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수사가 우선이냐, 국민의 통신비밀 보호가 먼저냐.’
통신사업자가 가입자들의 통화내역을 최장 1년 동안 보관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률 시행령이 입법예고돼 논란을 빚고 있다. 법무부는 ‘범죄 용의자를 효율적으로 추적하기 위한 조치’란 입장인 반면 시민단체들은 ‘인권침해적 요소가 다분하다’며 반발하고 있어 최종 결론이 주목된다.
법무부가 28일 입법예고한 통신비밀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은 기존 시행령엔 없었던 21조의5를 신설했다. 새로 추가된 이 조항에 따르면 통신사업자는 그 가입자들의 휴대전화·시외전화·국제전화 이용 기록은 1년 동안, 시내전화 이용 기록은 6개월 동안 의무적으로 보관해야 한다. 가입자의 인터넷 접속 기록도 6개월간 보존 대상이다.
법무부는 “최근 개정된 통신비밀보호법이 개인 통신내역의 보존기간을 시행령에 정하도록 위임한 것에 따른 후속조치”라며 “새 통신비밀보호법이 오는 8월27일부터 시행될 예정인 만큼 그에 맞춰 개정 시행령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간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은 ‘효율적 범죄 수사’를 명분으로 통신내역 보존기간 확대의 필요성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기존 통신비밀보호법이나 그 시행령엔 개인 통신내역의 보존기간이 명시돼 있지 않고, 이 때문에 통신업자들은 회사별로 자체 약관을 정해 최장 6개월 동안 가입자들의 통신내역을 보관해 왔다.
하지만 검·경은 “도피 중인 범죄 용의자들을 쫓거나 피의자의 혐의 입증을 위해선 1년 동안의 통신내역 확인이 필요할 경우도 자주 생긴다”며 통신업자들에게 개인 통신내역을 보다 오래 보존해줄 것을 주문했다.
이번 입법예고는 수사기관의 요구를 대폭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통신업자와 시민단체는 모두 불만이다. 한 통신업체 직원은 “가입자와의 요금 분쟁에 대비, 몇 개월분 통신내역을 보관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1년은 너무 길다”고 말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위원회 소속인 한나라당 진영 의원도 “모든 통신업자가 가입자들의 통신내역을 1년 동안 보관하려면 못 잡아도 수백억∼수천억원의 추가 비용이 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은 인권침해를 우려하고 있다. ‘함께하는 시민행동’ 김영홍 정보인권국장은 “개인정보 보호장치의 마련과 통신내용 불법감청을 막을 철저한 제도적 보완 없이 개인 통신내역 보존기간만 일률적으로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법무부 정인창 검찰3과장은 “새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르면 수사기관의 통신내역 조회엔 법원의 허가가 반드시 필요한 만큼 인권침해의 우려는 크지 않다”며 “앞으로 공청회 개최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수사위해" vs "인권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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