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더 넓은 세상을 공부해서 노인들이 세대간의 갈등과 소외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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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 강북구 미아동 신일캠퍼스에서 열린 서울사이버대학 입학식에 참석한 김규대할아버지 |
지난 8일 열린 서울사이버대학교(www.iscu.ac.kr) 입학식에 참석한 신입생 김규대(77·노인복지학과·대전 서구 둔산동) 씨. 이 학교 최연소 입학생과 무려 58세나 차이가 나지만 학구열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사이버대학은 주로 수업이 인터넷으로 진행돼 김씨처럼 70대 노인이 입학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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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학식 행사후 최연소 학생인 정다운군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
김씨는 대전에서 ‘컴퓨터 박사’로 불린다. 지난 설날에는 컴퓨터를 배운 제자 100여명이 이메일 안부를 전해왔을 정도다. “호주에서 의대에 다니는 손자와 이메일을 주고받는다”는 김씨는 “컴퓨터를 다루는 실력만큼은 신세대 손자에게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청주에서 사범학교를 졸업한 뒤 잠시 교사 생활을 하기도 했던 김씨는 1987년 한국산업은행에서 정년을 맞았다.
“퇴직 후에 뭔가 사회에 공헌할 보람있는 일을 찾고 싶었죠.” 평소 관심이 있었던 컴퓨터를 독학으로 공부해 홈페이지를 만들 정도의 실력이 됐다.
김씨는 또래 노인들에게 이 기술을 전수하기로 마음먹었다. 1998년부터 사비를 털어 부인과 함께 대전에 컴퓨터 교실을 개설하고, 노인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김씨로부터 컴퓨터를 배운 사람은 줄잡아 1860명.
김씨는 이 같은 ‘고령자 컴맹 퇴치’ 공로가 인정돼 대전광역시로부터 ‘자랑스러운 대전인상’을 수상했다. 또 지역언론사가 주는 ‘모범 표창’을 받기도 했다.
“남은 인생도 노인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그의 간절한 바람은 한때 위기를 맞기도 했다. 갑자기 찾아온 뇌졸중으로 교육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교육하다가 어지러워서 쓰러졌죠. 병원에서 뇌졸중이라고 하더라고요.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요. 2년 정도 투병한 끝에 건강을 되찾았어요.”
기사회생한 김씨는 배움과 봉사로 인생을 새롭게 디자인해나가기로 마음먹었다.
“노인들을 교육하려니 노인에 대해서 더 깊이 알아야 도울 수 있겠더군요. 그래서 노인복지에 대해 공부하려고 대학에도 입학한 것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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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사이버대학 입학식에 부인과 나란히 참석한 모습. 항상 그의 옆에서 힘이돼 준 부인과의 슬하에는 1남 2녀. 그리고 손자 5명을 두고있다. |
앞으로 노인전문가가 돼서 노인을 위한 자원봉사를 하다가 세상을 떠나고 싶은 것이 꿈이라고 말하는 김씨. 그에게서 젊은 사람들보다 더 강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대학생으로 또 다른 황혼설계를 하고 있는 김씨는 “이 사회가 노인들에게 조금 더 배려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진기 기자 jkmin@segye.com 블로그 http://blog.segye.com/jkmin
세계일보 온라인뉴스부 bodo@segye.com, 팀블로그 http://net.segye.com




