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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 靑문서 대량 유출 파장] 靑 근무 중 대외비 많이 다뤄… ‘금배지’ 욕심에 자택 보관

前 행정관 문서 유출·발각 전모
이명박(MB) 정부 말기에 발생한 청와대 문서 715건 유출 사건은 국회의원을 꿈꾸던 한 정치 지망생의 ‘욕심’에서 비롯됐다. 국가에 헌신해야 할 대통령 비서실 직원이 자신의 욕망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 기밀을 활용하겠다는 ‘딴마음’을 먹은 것이다. 다행히 완전범죄로 이어지진 않았다. 청와대 문서 유출 전모는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의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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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곡차곡 모은 청와대 기밀

세계일보 취재 결과 대통령기록물을 빼돌린 전직 행정관 A(48)씨는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에 국회 보좌관으로 활동했다. 2000년 16대 총선에 당선된 한나라당 P의원을 도와 6급(비서)으로 ‘여의도’에 첫발을 디뎠다. 17대엔 같은 당 최경환 의원실에서 5급(비서관)으로, 18대 한나라당 김효재(63) 의원 밑에서는 4급 보좌관을 지냈다. 2007년엔 한나라당 박근혜 경선 후보에 이어 이명박 대선후보 캠프에서도 활동했다.

국회 경력 10년째이던 2011년 A씨는 정무수석에 임명된 김 의원을 따라 청와대 행정관(별정직 4급)에 임용됐다. 김 수석은 A씨에게 보고서 분류 및 뒷처리, 지시사항 확인, 일정 관리 등 업무를 맡겼다. A씨는 정무수석의 측근으로 통했다.

A씨는 청와대 근무 중 대외비 정보를 많이 다뤘다. 정무수석실은 대통령의 정치적 판단을 돕고 정부·국회와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한다. 특히 김 수석이 MB정부 때 왕(王)수석으로 불린 소위 ‘콘트롤 타워’ 역할을 해 국정 전반의 정보가 집결됐다. MB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무수석실엔 하루에도 수십건의 자료가 보고됐다. 김 수석은 당시 보고받은 문서 성격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본지와 통화에서 “그게 왜 갑자기 문제가 되나. 기억나지 않는다”며 전화를 끊었다.

김 수석에게 전달된 대외비 문서는 비서 역할을 하던 A씨에게도 건네졌다. A씨는 이 중 본인이 정계에 진출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문서를 골라 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청와대에서 6개월가량 근무하다가 퇴직했다. 2012년 4월 총선 출마 준비가 사직 이유였다. 2011년 12월 김 수석에게 사의를 밝힌 A씨는 모아둔 문서 715건을 가지고 청와대를 빠져 나왔다. 

◆특검에 문서 유출 들통


A씨의 꿈은 오래가지 못했다. 2012년 4월 디도스 특검 수사 선상에 오른 것.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일 중앙선관위 및 박원순 후보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 사건이 발생했는데, 정무수석실에 재직 중이던 A씨가 K씨(최구식 의원 수행비서) 체포 사실 등 수사 정보를 최 의원 측에 알려준 혐의(공무상비밀누설)였다. 게다가 특검의 A씨 집 압수수색에서 청와대 기밀문서가 대량으로 발견되면서 혐의는 가중됐다.

A씨는 총선에서 떨어진 데 이어 특검 수사까지 받는 처지로 내몰렸다.

특검은 A씨가 빼돌린 문서 중 일부가 디도스 공격 사건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의심하고 이 부분을 집중 조사했다. 특히 A씨가 디도스 공격 직후 국정원 및 경찰 직원들과 통화한 사실을 포착하고 사건과의 연관성을 따졌다. A씨는 디도스 사건 연관성 등을 부인했고, 문서 유출 사실에 대해선 “후회한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문서 유출 사건은 특검 활동 종료 전 별도의 내사 보고서 형태로 만들어져 검찰로 이첩됐다. 기록을 넘겨받은 서울중앙지검은 A씨를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했다. A씨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고 검찰, A씨 모두 정식재판을 청구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A씨는 특검이 기소한 공무상기밀누설 혐의와 관련해서도 유죄가 인정돼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A씨는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됐고 정계 진출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특별기획취재팀=김준모·조현일·박현준 기자 special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