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을 모두 이해시킬 수는 없습니다. 모두가 이해한다면 저는 빵점짜리 작가지요.”
그에게 작품을 통해 뭘 말하고 싶은가 물었다. “관객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역시 시원한 대답은 아니다. 작가란 명확히 말할 수 없는 영역에서 분투하는 전사라는 얘기가 떠오른다.
현대미술에선 난해함이 용인되는 분위기다. 왜 그럴까. “패션쇼 무대에서 비현실적인 의상을 떠올려 보면 해답이 나오지요.” 명품 패션 브랜드들이 패션쇼에서는 도저히 입을 수 없는 전위적인 패션을 선보이지만, 그 속에 숨쉬는 자기 브랜드의 고유한 특징은 살려 대중도 소화할 라인을 만들어 내는 것과 같은 이치라 할 수 있다.
국제미술무대에서 한국미술을 알리는 데 김소라 같은 패션쇼형 작가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잘 팔리는 작품 만들기에 혈안이 된 국내 안방용 작가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작가라 할 수 있다.
“우리에겐 무료한 일상을 새로운 영감으로 가득찬 공간으로 탈바꿈시킬 의무가 있습니다. 친숙한 이야기는 세계 속에서 일어나는 알 수 없는 경험과 감정들에 대한 것으로 거듭나게 되지요.”
| ◇헨젤과 그레텔의 숲. 관객들은 마치 숲속의 무대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 각자 나름의 숲에 대한 시를 쓰게 된다. |
김소라의 시적(詩的) 태도의 작업들은 시어를 배열하듯 정교하고 리듬이 있다. 일견 난해해 보이지만 바라볼수록 설명보다는 직관적 통찰이 이뤄진다. 탁월한 시각적 스토리텔러로 평가받는 이유다. 일상의 이미지들을 조합해 메타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김소라는 2003년과 2005년 베니스 비엔날레, 2005년 요코하마 트리엔날레, 2006년 부산 비엔날레 등 10년째 각종 국내외 비엔날레에 참여해온 ‘비엔날레 전문작가’라 할 수 있다. 올가을엔 이스탄불 비엔날레에 초대받았다.
8월26일까지 열리는 국제갤러리 초대전엔 책에서 발췌한 단어들을 나열해 만든 사랑의 시와 자유롭게 편곡된 CF음악들이 흘러나온다. 대중적인 것이 주관적이고 영감어린 것으로 재창조되는 모습이다. 숲속을 연상시키는 공간은 관객이 스스로 그 속에 들어가 수다를 떨어도 좋다. ‘헨젤과 그레텔’의 동화를 떠올리면 된다. 픽션이나 드라마 같은 영상들은 현실이라는 숲속에서 일어났던 일들의 조합으로 만들어 낸 영상시다.
김소라는 작업실이 따로 없다. 카페로 가면 바로 그곳이 작업실이 된다. 시인처럼 착상이 떠오르는 곳이 작업공간이다. 설치작업 땐 바로 전시실이 작업실이 된다. 그는 시각으로 시를 건져내는 시인이다. (02)3210-9800
편완식 문화전문기자
wansik@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