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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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맞바꾼 인생' 저체온 치료로 회생한 남성

 

터키의 한 30대 남성이 심장마비로 쓰러져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저체온 치료’ 덕분에 기사회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네티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영화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은 터키에 사는 부렌트 소메즈(39). 그는 8개월 전 심장마비로 쓰러져 병원에 옮겨졌으며, 소메즈를 진단한 의료진은 그가 살아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의료진은 사망판정을 내리기 전 최후의 방법으로 ‘저체온 치료법(hypothermia treatment)’을 동원했다. 이후 의료진은 소메즈의 체온을 30도까지 내렸으며, 소메즈의 장기 내부 산소공급도 모두 중단했다.

24시간에 걸친 저체온 치료와 회복 과정. 기나긴 시간 끝에 소메즈는 기적적으로 의식을 되찾았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 가지 예상치 못했던, 아니 의료진은 ‘이미’ 알고 있었던 부작용 하나가 생겼다. 소메즈에게 부분 기억상실이 찾아온 것이다.


소메즈는 자신의 인생 절반 가까이와 관련된 기억을 잃었다. 그는 자기가 결혼한 지도 몰랐으며, 아내와 아이들을 보고 “누구냐”고까지 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메즈의 아내는 남편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집에 있던 사진을 끊임없이 보여줬다. 아내의 노력 덕분에 소메즈는 과거에 자신이 뭘 했는지 떠올리기는 했지만, 그의 기억은 여전히 일부 파편화된 상태다.

소메즈의 아내는 “처음에는 남편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며 “남편의 기억을 되찾아주는 데 긴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소메즈의 수술을 담당했던 의사는 “환자는 잃었던 기억을 여전히 되찾고 있다”며 “‘저체온 치료’가 논란의 중심에 선 건 알고 있지만, 일단 소메즈의 생명을 되살렸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미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