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에서 야당인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블루쓰나미’의 후폭풍이 가시화하면서 한·미 안보 및 통상 현안에도 비상등이 켜질 조짐이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 대한 탄핵 공세가 거세지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의 사임설까지 불거지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수뇌부가 흔들리고 있다. 텍사스 주를 비롯해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 움직임에, 트럼프발 ‘관세 폭탄’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미 관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우리의 고민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루비오 국무장관의 진퇴는 당장 한·미 안보협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는 당초 12월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위한 쟁점을 조율하고 내년 초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목표 연도를 정한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미 외교·안보 수뇌부를 둘러싼 거취 문제가 떠오르면서 일정과 의제조율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청해부대 작전구역 확대 문제와 핵추진잠수함 도입 등도 실질적인 논의 진전이 어려울 수 있다.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한·미 간 전작권 전환과 핵추진잠수함 도입에 제약이 커질 것이라며 “한쪽 또는 다른 쪽의 추진력 부족으로 인해 향후 2년 동안 별다른 진전이 없도록 보류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북한이 러시아 및 중국과의 결속을 바탕으로 도발 강도를 높이는 상황에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경제통상 분야에서도 후폭풍이 거세다. 인공지능(AI)과속 투자에 부정적인 민주당이 장악한 텍사스 주를 비롯해 일부 주에서 데이터센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AI 산업 수익성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커지면서 코스피지수가 한때 5000선이 깨지는 등 금융시장까지 휘청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으면 관세가 최고 300%”라고 협박하고 나섰다. 미 의회와 행정부 간 대립이 심화하면 기존 대미투자 합의 이행 과정에서 새로운 변수가 등장할 수도 있다.
미 정치 격변의 파장을 가늠하긴 힘들지만, 우리 앞에는 트럼프 행정부는 물론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 협조까지 얻어야 하는 ‘이중 전선’이 펼쳐지고 있다. 정부는 한·미동맹의 빈틈을 신속히 메우는 한편 미 의회 권력 교체라는 변수에 맞춰 안보와 통상 현안에 총력 대응해야 한다. 지금은 전략적 실용 외교를 통해 국익을 지키는 게 급선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