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통일이 미래다] “무책임한 퍼주기 정책, 동독 자립기반 무너뜨려”

‘대재앙 통일’ 저자 우베 뮐러
“한국, 남북 경제격차 커 조건 불리
獨 통일과정 학습… 철저 준비를”
“준비되지 않은 통일은 재앙이다.”

독일 유력 일간지 디 벨트의 우베 뮐러(사진) 기자는 2005년 저서 ‘대재앙 통일(Supergau Deutsche Einheit)’을 통해 이같이 선언했다. 통일 후 재건과정의 실수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 정치권을 겨냥한 일침이다. 통일의 정치적 의미만 강조한 나머지 경제적 문제를 덮어두려는 정치권의 ‘침묵 카르텔’을 깨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통일 직후인 1990년부터 12년 동안 구동독 지역 특파원으로 일하며 통일 후 변화상을 다뤘다. 그는 통일 후 무책임한 퍼주기식 정책이 오히려 구동독 지역의 자립 기반을 무너뜨렸으며, 앞으로 지원금이 점차 삭감되면서 대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통일 후 강한 것은 더 강해지고 약한 것은 계속 약해졌다”며 “유감스럽게도 구동독 도시 대부분은 소실되는 지점에 서 있다”고 말했다.

책이 발간된 때 독일은 ‘유럽의 환자’로 불리며 경제적으로 수렁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각종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며 명실상부한 유럽연합(EU) 최대 경제국으로 자리잡았다.

뮐러 기자는 “통일 후 지원금으로 인한 변화는 적었고, 대신 독일의 임금 긴축 정책으로 다른 유럽 국가들의 국민경제와 비교해 경쟁력이 생겨 현재 독일이 유럽의 ‘기관차’로 자리매김했다”며 “과정과 상관없이 성공한 역사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고 꼬집었다. 통일이 현재 독일의 경제 호황에 미친 효과는 미미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통일 후 국제사회에서 독일 위상이 올라갔다는 부분에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독일은 EU뿐만 아니라 국제사회를 이끄는 핵심 국가로 도약했다.

그는 “현재 독일은 유럽의 가장 큰 국민경제를 형성하고 있으며 지정학적으로 EU의 중심지로, 이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역할”이라며 “통일 독일은 냉전을 통해 분단된 동유럽과 서유럽의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남북한의 경제규모 차이와 교류 단절 등 통일 전제조건이 독일에 비해 불리한 상황이지만, 한국은 독일 통일 과정에 대한 학습을 통해 통일을 철저히 준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1990년 이후 독일 통일을 면밀히 모니터링했고 통일을 위한 별도의 부처가 있을 정도로 준비하고 있다”며 “준비된 통일은 축복”이라고 말했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