱가포르에서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연내 프랑스·일본·대만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글로벌몰은 뷰티와 웰니스, 패션, K팝 등 한국의 상품과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하는 플랫폼이다. 상품을 검색해 구매하는 기존 온라인 쇼핑 방식에 배우와 크리에이터의 취향, 제품 사용법 등을 담은 콘텐츠를 결합했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셀렙샵(CELEBSHOP)'이다. 첫 주자로 배우 하지원 전문관을 열고 하지원이 선보인 뷰티 브랜드 '파우치24(POUCH24)'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인지도가 있는 배우의 콘텐츠를 활용해 브랜드를 알리고 구매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CJ온스타일은 K팝 아티스트와의 콘텐츠 협업도 추진하고 있다. 회사가 밝힌 초기 인기 상품은 얼굴 관리용 뷰티 디바이스와 보스턴 미니백, 유기농 말차 등이다. 뷰티 상품뿐 아니라 패션 잡화와 식품으로 판매 영역을 넓히고 있다.
현지 오프라인 유통업체와의 협력도 병행한다. 프랑스에서는 1200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한 대형 유통사 르끌레르와 협업해 K-라이프스타일 숍인숍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K뷰티 전문점 'K뷰티 아울렛'과 손잡고 브로드웨이와 소호, 뉴저지 등 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판매망을 구축했다. 베트남에서는 '쇼피 라이브'를 통한 판매를 확대하고 현지 뷰티 편집숍 '뷰티박스' 등과의 협업도 추진한다.
온라인에서는 콘텐츠로 상품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오프라인에서는 실제 제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판매 경로를 넓히는 전략이다.
CJ올리브영도 미국에서 자체 유통망을 구축하고 있다.
올리브영은 지난 5월 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개설했다. 미국 전용 온라인몰도 같은 날 선보였다. 6월에는 로스앤젤레스(LA) 센추리시티에 두 번째 매장을 열었다.
패서디나점은 개점 초기 약 400개 뷰티·웰니스 브랜드의 상품 5000여종을 선보였다. 메디힐과 바이오던스, 아누아, 토리든, 롬앤 등 국내 소비자에게 익숙한 K뷰티 브랜드도 포함됐다.
올리브영은 상품 판매뿐 아니라 피부 상태를 확인하고 제품을 추천받는 체험형 서비스도 도입했다. 국내에서 운영해 온 상품 추천과 매장 체험 방식을 미국 시장에 적용한 것이다.
초기 고객 반응도 확인됐다. 올리브영에 따르면 개점 직후 패서디나점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대기줄이 형성됐으며 기초화장품이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지난 8월 현지 취재를 통해 공개된 패서디나점 운영 현황에서는 하루 평균 방문객이 1500명 이상으로 집계됐다. 방문객 가운데 비한국인 비중은 절반을 넘었고, 고객 1인당 평균 구매금액은 국내 매장의 두 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배송 경쟁력도 강화했다. 미국 전용 온라인몰은 35달러 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을 제공하고, 캘리포니아주 현지 물류센터를 활용해 배송기간을 기존 글로벌몰보다 단축하는 구조다.
올리브영은 국내에서 인기를 얻은 중소·인디 뷰티 브랜드를 미국 소비자에게 소개하는 유통 창구 역할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해외 온라인 판매 확대와 현지 오프라인 사업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무신사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스토어 거래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3% 이상 증가했다. 일본과 미국, 태국 등 13개 지역에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대만·태국·베트남·인도네시아에서도 거래액이 두 배 이상 늘었다.
올해 상반기 수출액은 약 3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배 이상 증가했다. 국내 패션 브랜드의 해외 판매가 확대되면서 글로벌 사업 실적도 성장한 것이다.
무신사는 중국 현지 판매망 구축에도 나섰다. 지난 8월 21일부터 상하이 난징시루의 징안 캐리 센터에서 K패션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오는 30일까지 운영하는 이 행사에는 산업통상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도 참여했다.
개별 브랜드가 중국 진출 과정에서 부담해야 하는 제품 인증과 현지 판매 준비 등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브랜드가 해외 매장을 직접 개설하지 않더라도 현지 소비자 반응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에서는 KOTRA와 함께 도쿄 시부야 팝업스토어를 추진하고 있다. 다음 달 14일부터 27일까지 열릴 예정인 이 행사는 현장에서 상품을 직접 판매하는 대신 제품을 전시하고 QR코드로 무신사 글로벌 스토어 구매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현지 체험과 온라인 구매를 연결해 국내 입점 브랜드의 해외 진출 부담을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은 일본 패션 플랫폼 '아무드(amood)'를 통해 국내 브랜드의 해외 판매를 지원하고 있다.
아무드는 국내 입점 업체를 대신해 상품 번역과 해외 배송, 통관, 고객 응대 등을 지원한다. 해외 판매를 위한 별도의 현지 조직을 갖추기 어려운 국내 중소 쇼핑몰과 브랜드가 일본 소비자에게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한 구조다.
지난 1월 에이블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 시장에 진출한 캐주얼 브랜드 '벤힛'의 지난해 4분기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1016% 증가했다. 약 11.2배로 늘어난 셈이다.
같은 기간 '무센트' 거래액은 561%, 여성 의류 쇼핑몰 '크라시앙'은 316% 증가했다. '모디무드'와 '블랙업'도 각각 146%, 82% 늘었다.
아무드의 일본 내 누적 앱 다운로드 수는 올해 1월 기준 650만회를 넘어섰다. 개별 브랜드의 거래액 증가율은 비교 기준과 기존 판매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본 현지 플랫폼을 통한 국내 패션 상품 판매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확인된다.
에이블리는 상품 공급부터 결제 이후 배송과 고객 응대까지 지원하는 방식으로 국내 판매자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
국내 유통업체들의 해외 진출 방식은 크게 세 갈래다. CJ온스타일은 배우와 크리에이터 콘텐츠를 활용해 상품 구매를 유도하고, 올리브영은 현지 직영매장과 물류망을 구축하고 있다. 무신사와 에이블리는 국내 입점 브랜드가 해외 소비자에게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해외 시장 확대에 따른 과제도 있다. 온라인몰 방문객을 실제 구매자로 전환해야 하고, 현지 배송과 반품, 고객 응대 등 운영 비용도 관리해야 한다. 오프라인 매장은 입점 브랜드 확대뿐 아니라 매장 운영비를 감당할 만큼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K뷰티와 K패션에 대한 해외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국내 유통업체들도 해외 판로를 넓히고 있다. 앞으로의 성과는 한국 상품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인 구매로 연결하고 현지에서 안정적인 유통망을 운영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