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동생인 박지만(56) EG그룹 회장이 지난 5월 김기춘(75) 대통령 비서실장과 당시 남재준(70) 국가정보원장에게 청와대 내부 문건이 유출되고 있다는 제보를 한 사실이 확인됐다. 박 회장은 대통령 친인척 비위 의혹 등이 담긴 청와대 보고서가 의도적으로 외부로 유출되는 정황이 유력한 만큼 철저한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박 회장 제보를 받은 김 실장은 누군가의 농간이라고 판단하고 박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2일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에 따르면 박 회장은 지난 5월 중순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 명의로 작성된 다량의 문건을 입수했다. 입수한 문건에는 박 회장 주변인 관련 비위 의혹 등이 담겨 있었다. 박 회장은 청와대 보안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철저하고도 은밀한’ 확인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당시 “박 대통령의 특별 지시를 받아 국가정보원 인력이 들어가 대대적인 점검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이 입수한 문건은 정호성(45) 청와대 1부속 비서관 손을 거쳐 김 실장에게 전달됐다. 박 회장은 동시에 남 원장에게도 연락해 상황을 설명한 뒤 도움을 요청했다. 청와대에서 문건이 유출된 사안이기 때문에 청와대 자체 감찰로는 경위 파악이 어렵다고 보고 남 원장에게 조사를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회장은 “조만간 대대적으로 청와대 보안점검을 하라는 박 대통령 특별지시가 있을 것이다. 남 원장이 미리 준비하고 있다가 지시가 내려오면 보안점검을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 원장은 당시 박 회장에게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청와대 보안을 긴급 점검하라는 박 대통령 특별지시는 없었다. 김 실장은 박 대통령 보고가 필요 없다고 판단하고, 당시 홍경식 민정수석에게 “누군가가 무고를 하고 있으니 음해 세력을 색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정 기관 관계자는 “김 실장 지시로 민정수석실은 박 회장이 가져온 문건의 유출 경위를 조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배에 구멍이 났다고 외쳤는데 이를 확인하지는 않고 누가 그런 소리를 하는지 찾아내라고 한 격”이라며 “선장은 그런 사실도 모르고 배는 계속 가고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이 대통령 지시 없이 자체 경위 파악에 착수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남 원장은 갑자기 사표를 제출했으며 같은 달 22일 수리됐다. 검찰이 청와대 문건 유출 수사에 착수함에 따라 본지가 보도한 ‘정윤회 동향’ 감찰 보고서뿐 아니라 박 회장이 청와대와 국정원 측에 제보한 문건의 유출 경위도 수사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김준모·조현일·박현준 기자 jm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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