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부산 강서구 녹산국가산업단지에 자리 잡은 농심 녹산 수출전문공장. 공장 관계자 안내를 받아 가운을 두른 뒤, 신발과 머리에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비닐 캡을 씌웠다. 꼼꼼하게 손을 닦은 뒤에야만 먼지를 씻어내는 강풍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공장 근로자와 같은 형식의 위생 과정을 거친 뒤에야 공장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근로자와 관람자의 동선이 같기 때문에 더 엄격하게 위생품질을 관리하고 있다고 공장 관계자는 설명했다.
불과 일주일전 가동을 시작한 녹산공장은 현재 봉지면 2개, 용기면 1개 등 3개 고속라인을 돌리고 있다. 향후 글로벌 수요 증가에 맞춰 최대 8개 라인까지 가동할 수 있는 규모의 공장이다.
라면 한 봉지가 만들어지는 시작점은 공장 4층의 믹서다. 근로자만 기계를 다룰 수 있고 관람자는 유리벽 넘어 기계를 볼 수 있었다. 기자의 눈에 유리벽 넘어 거대한 기계가 보였다. 원료와 약수를 섞어 만든 반죽이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롤러가 두꺼운 반죽을 길쭉한 ‘면대’로 만들었다. 여러 차례 압연을 거치며 얇아진 면은 절출기에서 제품마다 정해진 굵기로 잘렸다. 농심이 만드는 다양한 형태의 라면에 맞춰 잘라지는 굵기가 달라진다고 한다. 이후 면은 고온의 스팀을 통과하며 증숙한 뒤 둥근 틀에 담겼다. 유탕기를 통과하며 튀겨진 면은 곧바로 찬바람을 이용한 냉각공정을 거쳐 포장라인으로 향한다. 유탕 온도와 시간은 방부제 없이 상온 유통이 가능하도록 한다. 포장 단계에서는 이물이 있는지 없는지를 직원들이 무작위로 상품을 들어 지켜보고 있었다. 원료 투입에서 완제품 적재까지 이어지는 신공장 생산라인의 길이는 약 180m. 회사 측은 전체 과정에 약 20분이 걸린다고 했다.
농심은 ‘K-라면’의 수출 증대에 대응하기 위해 녹산 신공장을 건립했다. 부지면적 1만1377㎡(약 3442평), 연면적 4만8178㎡(약 14,574평), 지상 6층으로 기존 1공장은 요옆 부지에 만들어졌다. 1공장이 7개 라인에서 연간 3억 9000만 개를 생산하며, 신공장은 고속 라인 3개를 통해 연간 5억 개를 생산할 수 있다고 했다. 분 당 600개 가량의 봉지면이. 일일 최대 178만 개의 라면이 이곳 녹산 신공장에서 만들어져 4km 가량 떨어진 부산신항을 통해 해외로 수출된다. 미국과 중국은 현지 공장이 담당하고 녹산에서는 일본과 유럽, 중남미, 중동, 아시아 등으로 제품을 공급한다.녹산공장 가동으로 농심의 국내외 라면 생산능력은 연간 최대 62억개까지 늘었다. 국내 수출 공급능력도 기존 부산·구미공장 연 7억개에 녹산 5억개가 더해져 12억개로 확대된다.
수출공장답게 가장 공을 들인 것은 ‘다품종 대량생산’이다. 국가가 바뀔 때마다 배합 처방부터 면 굵기, 포장지와 소비기한 표기, 박스까지 변경해야 한다. 기존 공장에서는 이른바 ‘잡 체인지’에 약 120분이 걸렸다. 녹산에서는 이를 30분으로 줄였다. 품목 교체시간 단축으로 생산효율은 17.6% 높아졌다. 공장 곳곳에는 자동화 기술이 적용됐다. 생산관리시스템(PMS)에 당일 생산 제품을 입력하면 작업자가 일일이 설정하지 않아도 레시피와 공정 정보가 자동으로 표시된다. 설비에 부착한 센서는 열과 진동 등 이상 신호를 감지해 고장 가능성을 사전에 알린다. AI 검사시스템은 포장 불량과 이물, 소비기한 표시 이상 등을 잡아내 자동으로 제품을 배출한다. 자재 운반도 사람의 몫을 덜었다. 자율주행로봇(AMR)은 생산라인에서 자재 부족 신호를 받으면 스스로 이동해 공급한다. 장애물을 만나면 피해가고 배터리가 부족하면 직접 충전한다. 농심은 2015년 구미공장에서 직원이 자체 개발한 AI 불량품 선별 기술을 시작으로 관련 시스템을 전 공장으로 확대해왔다.
조용철 농심 대표이사는 “녹산 수출전문공장은 전 세계 소비자들의 다변화된 니즈에 맞춘 제품을 신속하고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는 농심 글로벌 사업의 핵심 심장부가 될 것”이라며, “독보적인 스마트팩토리 기술력과 글로벌 전략 제품을 앞세워 2030년 해외 매출 비중 60% 이상, 전사 매출 7조 3000억 원 시대를 열어가겠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