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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삼식칼럼] 다문화사회 통합은 공정함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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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순위 밀린 非다문화가족
역차별 받는다고 느낄 수 있어
제도적 공정성에 불만 쌓이면
서로에 또 다른 경계 생길 수도

한국은 점점 더 다문화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다문화가족 가운데 결혼이민자와 귀화자, 미성년 자녀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만 해도 2016년 약 1%에서 2024년 1.4%로 높아졌다. 필자가 과거 수행한 연구에서는 결혼이민자와 그 후손이 2050년 인구의 5.1%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보다 넓은 범위를 다룬 국가데이터처 추계에 따르면, 외국인 노동자 등을 포함한 이주배경인구는 2042년 전체 인구의 8.1%에 이를 전망이다. 서로 다른 배경의 사람들이 어떻게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함께 살아갈 것인지는 이제 한국 사회의 중요한 과제이다.

다문화가족의 증가는 노동력 공급과 소비 확대에 기여한다. 이들이 가진 언어와 문화, 출신국과의 인적 관계는 새로운 사업과 교류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정착 과정에서 이주 배경으로 인해 취업 기회가 제한되고 불안정한 일자리에 머물게 되면 빈곤에 빠질 수도 있다. 차별과 배제로 집단 간 갈등이 깊어지면 이를 해소하는 데 드는 사회적 비용도 커질 수 있다. 그만큼 다문화사회의 긍정적 효과를 높이고 부정적 영향을 줄이는 데 사회통합이 중요하다.

이삼식 한양대학교 고령사회 연구원 원장
이삼식 한양대학교 고령사회 연구원 원장 

사회통합은 다문화가족뿐 아니라 비다문화가족을 포함한 모든 구성원이 일상과 제도에서 공정한 대우를 받는가에 달려 있다. 이민자와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들의 자녀는 외모나 부모의 출신 때문에 이웃이나 또래 사이에서 외부인으로 취급받고, 교육과 취업, 직장생활에서 차별을 겪을 수 있다.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동등한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경험은 소속감과 신뢰를 약화시키고, 불만과 반발로 이어질 수 있다.

비다문화가족도 차별을 받지 않아야 한다.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면 역차별을 받는다고 느낄 수 있다. 이러한 불만은 다문화가족에 대한 반감으로 번져 사회통합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다.

일례로 일부 대학은 사회통합전형 지원 자격에 다문화가족 자녀를 포함하고, 국민주택 특별공급도 일정 요건을 갖춘 다문화가족에 별도의 신청 기회를 주고 있다. 치열한 대학 입시 경쟁과 높은 주택 가격으로 인한 내 집 마련의 어려움은 대부분의 국민이 가지는 보편적인 고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문화가족에 대해 별도의 기회를 주는 것은 제도적 공정성에 의문을 낳게 한다. 별도의 지원은 이주 배경으로 겪는 불이익을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어려움에 대한 지원은 출신 배경보다 실제 필요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보다 오랜 이민 경험을 가진 여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제도를 참고할 만하다. 합법 이민자들에게 이주에 따른 언어 문제와 초기 적응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별도의 지원을 제공하지만, 일부 주거·복지 제도에서는 일정한 체류 요건을 충족한 이민자에게 자국민과 같은 소득·가구 기준을 적용한다. 전자의 사례로 핀란드와 뉴질랜드는 이민배경 학생이 정규수업을 따라갈 수 있도록 언어교육을 지원한다. 후자의 사례로 프랑스 파리는 사회주택 신청 시 프랑스 국민과 이민자에게 같은 소득 요건을 적용하고 가구 사정에 따라 심사한다.

국경을 넘는 이동과 교류가 일상화되면서 다문화사회가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민의 역사가 긴 나라에서도 차별과 배제, 이민을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다문화가족과 비다문화가족 사이에 이해와 신뢰가 저절로 쌓이는 것은 아니다. 서로의 언어와 문화, 생활 방식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여기에 제도마저 불공정하다는 인식이 겹치면 서로를 가르는 또 다른 경계가 생길 수 있다.

향후 한국에서도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이 더욱 많아질 것이다. 인구 구성이 달라지는 만큼 서로를 같은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인식과 제도가 제대로 자리 잡아야 한다. 다문화가족은 출신국 때문에 배제되지 않는다는 믿음을, 비다문화가족은 같은 처지에서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믿음이 공동체에 대한 신뢰를 쌓는다. 다문화사회의 통합은 이러한 공정함에서 시작된다. 그 신뢰가 뒷받침될 때 인구의 다양성은 사회의 활력이 되고,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대응하는 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삼식 한양대학교 고령사회 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