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치료제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체중 감량의 문턱을 낮췄지만, 살을 뺀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숙제가 남았다. 어렵게 줄인 몸무게를 유지하고 감량 과정에서 줄어들 수 있는 근육을 지키는 일이다. 약물이 다이어트의 시작을 바꾸면서 헬스장과 개인 트레이닝(PT), 홈트레이닝 등 피트니스 산업에도 새로운 사업 기회가 열리고 있다.
9일 온라인 홈트레이닝 플랫폼 콰트(QUAT)를 운영하는 엔라이즈가 회원 26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비만치료제 사용 및 운동에 대한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3.7%가 비만치료제 사용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 가운데 55.6%는 5㎏ 이상 감량했으며, 10㎏ 이상 줄였다는 응답도 22.2%였다.
감량 이후 가장 큰 고민은 체중 유지였다. 사용 경험자의 88.9%가 감량한 체중의 장기적인 유지를 꼽았고, 근육량 유지·증가도 77.8%에 달했다. 근육·체형 관리와 감량 체중 유지를 위해 운동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각각 76.5%였다. 현재 치료제를 사용하는 응답자의 93.3%는 목표 체중에 도달하거나 투약을 중단한 뒤에도 현재 수준 이상의 운동을 이어갈 계획이었으며, 이 중 53.3%는 운동량을 늘리겠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 조사에서도 체중 관리의 핵심 요소로 꾸준한 운동(86.8%)이 가장 많이 꼽혔다. 식단 관리(84.2%), 충분한 수면과 규칙적인 생활(81.6%)이 뒤를 이었다. 다만 이번 조사는 홈트레이닝 플랫폼 회원 대상 자체 설문으로, 비만치료제 사용 경험자는 전체 263명 중 23.7%다. 세부 문항별 표본 규모도 달라 국내 이용자 전체의 인식으로 일반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약물 중단 후 체중이 다시 늘어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영국의학저널(BMJ)에 게재된 메타분석에 따르면 체중관리 약물 투여를 중단한 뒤 체중은 월평균 0.4㎏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세마글루티드와 터제파타이드 등 최신 인크레틴 계열 약물은 월평균 0.8㎏이었다. 연구진은 투약 중단 1년 뒤 평균 9.9㎏이 다시 늘고, 기존 체중으로 돌아가는 데 약 1.5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최신 약물의 중단 후 추적 기간이 짧아 1년 이후 수치는 통계모형에 따른 전망이다.
감량 과정에서는 지방뿐 아니라 제지방량도 줄어들 수 있다. 제지방량은 근육과 뼈, 체수분 등을 포함하므로 감소분 전체를 근육 손실로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체력과 신체 기능을 유지하려면 충분한 단백질 섭취와 근력운동을 통한 근육 보존이 중요하다.
비만치료제 시장은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국내 시장 규모는 2024년 2426억원에서 지난해 8195억원으로 1년 만에 3배 이상 확대됐다. 위고비는 4833억원, 마운자로는 2209억원의 유통 실적을 기록해 두 제품이 전체 시장의 약 86%(7042억원)를 차지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성장세가 이어졌다.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유통액은 1분기 각각 1040억원, 3232억원에서 2분기 1130억원, 4212억원으로 늘었다. 상반기 합산액은 9614억원으로 지난해 국내 전체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를 넘어섰다. 특히 마운자로는 7444억원으로 위고비(2170억원)의 3.4배에 달했다.
처방 통계도 시장 확대를 보여준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점검 완료 처방전은 2024년 4만9815건에서 지난해 약 122만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약 186만건으로 지난해 연간 실적을 넘어섰다. 마운자로 처방전은 출시 첫 달인 지난해 8월 약 1만9000건에서 올해 6월 약 33만5000건으로 늘었다. 다만 DUR 점검 완료 처방전은 실제 투약 환자 수나 중복을 제거한 고유 처방 건수와는 다르다.
이 같은 변화가 스포츠산업에 던지는 시사점은 피트니스 시장에서 찾을 수 있다. 근력운동과 개인별 운동 처방, 체성분 관리 등을 결합한 장기 관리 서비스가 새로운 수요에 대응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지난 1월 발표한 ‘2024년 기준 스포츠산업조사’에 따르면 국내 스포츠산업 매출은 84조6900억원으로 전년보다 4.5% 증가했다. 스포츠시설업 매출은 22조3230억원으로 2.6% 늘었고, 사업체 수는 4만9082개(3.7% 증가), 종사자는 약 20만7000명(5.6% 증가)으로 집계됐다. 스포츠시설업은 전체 스포츠산업 매출의 26.4%를 차지했다.
헬스장 중심의 상업 피트니스 시장도 상당한 규모다. 미국 건강·피트니스 산업단체 헬스앤드피트니스협회(HFA)의 2026년 글로벌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시장은 2024년 기준 약 5조6400억원이다. 한국전문체육시설협회(KPFA) 자료를 토대로 추산한 수치로, 전국 2만2000곳 이상의 시설에 약 630만명의 회원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인구 대비 회원 가입률은 12.2%, 2022~2024년 연평균 성장률은 7.7%였다. 정부 공식 스포츠시설업 통계와는 집계 범위가 다른 별도의 시장 추정치다.
생활체육 참여와 지출도 늘었다. 문체부의 2025년 국민생활체육조사에서 주 1회 이상, 1회 30분 이상 운동하는 국민은 62.9%로 전년보다 2.2%포인트 증가했다. 보디빌딩은 주요 참여 종목 중 17.5%로 걷기(40.5%) 다음이었으며, 등산(17.1%)과 비슷했다. 월평균 체육활동 경비도 6만2000원으로 전년보다 1만6000원 늘었다.
비만치료제 시장의 성장이 곧바로 헬스장 매출 증가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감량 이후 체중 유지와 근육 보존이 새로운 관리 과제로 떠오르면서 장기 운동 프로그램과 개인별 신체 관리 서비스가 피트니스 업계의 사업 기회로 주목받고 있다.
정상원 콰트 디비전 마케팅팀 리드는 “비만치료제가 체중 감량의 새로운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지만, 근육과 체력을 관리하고 건강한 생활 습관을 형성하는 데 운동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며 “이용자들이 일상에서 무리 없이 운동을 습관화하고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건강한 변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