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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플러스]불멸의 이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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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공의 인간적인 모습…새롭게 해석한 시도 기대
유신 시절에 학교를 다닌 사람에겐 공통의 추억이 있다. 당시에는 국기하강식 때마다 가슴에 손을 얹어야 했고, 학년 초에는 담임선생에게서 ‘국민교육헌장’ 암송을 검사받아야 했다. 그 시절에는 학교가 국가이데올로기를 전파하고 교육하는 공간이었던 것이다. 당시 유신정권이 학교를 통한 이데올로기 교육 작업 중 가장 교묘하게 진행했던 것이 역사적 인물의 우상화였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이순신 장군이다. 매년 4월 28일이면 이순신 탄신일 기념식을 했고, 그 즈음 해서 이순신 장군 글짓기대회를 개최했고, 학교마다 이순신 동상이 하나씩 세워져 있었다. 유신 시절 이순신 우상화의 초점은 ‘임진왜란 당시 문관들은 당파싸움만 했을 뿐이었고 전란 속의 나라를 구한 것은 무관 출신인 이순신 장군’이라는 점이었다. 이것은 이순신 장군과 박정희 장군을 오버랩시키려는 정권의 이해 때문이었다. 그래서 유신 시절에 학교를 다닌 사람들에게 이순신은 존경하고 싶어도 존경하기 싫은 인물이었다. 그렇게 이순신이라는 위인은 당시 정권의 이익을 위해 소비되었다.
세월이 흘러 이순신이 다시 부활했다. 최근 KBS에서 이순신을 새롭게 다룬 ‘불멸의 이순신’이라는 대작 드라마가 시작됐다. 이번에 KBS는 이순신이 ‘주변 적들의 온갖 비난과 음해 속에서도 고독하게 조선의 자주성을 지킨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하려고 한다. 그래서 ‘불멸의 이순신’에 등장하는 이순신은 대사가 별로 없다. 주로 눈빛으로 대사하는 고독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순신은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탈영한 부하들을 참수하라고 지시하는 과단성을 보인다.

고독하면서도 과단성 있는 이순신. 이것이 새로운 이순신의 모습이다. 이와 대비되어 일본 장군이나 명나라 장군들은 지나치게 희화화된 모습으로 나온다. 무관 이순신 장군을 위해 희생되었던 조선 문관들처럼, 고독한 이순신을 위해 일본과 명나라 장군들이 희생되는 듯하다.
우리 역사에서 ‘이순신’만한 영웅은 없다. 그래서 광화문 대로에는 동상이 서 있고 끊임없이 재해석되는 것이다. 이번 ‘KBS의 이순신에 대한 재해석’이 어떤 의도였고 어떻게 귀결될지 궁금해진다./유규오 EBS 위성제작팀 PD

/goryu@e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