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소득 하위 30% 노인의 기초연금을 월 3만원 올리기로 했지만, 생계급여를 함께 받는 빈곤 노인 약 78만명은 인상분만큼 생계급여가 깎여 실제 소득이 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랏돈은 더 들어가는데 가장 가난한 노인의 주머니 사정은 그대로인 것이다.
8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27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내년도 기초연금 지급 사업 예산으로 25조6529억6800만원을 편성했다. 올해 제1차 추가경정예산보다 2조5389억900만원(11.0%) 늘어난 규모다.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 하위 70%에게 지급한다. 정부는 내년부터 소득이 낮을수록 더 주는 ‘하후상박’ 방식으로 바꿔 소득 하위 30% 구간(약 363만명)에 월 38만원, 30∼45% 구간에 월 35만8790원, 45∼70% 구간에 월 34만9700원을 차등 지급할 계획이다. 하위 30%는 지금보다 월 3만원을 더 받는다.
◆ 기초연금 오르면 왜 생계급여가 깎이나
생계급여는 소득인정액이 법정 선정기준에 못 미치는 만큼을 채워 주는 보충 급여다. 그런데 소득인정액을 계산할 때 기초연금 수급액을 그대로 소득으로 넣는다. 기초연금이 오르면 오른 만큼 생계급여가 정확히 줄어드는 구조다.
예컨대 다른 소득과 재산이 없는 1인 가구 노인이라면 내년 생계급여 선정기준액인 87만5533원에서 기초연금 38만원을 뺀 49만5533원을 생계급여로 받는다. 기초연금이 3만원 오르면 생계급여가 3만원 줄어, 두 급여를 합친 돈은 87만5533원으로 같다.
예산정책처는 이를 두고 “기초연금으로 지급된 금액이 그대로 생계급여 지출 감소분으로 흡수되어 정부 재정 내에서 항목만 바뀌어 이동할 뿐”이라며 수급자는 실질적인 소득 증대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 갈수록 늘어나는 ‘동시 수급’ 노인
이런 상쇄를 겪는 노인은 해마다 늘고 있다. 생계급여와 기초연금을 함께 받는 65세 이상 노인은 2021년 56만8000명에서 2022년 62만1000명, 2023년 64만4000명, 2024년 68만6000명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78만3000명에 달했다. 4년 사이 21만5000명(37.9%) 늘어난 것이다. 이들이 받은 평균 기초연금액도 2022년 월 29만7000원에서 지난해 33만1000원으로 올랐다.
65세 이상 생계급여 수급자 전체로 넓히면 2022년 71만명에서 지난해 92만5000명으로 30.3% 늘었다. 이 가운데 기초연금을 함께 받는 비율은 87.5%에서 84.6%로 오히려 조금 낮아졌다.
절대 규모로 보면 생계급여를 받으면서 기초연금은 받지 못하는 노인은 2022년 8만9000명에서 지난해 14만2000명으로 59.6% 늘었다. 예산정책처는 극빈층 노인 상당수가 기초연금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거나, 동시 수급 대상이 되더라도 인상 효과가 생계급여 감액으로 상쇄돼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구조에 있다고 봤다.
◆ ‘하후상박’ 3만원도 비켜 간다
내년 개편도 다르지 않다. 예산정책처는 월 3만원을 더 주는 소득 하위 30% 구간이 기준 중위소득의 약 20% 수준에 해당할 것으로 예상돼, 생계급여 수급자를 비롯한 극빈층 노인 대부분이 이 구간에 들 것으로 내다봤다.
소득인정액 산정 방식을 함께 고치지 않으면 이들에게 3만원 인상은 소득 증가로 이어지지 못한다. 예산정책처는 “정부가 저소득 노인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겠다는 취지로 설계한 하후상박 개편이, 정작 가장 도움이 필요한 최하위 소득 구간에서는 생계급여 상쇄 구조로 인해 그 취지가 무력화될 소지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초연금 예산은 2021년 14조9634억원에서 2025년 21조3514억원으로 불었고 내년에는 25조원을 넘는다. 예산정책처는 두 제도의 소득 산정 방식 정합성을 개선하지 않는 한 앞으로의 인상 조치도 가장 취약한 노인층에게는 생계급여 감액으로 효과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 대책은 국회 심의로 넘어갔다
정부도 이번 개편안에 대책을 담지 않았다. 손호준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관은 지난 9월 내년도 예산안을 설명하며 기초연금 인상분이 생계급여에서 깎이는 문제에 대해 “국회 심의 과정에서 논의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기초연금 하후상박 개편은 기초연금법을 고쳐야 시행된다. 복지부는 연내 법 개정을 마치고 내년 4월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