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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남순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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톈안먼사태(1989)로 중국이 방황하고 있을 때인 1992년 덩샤오핑(鄧小平)은 우창, 선전, 상하이 등 남부지방을 시찰하면서 중국 사회에 전면적인 각성을 촉구한다. 개혁·개방 정책의 이론적 기초를 제공하고, 확고한 시장경제 도입 의지를 밝힌 것이 바로 이 남순강화(南巡講話)이다. 당시 중국이 처한 상황에서 사회주의의 길이냐, 자본주의의 길이냐는 ‘성사성자(性社性資)’ 논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삼개유리우(三個有利于)’, 즉 사회주의 생산력 발전과 사회주의 국가의 종합국력 강화 그리고 인민 생활 수준 제고의 세 가지 측면에서 유리한 것이 곧 중국에 유리한 것이고, 중국이 가야 할 길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덩샤오핑의 남순강화는 당시 지식인 사이에서 만연한 이데올로기 논쟁에 종지부를 찍음과 동시에 계획경제 숭배자들에게도 일침을 가하는 이중 효과를 거두면서 개혁·개방 정책에 날개를 달아줬다. 결국 덩샤오핑의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새로운 실험은 성공을 거두게 되고, 그로 인해 연평균 9.5%에 달하는 놀라운 고도성장을 이룩하면서 세계 제6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덩샤오핑의 남순 코스를 따라 여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 위원장이 기업인과 당·정 경제 책임자를 대동하고 중국 경제개혁의 상징인 선전 일원에서 현장학습에 나선 것이다. 그의 순방이 덩샤오핑처럼 이데올로기 논쟁을 뛰어넘어 개방·개혁 정책의 본격 신호탄이라면 천만다행이다. 그래서 그가 2000년 상하이 방문에 이어 또다시 ‘천지개벽’의 현장을 직접 살펴봄으로써 경제개혁의 고삐를 당길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것이 북한이 세계 일원으로 다시 태어나고, 가난에 허덕이는 인민을 살리는 길이기 때문이다.
권오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