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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K홍위병

1966∼1976년 문화대혁명의 광풍이 대륙을 휩쓸었다. 후유증으로 중국의 발전은 한 세대나 퇴보했다. 그 중심엔 마오쩌둥(毛澤東)이 부추긴 홍위병(紅衛兵)이 있다. 마오를 교조화한 홍위병은 전국 각지에서 마녀 사냥하듯 파괴, 폭력, 살인을 자행했다. 간접 희생자를 포함해 2000만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도 확증 편향과 배타적 진영 논리에 사로잡혀 복잡한 사회적 현상과 다원적 가치를 부인하고, 자신과 다른 목소리를 공격하는 반(反)지성 집단주의를 ‘홍위병’이라 멸칭(蔑稱)한다.

2000년대 들어 한국 정치의 키워드로 ‘팬덤 정치’가 부상했다. 팬덤은 특정 정치인에 대해 절대적 지지를 보내며 비판은 허용하지 않는다. 거꾸로 한번 낙인찍히면 무조건적 적대 행위를 일삼는다. 노사모, 박사모, 문빠, 올어게인, 개딸이라는 말이 시대를 풍미할 만큼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인터넷과 결합한 정치 팬덤의 행태는 날이 갈수록 배타성이 강화된다. 문재인정부 시절부턴 해당 정치인의 지지자를 홍위병에 빗대 ‘○위병’이란 말도 나왔다. ‘빠’(특정인 지지자)와 함께 ‘까’(특정인 반대자)도 기승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어제 엑스(X)에 “정치인이나 지도적 인사들에게는 칭찬도 지지도 필요하지만, 그것이 종교적 찬양이나 숭배에 이르러서는 안 됩니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앞서 6일엔 “좌든 우든 전이든 후든 관계없이 맹신, 극단주의, 진영주의를 경계해야 합니다”라고 썼다. 누구를 대상으로 했는지 안 밝혔으나 본인에 대한 진영 내 다른 계파, 소(小)팬덤의 비난을 염두엔 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 지적이 맞다. 팬덤 정치는 시민의 정치 참여를 촉진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으나, 정치적 양극화와 갈등을 심화시키는 부정적 영향이 크다. 문제는 본인 자신이 팬덤 정치의 중심에 있으면서 그런 말을 하니 진정성에 의구심이 나올 수밖에 없다. 활발한 X 게시나 새로 시작한 유튜버 활동도 국민과의 소통을 앞세우지만 결국 지지층 결집을 위한 의도가 아닌가. 구체적으로 본인 지지층을 적시해 ‘찬양, 숭배를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용기를 발휘한다면 한국 정치에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