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소리와 함께 살아온 유영애(78·여) 명창에게 판소리는 직업을 넘어 삶 그 자체다. 어린 시절 소리에 매료돼 집을 나설 만큼 간절했던 꿈은 60여 년의 세월을 지나 판소리 부문 권위의 상인 제36회 동리대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시상식은 지난 6일 고창문화의전당에서 열렸다. 판소리 전승과 후학 양성에 힘쓰고 국내외 공연을 통해 우리 소리의 가치를 알려온 공로를 인정받았다.
전남 장흥에서 태어난 유 명창은 어린 시절 우연히 들은 임방울 명창의 소리에 마음을 빼앗겼다. 여기에 장흥 극장에서 본 여성국극단의 공연은 판소리의 꿈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어머니 한복을 입고 공주 역할을 흉내 내며 집 안을 무대 삼았을 정도로 소리에 빠져들었다. 부모의 반대에도 배움에 대한 열망은 꺾이지 않았다. 11살 무렵에는 판소리를 배우기 위해 서울행을 결심했다가 외삼촌에게 붙잡혀 집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이후 학교에 다니면서도 몰래 소리 공부를 이어갔다. 13세부터 본격적으로 판소리에 입문해 김상룡 명창에게 소리를 배웠고, 성우향 명창에게 ‘춘향가’, 한농선 명창에게 ‘흥보가’, 조상현 명창에게 ‘심청가’를 잇달아 사사하며 소리의 폭을 넓혔다.
유 명창의 소리는 애절하고 슬픈 음색에 웅건한 우조 성음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성음이 분명하고 다양한 리듬과 기교를 갖췄으며, 여성 소리꾼이 표현하기 어렵다고 여겨지는 낮은 음역에서도 깊이 있는 소리를 구사한다. 서편제 계열의 부드럽고 애절한 소리를 바탕으로 ‘심청가’와 ‘춘향가’의 정서를 깊이 있게 표현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1984년부터 판소리보존회 이사로 활동하며 독일 쾰른대 초청 유럽 순회공연과 미주 공연 등에 참여했다.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전야제 무대에도 섰다. ‘흥보가’와 ‘심청가’ 완창 발표회도 꾸준히 열었다.
1993년부터는 남원 국립민속국악원에서 활동하며 창극단 악장과 예술감독 등을 맡았다. 창극 작품의 도창과 작창에도 참여해 무대의 완성도를 높였고, 후학 양성에도 힘을 보탰다. 장수군 번암면에 마련한 판소리 전수관은 방학마다 전국 각지의 학생들이 찾아와 소리를 배우고 익히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2001년 6월 전북도 무형유산 판소리 ‘심청가’ 예능 보유자로 지정된 유 명창은 1988년 남원 춘향제 전국판소리경연대회 대통령상과 2004년 KBS 국악대상 판소리 부문 등을 수상했다. 완창 발표회를 이어가며 전통 소리의 맥을 잇는 한편, 다음 세대에 자신의 소리를 전하는 일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는 지금도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 계곡 등을 찾아 연습을 거듭한다. 오랜 세월 무대와 교육 현장을 지켜온 그에게 이번 동리대상은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는 영예이자 앞으로도 소리를 이어가겠다는 다짐이다.
유 명창은 “판소리를 하면서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다”며 “지금도 더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동리대상은 판소리 연창자와 고수, 연구자 등 판소리 발전에 기여한 인물을 선정해 수여하는 상이다. 전통문화 계승과 판소리 진흥에 이바지한 예술인의 공로를 기리기 위해 매년 시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